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이어 북미·동남아서 경쟁 예정…확보 IP 활용 엔터 전분야로 사업 다각화 추진
카카오가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북미, 동남아, 중국 등 해외시장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와의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사진=카카오엔터 제공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 북미에서 맞대결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쿠팡의 성공은 카카오엔터와 같이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1년 뒤 상장할 계획이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상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할 예정”이라며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178억 달러(약 20조 원)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수 대표는 올해 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는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인수 등이 포함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의 경영권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과 11월에 걸쳐서 타파스미디어 지분 40.4%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선 바 있다. 7월에는 래디쉬에 322억 원을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다. 래디쉬의 기업가치는 약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12년 설립된 타파스미디어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월간 이용자(MAU) 수는 300만 명이 넘는다. 8만여 종의 작품과 80여 개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타파스에 공급된 카카오 작품 50여 개는 작품 수 기준으론 0.1%에 불과하지만, 매출 비중은 50%에 달한다. 지난해 래디쉬 매출액은 20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미국 웹소설 플랫폼 중 5위권 수준이다. 월간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 2월 네이버는 미국 2위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태피툰은 한국 웹툰을 번역해 190개국 300만 명 이상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도 인수했다. 왓패드는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전 세계 이용자는 9000만 명에 이른다. 북미 시장에 운영 중인 네이버웹툰과 합치면 1억 6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오는 4월 21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알렌 라우 왓패드 대표는 웹 서밋이 주관하는 콜리전 온라인 세션에서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새로운 창작자 세대의 강화’를 주제로 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동남아 등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IP와 플랫폼을 확보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며 “북미는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이다. 이곳을 선점한다면 향후 다른 국가로의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사진=임준선 기자
#‘진출’은 네이버가 먼저, ‘실적’은 카카오가 먼저
네이버와 카카오는 확보한 IP와 플랫폼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의 ‘IP’를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른 장르로 제작해 유통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을 흡수합병해 카카오엔터로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약 8500개의 원천스토리 IP를 활용해 카카오M의 제작사와 배우·아티스트가 영화·드라마 제작에 나서기 위해서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까지 웹툰 65편을 드라마·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웹소설을 활용해 영화·드라마로 50~60편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에서 유통되는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상호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 ENM의 3대 주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네이버 IP로 제작된 영화·드라마를 CJ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최대 관심은 카카오가 해외시장에 ‘올인’하겠다는 네이버를 가로막을지 여부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네이버의 해외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해진 GIO는 지난 3월 사내 간담회에서 3~5년 뒤 해외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해외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 네이버는 글로벌 IP·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투자금 약 2조 원을 단행했다. 왓패드 인수도 네이버 역사상 최대 M&A 사례다. 지난해 5월에는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사업 지배구조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웹툰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구조다. 3개 법인은 네이버웹툰(한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미국),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일본)다.
카카오도 이에 질세라 올해 진출 국가 확대 등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카카오는 컨퍼런스 콜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검증된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IP의 우수성 그리고 수익화 능력을 통해 북미, 중국, 동남아 주요 지역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적만 놓고 보면 카카오가 네이버에 앞선다. 지난해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2조 108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픽코마 등의 유료 콘텐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유료 콘텐츠 거래액의 5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반면 지난해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4602억 원에 불과했다. 네이버웹툰 이용자수 세계 1위라는 명성에는 못미치는 성적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 기준 네이버웹툰의 국내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 합산 조회수보다 3배가량 많지만, 매출은 카카오페이지의 63%에 불과하다”며 “네이버는 아마추어 창작공간 캔버스(Canvas)의 구축 등 당장의 수익보단 글로벌 웹툰 생태계 조성에 더 주력 중”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만화 플랫폼 시장에서도 카카오재팬이 지난해 1위를 달성했다.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2013년부터 지켜온 선두자리를 2016년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의 픽코마에 뺏긴 셈이다. 지난해 픽코마의 거래액은 4146억 원으로 전년보다 188%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 지역에서 양사는 다시 한 번 경쟁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7일 네이버는 인도네시아 최대 종합 미디어 기업 ‘엠텍(Emtek)’에 1억 50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라인웹툰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구글플레이 기준 만화 카테고리 수익 1위 앱이다. 이에 맞서 카카오엔터는 오는 6월 대만과 태국시장에 웹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연내에는 중국시장 진출도 타진할 계획이다. 앞서 2018년 인도네시아 웹툰 플랫폼 네오바자르를 인수해 ‘카카오 인도네시아’를 운영 중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