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C’ 150일 만에 36배, ‘클로버헬스’ 3일 만에 3배…밈 담은 ETF까지 등장 “이젠 상수”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는 한국 주식갤러리와 비슷한 WSB(Wallstreetbets)라는 게시판이 있다. 이곳에서 논의되고 입소문을 탄 종목들은 밈(Meme) 주식이라 불린다. 밈은 재미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부르는 말로 주식에도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밈 주식으로 분류되면 개미들이 몰려 폭등이 나오고 폭등이 나오면 다시 개미들이 더 쏠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밈 주식은 공매도 세력과 헤지펀드에 대한 증오에서 태어났다. 밈 주식 탄생은 게임스탑이 상승하자 공매도 세력이 엄청난 양의 공매도를 해놓은 뒤 개미투자자를 비웃은 것을 계기로 본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공매도 세력을 말려 죽이는 방식의 투자 방식을 선호한다. 투자 관련 유튜브를 운영 중인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밈 주식 종류가 많아지고 있지만 공통점을 찾아보면 공매도 잔량이 다른 주식들보다 많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WSB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이 많은 주식을 매수해 일시에 가격을 끌어올려 숏스퀴즈를 일으키는 방식을 취한다. 공매도 세력은 일정 수준 이상 주가가 올라가면 공매도 포지션을 접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매도 세력은 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시장에서 다시 사서 돌려줘야 한다. 가격이 오르는 주식에 기관까지 뛰어들어 사들이기 시작하면 한 번 더 가격 폭등이 시작된다. 이를 숏스퀴즈라고 한다.
밈 주식 대장주는 기존 게임스탑에서 미 최대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MC엔터테인먼트는 게임스탑보다 시가총액 규모도 크고 상승 폭도 눈에 띈다. AMC엔터 주가는 6월 3일 한때 72달러를 찍기도 했다. 연초 AMC엔터 주가는 2달러대였다. 약 150일 만에 36배 상승이다.
AMC도 이에 화답했다. AMC는 홈페이지에 개인투자자 전용 포털을 만들어 공짜 팝콘을 주기로 했다. 이 외에도 주주들에게는 이벤트, 특별상영관 초청 등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AMC는 다이앤 포시 고릴라 기금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WSB에서는 자신들을 유인원(Apes)이라 부른다. 이들은 고릴라나 원숭이들로 밈을 만든다. AMC가 WSB를 정확히 노린 행보였다.
밈 주식 열풍이 시작된 게임스탑도 다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말 최고 480달러까지 폭등했다가 2월에는 40달러대까지 폭락하면서 ‘게임스탑은 끝났다. 원래 가격대로 20달러로 갈 것’이란 헤지펀드들의 예상을 깨뜨렸다. 게임스탑은 6월 9일 3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에는 클로버헬스가 WSB의 타깃이 되고 있다. 6월 8일 건강보험회사 클로버헬스(CLOV) 주가는 하루 만에 85.82% 폭등하며 마감했다. 전날에도 32% 급등했던 클로버헬스는 이틀 만에 약 2배 가까운 상승을 보였다. 6월 9일에도 약 33% 상승하면서 장 중 한때 28.85달러까지 터치했다. 6월 7일 약 9달러에 거래됐던 주가가 3거래일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클로버헬스 주가 폭등도 게임스탑처럼 WSB에서 비롯됐고 그 중심에는 차마스가 있다. 차마스는 게임스탑 사태 당시 ‘유통 주식수의 140%까지 공매도가 가능한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이번 게임스탑 사태는 숏스퀴즈를 일으키려고 한 개인투자자의 스마트한 접근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개미투자자를 두둔한 바 있다.
김동주 대표는 “차마스는 최근 10년 동안 수익률이 워낙 높아 ‘리틀 버핏’이라고 불린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투자자를 3명을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아크인베스트를 이끄는 캐시 우드, 그리고 차마스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버헬스는 차마스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런데 2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부르크리서치가 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공매도 잔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WSB에서는 자신들을 두둔해 준 차마스가 상장시킨 회사인 데다 공매도 잔량까지 많아지자 매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WSB에서는 “아직 못 들어간 유인원들은 클로버헬스에 타라. 이륙할 준비가 끝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WSB발 급등이 계속되자 아예 상장지수펀드(ETF)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3월 4일 설정된 버즈(BUZZ) ETF는 WSB, 소셜네트워크 등에서 많이 언급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운용사 측은 지수는 월 단위로 종목을 교체하기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끄는 기업은 편입됐다가도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세력이 쌓이면 어김없이 WSB발 공격이 시작되니 기관들도 공매도를 쉽게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연초 게임스탑 사태만 해도 공매도를 취한 헤지펀드의 손실이 약 80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었다. 물론 밈 주식 거래는 개미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들도 매수해 같은 기관을 공격하기도 하고 블록딜로 주식을 사와 다음날 급등 시 파는 단타 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축은 개미들이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9일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WSB발 주가 급등 사태는 공매도 세력에게 큰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맷 말리는 “공매도 세력들이 심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많은 전략 모델이 무너졌다. 게임스탑이 300달러에 거래되거나 AMC가 70달러에 거래되는 걸 설명하는 어떤 모델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매도 잔량이 30% 이상인 주식 종목이 연초 43종목에서 19종목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연초 게임스탑 사태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전문가는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일종의 연합체 성격의 세력이 됐고 이들을 하나의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주 대표는 “당연히 WSB 등은 투자자라면 체크해야 할 요소가 됐다.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세력이 됐다”면서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모여 그들의 전략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걸 안 본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상수가 된 밈 주식 열풍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번져 나가고 있다. 햄버거 체인 웬디스, 에너지 기업 클린에너지(CLNE),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wish), 휴대전화 기업 블랙베리(BB) 등 다양하다. 밈 주식은 폭등과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스탑처럼 500달러 가까이 갔다가 4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는 만큼 접근에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