한국 최초 노미네이트부터 단독 무대까지 “희망을 현실로 만든 방탄소년단”
2021 그래미 어워즈의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됐지만 BTS는 한국 대중 가수 최초의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와 단독 무대라는 K팝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썼다. 사진=더팩트 뮤직 어워즈 제공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그래미 어워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1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Premiere Ceremony, 사전 시상식)가 생중계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발매한 싱글 ‘Dynamite’(다이너마이트)로 올해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Rain on me’(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본 아이버의 ‘Exile’(엑자일), 저스틴 비버·퀘이보의 ‘Intentions’(인텐션스)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앞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잇따라 시상한 바 있다. 그래미 어워즈에서까지 수상한다면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셈이었다.
아쉽게도 수상의 영예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으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K팝 역사의 새로운 한 줄을 더했다. 한국 대중 가수, 그것도 모든 멤버들이 한국인으로 이뤄진 그룹이 그래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그래미 어워즈는 비백인·비영어권 가수들에게 ‘콧대 높은’ 시상식으로 미국 내에서도 “고리타분하고 뒤떨어진 시상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진=CJ ENM 제공
그래미 어워즈 자체로만 보더라도 인상적인 기록이다. ‘그들만의 시상식’이라는 조롱섞인 비판을 받을 만큼 비백인, 비영어권 가수들에게 차가웠던 그래미 어워즈의 문턱을 오로지 한국인들로만 이뤄진 그룹이 넘었다는 것은 한국을 넘어선 비영어권 국가의 비백인들에게도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다.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 처음 개최한 뒤 매년 진행되고 있는 그래미 어워즈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그만큼 가수들에겐 꿈과 환상의 무대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이처럼 단순히 꿈이나 환상으로만 남을 수 있었던 것을 손에 잡을 수 있는 현실로 만들었다는 것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어워즈 입성은 2019년부터 점쳐져 왔다. 2019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알앤비 앨범 부문 시상자로 공식 초청을 받았던 방탄소년단은 “한국에서 자라오며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서는 걸 꿈꿔 왔다. 이 꿈을 이루게 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시상자, 2020년 퍼포머에 이어 2021년 수상후보와 단독 공연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사진=CJ ENM 제공
그의 말대로 이듬해인 2020년 열린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와의 합동 공연을 펼쳤고, 이번 2021년에는 드디어 단독 무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지난해 9월 ‘Dynamite’ 핫100 1위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시상식이다. 우리 노래를 단독 무대로 선보이고 싶다”고 밝힌 바람을 그대로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날 시상식을 마치고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공식 트위터와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아미(팬클럽)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멤버 지민은 공식 트위터에 “아미 여러분, 이 시간까지 같이 해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덕분에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정국과 슈가는 위버스를 통해 “매순간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보내주시는 사랑과 응원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올해는 더 열심히 달립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