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00조 붕괴 ‘위기감’ 속 LG‧화웨이 빈자리 중저가폰으로 공략중
삼성전자 IM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29조 2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31%, 지난해 1분기 대비 12% 상승한 실적이다. 하지만 이는 ‘반짝 실적’일 뿐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을 미뤄볼 때 삼성전자 IM부문의 기세가 이전 같지 못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IM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99조 5900억 원으로 107조 2662억 원이던 2019년 대비 7% 감소했다. IM부문 매출이 10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위기감이 감돈 이유기도 하다.
올해 1분기 실적 반등 이유 중 하나로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확대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가격경쟁력을 갖춘 갤럭시A12와 A32, A42 등 갤럭시A 시리즈를 연달아 출시했다. 이들의 가격은 각각 27만 5000원, 37만 4000원, 44만 9900원으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Z플립(134만 9700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중저가 스마트폰인 ‘se’ 모델과 샤오미와 같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인구가 많은 인도‧중국 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Z플립 등 고가 스마트폰 생산에 주력했는데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늘리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지난 4월 30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4분기 시장 점유율 16%를 기록하며 애플(21%)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시기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의 흥행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애플(17%)을 누르고 22%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수익성 극대화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고가 스마트폰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M부문은 갤럭시A 시리즈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ASP(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2조 50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집중하는 동안 글로벌 네트워크 5G 시장은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기점에서 5G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향후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지난 3월 24일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5G 장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7.1%로 5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가 화웨이(31.4%)와 에릭슨(28.9%), 노키아(18.5%), ZTE(10.9%)보다 뒤처진 것이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LTE 스마트폰 사용에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네트워크 이용량이 많아지며 LTE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2~3년 이내에 5G로 모두 넘어가야 할 텐데 여기서 시장 점유율이 뒤처지면 이후 주도권은 누가 가져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가 삼성전자 IM부문의 운명을 가를 해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오는 7월 말 휴대폰 사업 철수를 앞두고 있다. 최근 미국-중국 무역 갈등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도 기존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
LG전자와 화웨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체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애플 자체의 운영체제 iOS보다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눈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또 LG전자와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중저가로 분류된 만큼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가 소비자들을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이들의 빈자리 확보에 성공하면 독보적인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통신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만 보고 달려오며 고스펙,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에 집중했는데 최근 오포, 샤오미, 비보 등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약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화웨이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점유율을 늘릴 ‘골든타임’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IM부문 무선사업부에 경영진단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진단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 있었던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감사 성격의 경영진단을 단행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 100조 원이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지며 내부에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경영진단은 IM부문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고동진 대표이사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대표는 모바일 사업의 방향을 잡고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갤럭시S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며 5G 시장 영향력도 확보하는 동시에 갤럭시A 시리즈로 시장 점유율도 높여야 하는 고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절박감을 느끼는 삼성전자가 IM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 등에서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번 경영진단이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앞의 통신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한 점검에 나서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향후 시장 점유율을 더 빼앗기고 실적이 불안해질 경우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이번 경영진단에 그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실적 하락에 대한 새로운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은 경영진단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