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법 진화 법보다 빨라…해외에 ‘꼭꼭’ 적발 어려워, 검거해도 처벌 약해 재범률 높아
이 두 종류의 사기 사건을 모두 접해본 수사 관계자들은 ‘FX마진거래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의 자금이 고스란히 범죄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FX마진거래라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다시 베팅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배당금을 주다 보니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두 사기 아이템 모두 4~6개월 기간을 텀으로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어 사기를 치는 등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 검찰은 FX마진거래 업체 한 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이 합법적이라고 홈페이지에 홍보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은 뒤 실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검찰이 파악한 범죄 금액 규모는 2000억 원 수준.
가장 흔히 이뤄지는 FX마진거래 사기 사례에 해당한다. FX마진거래는 이종 통화 간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일종의 환차익 거래를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얻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합법 FX마진거래’라고 속인 뒤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사기업체가 넘쳐난다.
이들은 직접 만든 사설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이들이 HTS 안에 표시되는 해외 통화의 거래액도 임의적으로 손을 댄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 움직임에 따라 변동되는 진짜 FX마진거래와 달리 얼마든지 조작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최근 착수한 사건 역시 이런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이득을 본 투자자가 “원금과 이익을 회수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이익이 난 부분에 대해 30%의 수수료가 필요한데 이를 입금해야 한다며 ‘해외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원금은 물론이고 수수료까지 챙겼다고 한다. 2억 원의 이익이 났다고 가정하면, 해외 계좌로 6000만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모두 2억 6000만 원을 가로챈 셈이다. 이들은 “수수료를 입금하면 원금과 이익분을 1~2주일 정도 뒤에 받을 수 있다”고 속여 수수료까지 완벽하게 챙겼다. 범죄를 저지른 일당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어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검거가 쉽지 않다.
이들은 범죄수익 계좌를 여러 개로 나눈 뒤, 이 가운데 일부만 조직 내 공범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익 규모를 숨긴다. 은닉 계좌까지 수사가 닿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라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FX마진거래 범죄 수사로 드러난 혐의액이 1000억 원이라고 하면 실제 피해액은 2~3배는 될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입증된 혐의액 규모보다 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투자금을 아예 사기 목적으로 가로채고 시작하는 FX마진거래와 달리,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지속적인 베팅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도박 사이트 운영을 총괄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 등 일당에게 징역 5년 등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스포츠 경기 승패나 득점차 결과에 따라 전자화폐를 지급하거나 베팅액을 환수하는 방법으로 300억 원 규모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일당은 스포츠 경기 배당률과 경기 결과 입력, 충전과 환전, 사이트 관리 등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들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만 회에 걸쳐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하지만 실제 재판부가 판단한 범죄수익 규모는 수십억 원 수준이었다. 정 판사는 “도박으로 인한 과다한 채무를 유발해 2차 범행 또는 사회적 피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범죄수익으로 손쉽게 과다한 대가를 취득해 건전한 근로 의식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으로 폐해가 커 엄벌해야 한다”며 징역 5년과 함께 범죄수익금 32억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거래가 이뤄진 것에 비하면 드러난 범죄수익금은 낮았다.
FX마진거래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등 온라인 투자 사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유사수신 및 금융거래를 가장한 사기 행위 제보·상담 건수는 335건이었다. 전년 동기(249건) 대비 34.5% 증가했다.
금융 범죄 사건에 정통한 변호사는 “최근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고수익을 노린 자금들이 SNS 등을 통해 FX마진거래까지 엄청나게 밀려들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불법 사설업체들이 수사의 빈틈까지 파악하고 있어 보통의 경찰, 검찰 수사로는 범죄 수뇌부까지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이 나오는 포인트다. 앞선 변호사는 “FX마진거래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받은 자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사기로 기소하지만 합의를 할 경우 처벌이 징역 5~6년 내외로 결정된다. 감형 받아 집행유예를 받을 경우 곧바로 다시 똑같이 범죄를 저지른다”며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사건은 사기가 아닌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해 양형이 더 약하다. 이들에게 더욱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암호화폐 관련 사기도 잇따르고 있는데, 법의 사각지대 영업으로 사회적 우려가 크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볼 것인지 등 명확히 규정 짓지 못하는 사이에 이를 토대로 한 마진·레버리지 거래 등이 급증하고 있고 사설 홈페이지를 만들어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사건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문제는 암호화폐가 사기 외에는 처벌이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 투자 상품을 만들고 운영을 했을 경우 처벌 기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