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600원 사측 제안 채택, HYK 이사회 진입도 실패
(주)한진이 25일 주주총회에서 2대주주인 사모펀트 HYK파트너스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사진=일요신문 DB
한진은 25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6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배당금 등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의 관전포인트는 지난해 경방으로부터 지분 전량을 사들여 2대주주로 올라선 사모펀드 HYK(9.79%)와의 표대결이었다. HYK파트너스는 지분 매입 이후 조현민 부사장의 이사진 선임에 반대하며 이사 최대 정원을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집중투표제와 중간배당제를 도입하자는 주주 제안을 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중앙지법에 주주 제안을 주총안건으로 상정해달라는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한진은 조현민 부사이사 선임안을 주총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HYK파트너스의 제안인 제65기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 계산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감사위원·사외이사·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의 건은 주총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한우제 HYK 대표가 직접 참석해 주주 설득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주총 의장을 맡은 류경표 대표와 함께 주주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 대표는 “한진이 경쟁이 치열한 물류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려면 외부 전문가 참여와 기술력 갖춘 유통 플랫폼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체질과 사업방식에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줘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한진은 꾸준히 미래 성장 관련해 투자를 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과 같이 협력해 진행하려 하고 있고 미래성장전략실이라는 별도의 조직도 만들었다. 지켜보고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 대결은 배당안과 HYK 측의 이사회 진입 여부가 결정될 감사위원 선임안에서 벌어졌다. 양 측의 안건이 서로 달라 하나만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총에 출석한 주주들은 두 가지 중 하나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배당안에 대해선 출석 주주 77.73%가 사측 손을 들었다. 앞서 이사회는 주당 배당금으로 600원, HYK파트너스는 1000원을 제시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안건도 한진 쪽이 79.03%의 찬성을 얻으면서 HYK 측의 안건은 논의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관상 이사회 상한(8명)이 충족돼 HYK의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추천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한진은 이날 주총을 통해 글로벌 이커머스 관련 역량 강화와 CSV 활동 및 신사업 강화, 인프라 및 자동화 투자 지속, IT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한 스마트 비즈니스 환경 구축, 기업문화 개선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류경표 한진 대표는 주총에서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조 2157억 원(전년 대비 7.4% 증가), 영업이익 1059억 원(전년 대비 16.8% 증가) 등 지난해 주요 경영실적을 보고했다. 회사 창립 80주년이 되는 2025년에는 3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750억 원의 ‘비전 202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비대면 소비로 인한 택배사업의 성장과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렌터카사업과 부동산을 매각하며 경영효율성을 한층 더 높였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공유가치창출(CSV) 활동과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발굴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