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도서관 근처 24시간 무인 영업도…청소년 무방비 노출, 경찰 ‘우회 단속’ 나서
일요신문 취재 결과, 리얼돌 체험방의 영업 형태는 성매매 업소와 유사했다. 그러나 위법한 부분 또한 없었다. 결국 경찰은 오는 7월까지 '우회로'를 통해 전국의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하기로 했다. 일요신문은 국내 리얼돌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외 연구 결과, 방문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리얼돌 체험방을 찾는 이들은 누구이며 구매 동기와 특징 등을 알아봤다.
#인형과 성관계를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지난해 1월 처음 리얼돌 체험방을 다녀왔다는 남성 A 씨는 6월 7일 일요신문에 “인형에는 관심이 없었다가 뉴스 보도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다녀오게 됐다. 비대면으로 예약했고 별도의 성인 인증은 없었다. 입금을 하면 문자로 장소를 알려주는데 평범한 오피스텔 원룸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원룸에 인형과 단 둘이 남겨진 순간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라는 자괴감이 몰려왔다”며 “인형을 잡고 성행위를 하려는 내 모습이 어색해서 (성행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취향이 맞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은 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체험방을 지속적으로 찾는 고객 다수는 리얼돌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이다. 온라인에는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다만 이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야만 한다. 국내 IP 주소로는 게시글을 온전히 보기 어려웠다. 커뮤니티에서는 리얼돌에 대한 각종 정보는 물론 전국의 리얼돌 체험방 후기 등이 공유되고 있었다. 특정 리얼돌을 사용하기 위해 왕복 6시간 거리의 지역을 방문하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체험방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대부분 ‘아직 자기 소유의 인형을 마련하지 못해서’였다. 리얼돌의 가격은 평균 수백만 원에 달한다. 인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제품이 출시되면 사용해 보기 위해’ 체험방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수백만 원의 돈을 들여 리얼돌을 사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영국 더럼대학의 질리언 벤틀리 인류학과 교수와 그 연구팀은 리얼돌 구매자 83명의 동기와 경험에 대해 조사했다. 구입자 대다수는 리얼돌 관련 커뮤니티에서 2년 이상 활동한 회원이었으며 90%가 남성이었다. 이 가운데 58%는 독신이었고 일부는 자신이 인형과 연애 중이거나 결혼했다고 답변했다. 즉, 미혼 혹은 연애 상대가 없는 성인 남성이 리얼돌을 주로 구매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지 성욕 해결만을 위해 리얼돌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인형을 소유하게 된 동기에 대해 ‘성적 목적’ 외에도 ‘여성을 만나고 싶지만 실제 관계로 이어지기까지의 어려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 ‘정서적 교류와 외로움 완화’ ‘의사소통’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밖에도 ‘옷 입히고 사진 찍기’ 등 단순히 취미 활동을 위해 인형을 구입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구매자 대부분은 자신의 인형이 사람과 비슷하게 생기길 원했으나 완전히 똑같거나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한 응답자는 인형의 생김새와 지능에 대해 ‘인형과 로봇에 자유 의지를 넣는 것은 우리의 패배를 의미한다. 나는 그녀가 나의 환상대로 살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외로움을 달랠 정도의 소통은 원하지만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나 완전한 자아를 가진 인격체는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리얼돌 산업이 여성에 대한 학대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구매자들은 사회적 배제의 영향을 줄이는 것의 하나로 인형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구매자들이 인형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하는 동시에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에 무방비 노출
이 관점에서 보면 리얼돌 체험방과 이곳에 출입하는 이들을 폭력적 성향이 있는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법적인 부분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미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다는 판결을 내린 까닭이다. 재판부는 이미 리얼돌을 성기구의 하나로 인정한 상태다.
그러나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리얼돌 체험방’의 진짜 문제로 리얼돌보다 ‘체험방’이라는 신·변종 업소가 미성년자가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에 개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포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여·29)는 “특별히 리얼돌이라서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영업 형태가 일반적인 성인용품점과 다르지 않냐”며 “단순히 성인용품만 사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업소에서는 미리 예약해 둔 인형으로 자위행위를 한다. ‘자위방’이라는 간판을 달았으면 학원이나 학교 근처에 들어올 수 있었겠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국내 리얼돌 체험방은 마음만 먹으면 미성년자의 접근이 가능한 구조이기도 했다. 예약 절차가 다소 허술한 까닭이다. 개업 초창기만 해도 전화를 통한 예약이 다수였고 현장에 도착하면 업주가 마중을 나오는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완전 비대면으로 바뀐 곳이 대부분이었다. 24시간 무인으로 영업 중인 곳도 있었다. 리얼돌 커뮤니티 회원에 따르면 현재 체험방 예약은 별도의 성인 인증이나 신분증 확인 없이도 가능하다. 대리 입금이나 입금자명을 바꿔서도 가능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상황은 학원과 도서관 등 청소년의 출입이 잦은 다중이용시설 내 리얼돌 체험방이 입주한 경우인데 현행 법체계에서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히 없는 까닭이다. 리얼돌 체험방은 이미 청소년유해시설로 분류돼 학교 경계 직선거리 200m 밖에 위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상가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입주하지 못 할 이유는 없다. 이런 까닭에 일부 시민들은 법원에서 리얼돌의 수입 허가 판결을 내릴 때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 시민 이 아무개 씨(34)는 “솔직히 말하면 리얼돌 관련 논의는 여성 단체와 일부 인형 마니아 사이의 다툼이라고 생각했다. 법원 결정이 일반 시민들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어느 날 시내 한복판에 ‘체험방’이라는 간판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아들이 학원을 다녀오더니 체험방이 뭐냐고 묻더라. 아이들에게만큼은 바람직한 성관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 아닌가. 대법원이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인지 아쉽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소년의 접근이 불가하도록 신·변종 업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경찰청은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리얼돌 체험방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오는 7월까지 전국에서 집중 단속을 벌인다. 경찰은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건축법 등을 적용해 우회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 리얼돌 체험방 영업이 늘고 있다”며 “불법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성인식 왜곡을 막기 위해 단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