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일벌백계 원칙 적용해야”…인사혁신처 5월 이후 심사 예정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인 ‘정인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 전원이 처분에 불복한 사실이 전해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19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과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건 관련 징계자 9명은 정직 3개월 처분 등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제도는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등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행정심판제도의 일종이다.
정인 양은 지난해 1월 장 아무개 씨(여·34)와 안 아무개 씨(남·36) 부부에게 입양된 후 9개월 뒤 사망했다. 생전의 정인 양 얼굴과 온 몸에선 멍과 큰 상처들이 자주 발견됐다. 지난해 5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갔지만 서울 양천경찰서 측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분리 조치도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징계위원회를 열고 3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5명에 대해 중징계(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경찰청도 징계위를 열고 양천경찰서 계장 1명, 과장 2명에게 중징계 처분(정직 3개월)을 내리고, 서장에게는 경징계 처분(견책)을 내렸다. 징계를 받은 경찰 9명은 지난 2월 20일과 지난 15일 사이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인사혁신처 측은 이들의 소청심사를 오는 5월 이후 심사할 예정이다.
권영세 의원은 “징계 경찰관들이 소청심사까지 제기한 게 ‘눈치 보다가 잠잠해지면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경찰청장이 대국민사과까지 한 만큼 신상필벌·일벌백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껏 본 아동 중 가장 심했다”
“지금까지 (부검해) 본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손상이 심했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공판에서 정인 양을 부검한 김성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3800건에 달하는 부검을 해온 그는 “정인 양 시신의 손상 정도가 전례 없었다”면서 “일반적으로 아이에게서 보기 어려운 심각한 손상이 여러 곳에 많이 나타나 학대 여부를 확인하려 부검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곳곳에 멍이 든 외관과 손상된 내부 장기 등 정인 양 시신 부검 당시 사진들이 공개되자 방청객들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탄식하고 일부는 소리 내 울었다.
김 법의관은 정인 양 복강 출혈 원인이 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에 대해 “완전히 절단·파열된 것은 사망 당일일 수 있으나 일부 조직이 섬유화되는 등 회복한 정황을 보면 최소한 5일 전에도 큰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적 사인 중 하나인 췌장 절단에 대해서는 “교통사고가 아닌 이상 척추뼈에 췌장이 눌려 절단되는 손상은 가정집에서 생기기 어려운 만큼 누적된 폭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정인 양이 숨지던 날 장 씨가 잘못된 지식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 배에 손상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법의관은 “CPR에 의한 아동 복부손상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고 이만큼 손상이 일어나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참석한 법의학 전문가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마지막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되며 동맥이 끊어졌고 장간막 파열이 겹치면서 급성 출혈로 사망했다는 소견”이라며 “췌장과 장간막은 생각보다 질긴 장기인데 바닥에 누워 있는 아이 신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발로 밟아 파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술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