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구는 정 아닌 비즈니스 조언해줘…첫 선발 예상대로 안정감 있게 투구”
KIA 타이거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서재응 코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양현종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서 코치는 7일 오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모두 챙겨본다며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특히 지난 6일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이었던 미네소타 트윈스 원정 경기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을 보며 대견하고 기특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현종의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을 어떻게 봤나.
“원래 KIA에서 선발로 뛰었던 선수라 구원 투수로 나가는 것보다 선발로 뛸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란 확신이 있었다. 몸에 익숙한 루틴대로 캐치볼하고 불펜에서 투구를 가다듬은 다음 마운드에 오른다면 훨씬 더 잘 던질 것 같았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는데 예상대로 안정감 있게 투구하더라.”
―양현종이 미국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 서 코치랑 의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논했다기보다는 되든 안 되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적극 응원했다. 미국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이전트, 팀과의 계약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힘든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조언해줬다. 미국에서의 야구는 ‘정’이 아닌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하고, 처음에는 조금 굽히고 들어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위치가 정해지면 정이 아닌 비즈니스로 대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를 제외하고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빅리그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이후 양현종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현종이가 ‘택시 스쿼드’에 합류해 원정 경기에 동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현종이가 밀워키와의 시범경기에서 무너지는 걸 보고 나 또한 마음이 복잡했다. 이전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뉴욕 메츠 입단했을 당시 루키 신분으로 시범경기를 치르는데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를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볼티모어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그날 1회에 피홈런 2개 포함 4실점을 내줬다. 4회까지 던지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라. 잘 던져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분,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나란 선수를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현종이도 밀워키와의 시범경기 등판 때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스플릿 계약을 맺은 선수이고 자신이 이 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절박함에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경기 후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보고 감독이 양현종이란 선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을 가리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현종이에게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버티고 있으면 다른 투수들이 흔들릴 때 현종이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메이저리그 선수단에 동행만 하던 양현종은 최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기회를 받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마침내 LA 에인절스전을 통해 빅리그 무대에 데뷔해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전까지 잇달아 구원 등판했다.
“보스턴은 강타자들이 즐비해 현종이한테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었겠지만 ‘양현종은 역시 양현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LA 에인절스전까지만 해도 현종이 다운 투구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 상태도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보스턴전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더라. 현종이는 상대팀이 강팀일 경우 더 집중해서 던지는 편이다. 자신이 뭔가를 보여주고 해내야 할 때 집중력을 발휘한다. 보스턴전에 이어 미네소타전에서도 그 강점을 보여줬다. 자신이 양현종이라는 사실을 마운드에서 확인시켜줬다. 자신한테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겠다는 근성을 느낄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도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공인구 적응이 어려운 편인가.
“내가 미국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프로 경험을 하지 못하고 간 터라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에 복귀했을 때 어느 정도의 차이를 느꼈는데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변화구 회전이 잘 되는 편이라 한국에선 체인지업, 슬라이더가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도 미국에선 빠른 슬라이더가 되거나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는 걸 느낀다. KBO리그는 투수에게 그냥 볼을 건네주는데 미국은 송진가루를 묻혀서 투수한테 넘겨준다. 볼 크기나 손에 느끼는 감각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투수코치의 시각에 투수 양현종은 어떤 선수인가.
“가장 성실한 선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근성이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일찍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얼마 전 이범호 총괄 코치랑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현종이가 KBO리그에서 FA를 하기 전 젊은 나이에 미국이나 일본 무대에 먼저 도전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 대우 받고 인정받으며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선배 입장에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