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는 중국업체, 프리미엄은 아이폰이 장악…삼성 기기 간 연동·엔터테인먼트 요소 강화 숙제
LG그룹이 휴대폰 사업을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 삼성전자 ‘갤럭시S21 제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21.7%를 차지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16.8%를 차지한 애플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샤오미 13.7%, 오포 10.7%, 비보 10.0%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삼성의 점유율은 16%로 애플(21%)에 밀렸는데 1분기 만에 1위를 되찾았다.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하는 펜트업(보복 소비) 효과를 봤고, A 시리즈 출시로 중저가 시장에 진입한 것 등이 성공 요인이라고 카운터포인트는 분석했다.
다만 매출은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매출액 기준 애플이 글로벌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 17.5%에 그친 삼성전자와 큰 차이를 벌렸다. 중국의 샤오미, 오포, 비보도 중국을 비롯해 유럽, 중남미, 동남아 지역에서 선전하며 화웨이의 공백을 메웠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기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폴더블폰 선두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1위를 수성하며 앞서가는 듯해도 삼성 갤럭시의 입지는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더블 폰이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하고 중저가 보급형만 많이 팔리면서 수익성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지난 10여 년간 지켜왔던 시장 점유율 2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19.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19.9% 점유율을 기록한 뒤 계속 2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이, 대중시장은 중국기업이 장악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마켓셰어 손실이 가장 큰 이유다. 중국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출혈경쟁에 나서면서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 더욱이 중국 폰들도 안드로이드라서 자체 IOS를 가진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추격자들이 많아 경쟁에 심하게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혹평도 내놓는다. 하드웨어에 치중된 전략 때문이다. 한 IT 전문가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외형적 부분에 치중해 화면이 접히느냐 아니냐에 너무 매몰돼 있다”며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해놓고도 못 써먹고 있는 것이 그 일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에 눈치를 본 것도 있겠지만 디지털금융에 대한 큰 그림 하에 시행했다면 체계적으로 개발·적용했을 것이기에 단편적으로 수용된 아이디어였던 듯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업체들의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 흥행으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휴대폰 매장에 애플, 삼성의 로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시켜 사용하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사 제품들을 결합해 고객들을 묶어두는 등 애플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노트북 등이 연동돼 차별화된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기마다 유기적으로 연동되면서 만들어지는 디테일하고 편리한 서비스가 바로 혁신이라는 것.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갤럭시를 삼성전자의 여러 가전기기들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만의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병태 교수는 “삼성전자가 가진 강점은 다양한 가전제품이다. 스마트폰이 스마트 세상의 매개체가 됐기 때문에 다양한 IT를 어떻게 잘 집어넣어 편리하게 사용케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기술자 역시 “애플처럼 시너지를 내려면 TV 냉장고 폰 등 각 제품을 만드는 사업부들이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기술적 기반을 맞춰나가야 하는데 따로 놀아 협업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사업부별로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뛰어나고 그걸 개발한 인력 역량도 높은데 제조업 마인드로 물건을 얼마나 싸고, 불량 없이 만드느냐를 중시하는 탓에 실현되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메일이나 파일을 지울 때 아이폰은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빨려 들어가는 데 비해 갤럭시는 ‘지우겠냐’는 창이 뜬다는 것. 아이폰은 각 기기와의 연동이나 터치 등을 사용자 감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지만 갤럭시는 편리성만 준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은 자체 인터페이스가 성인들의 장난감처럼 재밌게 설계된 반면 갤럭시는 사무 처리를 위한 IT 디바이스에 불과해 기술적 진화가 끝났을 때 매력이 덜하다. 유저들이 갤럭시에 집착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폰 진화가 끝나면 이후 시장은 가격 경쟁으로 갈 것이고 중국 업체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밤에 찍은 영상이 다른 폰들과 확실히 차이 날 정도로 카메라 성능을 높이거나 동영상을 찍으면 바로 유튜브에 게시되도록 설계하는 등 소비자가 차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