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지수제 완전 폐지…강북 공급·강남 안정 목표
오 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2015년부터 서울시내 신규 지정 재개발 구역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신규 주택공급이 억제됐다”라며 “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24만호 주택공급을 시작하겠다. 최근 10년간 주택공급 감소분을 만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주택공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재개발 규제완화 6대 방안의 취지는 재개발 구역 지정 등 초기 단계 문턱을 낮추고 공공 개입을 강화해 속도를 내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연평균 2만6000호, 5년간 13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이후 신규 지정이 없던 만큼 지난 10년간 연평균 공급량인 1만2000호의 두 배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다.
재건축 방안은 '추후' 발표하겠다며 뒤로 미뤘다. 이는 강남권에 밀집된 재건축보다 강북권에 산재한 재개발 가능 지역에 먼저 손대 노후화·슬럼화가 진행된 강북권 일대 주거환경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빈발한다고 판단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감속' 신호를 보내면서 시장 상황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서울시는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우선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고유의 제도인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 구역 지정 요건을 따질 때 건물 연면적 노후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노후도를 측정할 때 ‘구역 내 건물 동수의 3분의 2 이상’이 기준이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중 ‘구역 내 건물 연면적의 60% 이상’을 핵심 기준으로 삼은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했다. ‘뉴타운 열풍’으로 재개발 구역이 난립할 때 ‘출구 전략’으로서 만든 제도다. 통상 동수보다는 면적을 기준으로 삼을 때 노후도를 충족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 제도가 ‘재개발 걸림돌’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주거지 중 법적 요건이 충족되는 구역은 전체의 약 50%에 달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 가능지역은 14%로 대폭 줄어든다”며 “상당수의 노후 저층주거지가 주거환경은 날로 열악해지지만, 재개발이 불가능해 슬럼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말했다.
정비계획은 서울시가 주도해 수립한다. 재개발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맡는 일명 '공공기획'이다. 기존에는 자치구가 맡아 42개월 정도 소요됐으나 서울시의 공공기획이 도입되면 소요 기간이 14개월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제안사전검토 절차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절차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신규 구역 지정도 추진한다.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화, 슬럼화된 곳이 대상이다. 서울시의 재개발해제구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제지역 316곳 중 절반이 넘는 170여 곳(54%)의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구역들은 모두 법적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주민들의 재추진 의사만 있으면 신규구역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해제지역의 70%는 동북서남권에 몰려있어 해당 지역에 재개발이 재추진되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다.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도 실시한다. 자치구별 주택수급계획과 재개발 현황 등을 토대로 공급 목표를 설정하고 재개발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 25개 이상 구역을 발굴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이번 재개발 규제 완화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재개발과 민간 재개발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연스럽게 공공 재개발과 민간 재개발이 시장에서 선택될 것"이라며 "신규 주택공급의 좋은 루트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민 찬반 갈등과 투기세력 유입 차단 방지 대책도 내놨다.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후보지를 공모할 때 공모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하고, 공모일 이후 투기세력의 분양권 취득을 위한 다세대 신축 등 지분 쪼개기를 원천 차단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이후에는 실소유자만 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주민동의율 확인절차는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사업 초기단계인 주민제안 단계에서는 동의율을 10%에서 30%로 높여 주민간 갈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비계획 수립 단게에서는 3분의 2이상 주민 동의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을 적용받고 있는 지역에 대해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완화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