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CMO 계약 가능성 기대…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도입도 검토중
4월 20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경제부총리)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악재1’ 하반기로 밀린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
4월 20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경제부총리)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 CEO(최고경영자) 스테판 반셀과 직접 전화 통화해 2분기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결국 합의는 지켜지지 못했고 하반기, 그것도 3분기부터일지 4분기부터일지 불명확하다.
#‘악재2’ “다른 나라 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바이든
4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연설 직후 백신 해외 공유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바이든은 “우리가 백신을 보내도 안전한지 확실히 해야 한다”며 “지금 해외로 백신을 보내는 걸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언젠가 백신을 해외와 공유하길 기대하며 이미 사용하지 않는 잉여 백신 중 일부는 해외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금 당장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 미국 내에서 사용할 백신도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비롯해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린 나라들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원론적인 답변을 하며 사실상 ‘당장은 불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바이든의 발언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백신 스와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 2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위원회에서 백신을 지원받고 나중에 갚는 개념 ‘백신 스와프’를 미국과 협의 중이며 5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정 장관은 4월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바이든의 “해외로 백신을 보낼 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호재’ 모더나 백신 국내 위탁생산 이뤄질까
4월 15일 백영하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도 “현재 국내 제약사 중 한 곳이 해외 승인을 받은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대해 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오는 8월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백영하 팀장이 언급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모더나 백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NH투자증권 박병국 연구원은 모더나 관련 보고서에서 “모더나가 2021년 한국, 일본, 호주 등 3국에 추가 자회사를 설립해 백신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한국에 자회사가 설립된다면 한국 기업을 위탁생산(CMO) 기관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전망만 나오고 있을 뿐 계약 관련 구체적인 사안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8월부터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 대량생산이 이뤄진 다면 백신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자회사 설립 자체가 호재는 아니다. 유통이나 허가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더나가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 자회사가 있는 국가의 기업들과 CMO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도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국내 기업과 CMO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전망만 나오고 있을 뿐 계약 관련 구체적인 사안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8월부터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 대량생산이 이뤄진다면 백신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변수’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예방백신은 총 7900만 명분이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1000만 명분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1000만 명분), 화이자(1300만 명분), 얀센(600만 명분) 모더나(2000만 명분), 노바백스(2000만 명분) 등과의 개별 계약도 체결됐다. 그렇지만 국내 도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백신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가능성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21일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스푸트니크V가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예방효과는 높다”며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문제점은 없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에 검토 요청을 했다고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송영길 후보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스푸트니크V 도입을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4월 21일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들이 러시아산 백신 도입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