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높은 금호고속 부당지원 혐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 인수 등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주 중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임준선 기자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는 박 전 회장 측에 이번 주 검찰에 출석해 달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회장에게 지난 주와 이번 주 초 2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 전 회장이 출석을 연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더는 조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회장 측과 이번 주 조사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조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에 대비해 박 전 회장의 출국도 금지했다.
박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 그룹 전체에 동반 부실 우려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8월 금호산업 등에 총 3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그룹 임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금호고속의 재무 상태가 열악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그룹 컨트롤 타워인 전략경영실을 통해 해외 기내식 업체와 계열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기획해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주요 핵심계열사인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금호고속이 경영위기로 채권단 관리를 받아 그룹 장악력이 약해지자 2015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지주회사로 설립해 계열사 재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열악한 재무상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에서 자금조달 방안을 기획·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 주체가 된 금호고속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채권단에 포함됐으며 과다한 차입금, 높은 부채비율, 담보자산 고갈로 자력 자금조달이 곤란한 상태였다. 이에 전략경영실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을 매개로 한 자금조달 계획과 계열사·영세 협력업체들을 이용한 자금지원 방안을 설계해 계열사들이 이를 실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6일 강제수사에 착수,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나아그룹 본사와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월 11일엔 윤 아무개 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증거인멸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당시 공정위 디지털포렌식 요원으로 알려진 송 아무개 씨를 증거인멸 및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어 지난 2월 23일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와 금호터미널 광주 본사와 서울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재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5일 박 전 회장의 측근으로 거론되는 박 아무개 전 그룹 전략경영실장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열사 부당지원 과정에 관여했거나 지시 또는 승인했는지, 박 전 회장 등 윗선에게도 보고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을 불러 공정위 고발 내용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