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제주도 개인캠프 “수술·재활 과정 단 한번도 브레이크 안걸려”
2021 FA 중 유일한 미계약자 이용찬이 입을 열었다. 사진=이영미 기자
#이용찬이 FA를 신청한 이유
일부 야구 팬들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용찬이 FA 신청을 한 이유를 여전히 궁금해 한다. 이용찬도 인터뷰 때마다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 지금 말하는 내용이 가장 정확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는 FA 신청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술하고 재활하면서 단 한 번도 브레이크가 걸린 적이 없었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항상 통증을 달고 살았던 내가 수술 이후 통증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신기했다. 몸 상태가 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 앞으로 건강한 몸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FA를 통해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용찬의 바람과 달리 원소속팀인 두산 베어스는 수술 후 복귀하는 선수에게 만족할 만한 계약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용찬의 에이전트와 구단이 협상을 이어갔지만 평행선을 달릴 뿐 접점을 맺지 못했다.
#선수와 구단의 협상 내용
이용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산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몸이 건강하고, 좋은 공을 던질 자신이 있었지만 구단은 나와 다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부분도 이해한다. 선수는 몸 상태가 잘 만들어졌다고 말할 것이고, 구단은 직접 경기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선 신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계약기간이나 금액 면에서 이견이 컸다. 적어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전에는 계약을 매듭짓고 싶었는데 계약하지 못한 채 시즌이 시작됐다.”
이용찬은 지난 겨울 재활 훈련을 이어가면서 2021년 2월초 불펜피칭을 시작해 5월 초 1군 복귀라는 시나리오를 세웠다. 그만큼 몸 상태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눈물 겨운 재활 과정들
재활 훈련을 하는 동안 이용찬은 하루도 쉬지 않고 스케줄대로 몸을 움직였다. 평일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보강 훈련을, 주말에는 서울 인근 산을 두루 돌며 등산을 즐겼다. 산 정상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 위축되기도 했지만 모자와 마스크 덕분에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12월에는 제주도에 개인 캠프를 차리고 트레이너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2개월을 버텼다.
“SK(SSG) 선수들이 제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만 개인 훈련하는 상황이 낯설었다. 야구 시작하고 처음으로 소속팀 없이 훈련을 하는 게 익숙지 않았지만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앞만 보고 갔다. 굳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부분도 있지만 지금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용찬은 수술 직전 팔꿈치 통증이 심해 손이 떨릴 정도였다고 토로한다. 공을 움켜잡을 수도, 던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고 병원 방문해 MRI를 찍었을 때 인대가 파열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시즌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그 해 수술을 받는다는 건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심적 괴로움이 컸지만 수술 받고 나선 통증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좀 더 일찍 수술을 받았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라도 수술했기 때문에 지금의 과정이 있다고 본다. 팀에 있을 때는 모든 게 갖춰진 상태에서 훈련하지만 밖으로 나와 보니 훈련 장소도, 훈련할 파트너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선배들, 트레이너 님 덕분에 잘 참고 올 수 있었다.”
이용찬은 5월 10일 독립야구 팀에 속해 실전 피칭을 갖는다. 그는 이날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훈련과 라이브피칭이 아닌 실전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싶은 갈증이 컸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래 준비했고,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크다고 한다.
건강한 공을 던지는 이용찬이라면 두산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용찬이 두산 외의 다른 팀과 계약하려면 FA A등급으로 분류된 이용찬 영입을 위해 직전 시즌 연봉 300% 또는 200%에 보호 선수 20인 외 보상 선수를 전 소속 구단인 두산에 내줘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두산과 이용찬과의 만남이고, 서로 만족할 만한 내용의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과연 그날이 언제쯤일까.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