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떠난 김종인, 3지대 신당 작업 힘 보탤 듯…윤석열 최측근 “조만간 공개회동” 귀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4월 7일 밤 재보선 개표가 한창이던 때 통화가 이뤄진 국민의힘 의원들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설마 했는데 이길 줄 몰랐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혹시 모르니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날 그는 “선거 내내 여론조사에서 크게 이겼지만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나오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5년간 치러진 전국 선거에서 모두 졌다. 특히 최대 표밭인 서울에선 매번 민주당과 큰 격차로 졌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의 25개구 모두를 ‘싹쓸이’했다.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4월 재보선에서 연패의 고리를 끊어낸 셈이다. 동시에 정권 교체의 희망도 품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선 승리에 더욱 감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구축한 뒤 본격적인 대선 일정을 짜겠다는 전략이다. 재보선에 졌다면 3지대로의 원심력으로 인해 당은 소용돌이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선거 압승으로 1야당 구심력이 강해질 것으로 관측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심판 여론이 표로 나타났고, 이를 실현하려면 결국 1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오세훈 시장이 재보선에서 이길 거라고 누가 예상을 했느냐. 선거 초반 모두가 안철수 당선을 점쳤었다. 선거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3지대 후보 사례를 보면 지금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 이를 종합했을 때 윤석열 전 총장도 많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윤석열 신당’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합류했겠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1야당 프리미엄을 외치고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대선을 1년여 남긴 상황에서 내세울 만한 차기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바다에 띄울 배는 마련했는데 ‘선장’은 아직 찾지 못한 형국이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은 지지율 42.5%로 1위에 올랐다(관련기사 [4월 여론조사] 대선후보 선호도 윤석열 42.5% ‘결집’ 이재명 24.0% ‘하락’). 보수 야권 진영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9%,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3.6%를 기록했다. 유승민 전 의원(1.6%)과 원희룡 제주지사(0.9%)가 뒤를 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을 제외하곤 존재감 있는 후보를 찾기 어려운 지지율 수치다. 그나마 보수 야권 후보 중 앞 순위에 있는 안철수 대표와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으로선 외곽의 차기 주자 중 누군가를 영입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내년 대선의 핵심 과제다. 물론, 영입 ‘영순위’는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마스크를 벗어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당 일각에선 윤 전 총장 등을 데려오기 위해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차기 주자에게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을 콕 집으면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바지사장이라면 누가 오고 싶어 하겠느냐. 우리가 모셔 오는 건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헤쳐모여’식 보수 야권 정계개편도 거론된다. ‘반문재인 연대’를 기치로 모든 정파들이 빅텐트에 모인 뒤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하자는 시나리오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안철수 대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지사, 김동연 전 부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 잠룡군을 한데 모아 ‘미스트롯’ 방식의 국민경연을 치르자는 아이디어도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재보선 다음 날 임기를 마치고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할론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민의당과 합당을 마무리 지은 뒤, 전당대회를 실시한다는 계획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는 대략 6월 중순경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셔와 내년 대선을 맡겨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김종인 추대론’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여러 차례 당 복귀에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 역시 그가 당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전 위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정치권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의 국민의힘으론 정권을 가져올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4월 8일 퇴임사를 통해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봤듯,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세훈 시장과 안철수 대표 간 단일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을 흔들었던 원내외 일부 중진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으로 복귀하는 것보단 ‘킹메이커’ 역할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김 전 위원장 측 정치권 인사는 “비대위원장 임기 동안 정권 교체를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해왔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다. 재보선이 끝난 뒤 잠시 충전을 하면서 이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면서 “이미 막후에선 김 전 위원장의 ‘매직’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복수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 측과 이미 대선 출마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킹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이 당으로의 복귀 불가를 선언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3지대에서 윤 전 총장 신당 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윤석열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김종인표 ‘경제 민주화’를 언급하며 인재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우려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수렁에 빠졌던 당을 1년 만에 건져낸 김 전 위원장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을 나가 윤 전 총장과 손을 잡으면 태풍이 불 것이다. 차기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으로선 대선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무슨 수를 쓰건 김 전 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다시 당으로 불러와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윤 전 총장 문제도 자연스레 풀릴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한 법조인 역시 김 전 위원장과의 물밑 교감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윤 전 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멘토들이다. 윤 전 총장은 연초부터 다양한 정치인들을 만났고, 그 중심에 김 전 위원장이 있는 것은 맞다. 윤 전 총장 사퇴 시점도 김 전 위원장 조언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조만간 공개적으로 김 전 위원장과 만나 (신당 등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그게 윤 전 총장 대선 레이스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