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바둑협회, 서울 에코 누르고 토너먼트 희망 살려…함양·부천·평창 등 지자체 지원 팀들 동반 상승세
이틀간 치러진 8~11라운드는 치열한 순위 경쟁의 연속이었다. 7라운드까지 전승을 거두며 선두를 질주했던 서울 에코는 이후에도 3승을 더해 10연승을 달성했으나, 11라운드에서 대구바둑협회에 덜미를 잡히며 연승행진이 마감됐다. 또 함양 산삼과 서울 아비콘포에버는 8승 3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거의 확정했으며 7승 4패의 부천 판타지아와 YES평창도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태다.
그러나 중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은 극에 이르러 8위까지 나가는 포스트시즌에 어느 팀이 오를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압구정을 비롯한 3개 팀이 6승 5패로 호시탐탐 선두권을 엿보고 있고 5승 6패 3팀, 4승 7패 3팀도 최종 12~15라운드 결과에 따라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볼 수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태다. 뜨거웠던 평창에서의 승부를 돌아봤다.
#지자체 팀들의 약진
모든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고 있지만 올해 내셔널바둑리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을 받는 팀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함양 산삼 팀이 그렇고 공동 4위 부천판타지아와 YES평창, 7위 의정부 행복특별시 팀도 바둑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남다른 지자체 팀들이다. 부천은 수년간 시니어 바둑리그 팀을 운영했었고, 평창은 한왕기 군수가 평창군 바둑협회장을 역임했고 평창에 대단위 바둑연수원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다. 의정부 역시 안병용 시장이 의정부를 한국바둑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바둑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곳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팀 모두가 내셔널리그 성적이 좋아서 관계자들 사이에선 ‘순위가 오르려면 바둑을 지원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부천판타지아 윤명철 감독은 “부천시 체육회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천시에서는 관내 직장운동선수 13명에게 훈련비를 지급했는데 그중 4명이 바둑 종목 선수였다. 현재 우리 팀 선수 전원도 부천시 체육회로부터 훈련비와 활동비를 제공받는다. 아직 실업팀이라 할 순 없지만 과거에 비해 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YES평창 김용섭 감독은 “2년 연속 평창에서 내셔널바둑리그를 개최할 정도로 군에서 관심이 높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도 된다. 우리 팀은 고희를 넘긴 김희중 선수와 홍일점 박예원 선수의 분전으로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이상빈 등 주니어 선수들이 살아난다면 평창군에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바둑협회와 서울 에코의 엇갈린 희비
대구는 지난해 우승팀. 하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었다. 멤버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7라운드까지 1승 6패로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서울 에코는 7전 전승 단독선두. 그런데 평창에서 대구 팀에 반전이 있었다. 8~10라운드에서 3승을 쓸어 담더니 마지막 11라운드에서 10전 전승의 서울 에코를 만났다.
소개하는 바둑은 서울 에코의 에이스 이철주 선수와 대구 이루비 선수의 대국. 이 대국 전까지 이철주는 10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이루비는 뜻밖의 부진으로 2승 5패에 머물고 있었다.대구바둑협회는 이루비 선수의 승리를 발판 삼아 평창에서 4연승을 기록,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반면 전승가도를 질주하던 서울 에코와 이철주 선수는 대구바둑협회와 이루비 선수에게 뼈아픈 패점을 기록하며 11경기 만에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
장면도1(흑, 부담스럽다)
(흑 이철주, 백 이루비) 백1은 이른 시기의 응수타진. 그냥 A면 평범했다. 흑은 고분고분 이어주고 싶은 장면은 아닌데 그렇다곤 해도 흑6은 심했다. B 정도로 자세를 잡으며 천천히 공격할 곳. 백7에 흑8의 보강이 필요한데 백9로 흑의 본진을 향해 날아드니 일찌감치 흑이 부담스런 국면이 됐다.
장면도2(백, 위기)
큰 전투로 인해 하변이 촘촘한 모습. 하변에서는 흑이 포인트를 올렸다. 문제는 상중앙 백 넉 점의 타개. 그러나 백1은 흑2와 교환되어 악수다. 그냥 3에 둘 곳. 뒤늦게 3으로 붙여갔지만 흑4로 백의 위기다.
장면도3(흑의 패착)
백은 2로 끊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나 흑3으로 뻗은 것이 이 바둑의 패착. 백4로 흑 한 점이 잡혀서는 흑이 곤란하다.
장면도4(흑의 의도)
흑을 든 이철주 선수는 흑1의 씌움을 유력하게 생각했던 듯. 그러나 백2·4로 끼워 잇고 보니 도처에 흑의 약점이 보여서 공격이 어렵다. 백6으로 끊겨 10까지 되고 보니 곤마가 오히려 상변 백 모양과 호응하니 흑이 이기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AI(인공지능)는 이 장면에서 백이 11.8집 유리하다고 판정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