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보령’ 김채영의 ‘삼척’ 양강구도 속 허서현 등 유망주들의 도전 화두
지난 4월 27일 열린 선수선발식을 통해 팀을 꾸린 8개 팀은 시즌 준비를 마무리하고 20일 디펜딩챔피언 보령 머드와 서귀포 칠십리의 개막전으로 일곱 번째 시즌의 포문을 연다.
5월 17일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 기념촬영 모습. 사진=한국기원 제공
올해 여자바둑리그에는 전기 우승팀 보령시(보령 머드·감독 문도원)를 비롯해 부광약품(서울 부광약품·감독 권효진), 포스코케미칼(포항 포스코케미칼·감독 이정원), 삼척시(삼척 해상케이블카·감독 이다혜), 부안군(부안 새만금잼버리·감독 김효정), 여수시(섬섬여수·감독 이현욱), 서귀포시(서귀포 칠십리·감독 김혜림) 및 신생팀 순천시(순천만국가정원·감독 양건) 등 8개 팀이 출전한다.
올해는 팀당 4명씩(주전 3명, 후보 1명) 선발한 결과 대폭적인 선수 이동이 일어났다. 지난해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는 10명에 불과하다. 여자랭킹 1위 최정이 보령 머드의 지역연고선수로 사전 지명을 받은 가운데 전년도 소속팀에서 보호 연한이 만료된 2위 오유진은 순천만국가정원에, 3위 김채영은 삼척 해상케이블카에 선발됐다. 또 권주리와 허서현은 각각 포스코케미칼과 부광약품에 처음으로 1지명 부름을 받았다.
대규모 선수 이동이 발생한 만큼 우승은 어떤 팀이 차지할지, 또 상위 4개 팀이 진출하는 포스트시즌에는 어느 팀이 진출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개막전을 치르는 서귀포 칠십리(왼쪽)와 보령 머드. 사진=한국기원 제공
각 팀 감독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으로 보령 머드를 꼽았다. 2연패를 노리는 보령 머드는 지난해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작년 정규리그에서 13승 1패를 기록했던 여제 최정이 건재하고 강다정, 김경은, 박소율이 뒤를 받치는 진용인데 2003년생 김경은과 2004년생 박소율의 성장세가 빨라 지난해보다 전력이 나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안형준 5단은 “최정이라는 독보적 에이스의 존재만으로도 상대팀에게는 큰 압박이 된다. 유망주에서 즉시전력감으로 성장한 김경은과, 박소율의 빠른 성장세도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난해 2승 8패로 부진했던 강다정이 2019년도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1지명 최정 없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 보인다. 문도원 감독도 우승 경험치가 있어 보령 머드는 전체 14라운드 중 11승, 혹은 12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자랭킹 2위 김채영이 팀을 이끌고 2지명 조혜연, 3지명 김은선, 후보 김수진은 이름값만으로도 우승후보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디 하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대세라는 신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관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이다.
서울 부광약품의 1지명으로 선발된 허서현. 2019 바둑대상 여자 최우수신인상 수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령과 삼척의 양강구도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많았지만 나머지 두 팀을 두고서는 예측이 많이 엇갈렸다. 하지만 굳이 한 팀을 더 꼽는다면 서울 부광약품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 살짝 더 많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1지명으로 선발된 허서현은 기복 없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2지명 박지연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지명으로 선발되던 인물. 지난해에도 9승 5패를 기록하는 등 2지명 중에서는 최고의 전력이다. 거기에 3지명 정유진이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각광받고 있어 부광약품을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팀”으로 지목한 이유다.
남은 한 팀을 두고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섬섬여수와 순천만국가정원을 꼽는 이들이 많았고, 서귀포나 부안 새만금잼버리, 포스코케미칼의 전력이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매년 그랬듯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안형준 5단은 “올해 여자바둑리그의 핵심 화두는 ‘유망주들의 도전’이라고 본다”면서 “2002년생인 허서현이 처음으로 주장을 맡으면서 여자바둑도 ‘00후 세대(2000년 이후 출생)’가 처음으로 전면에 나섰다. 허서현을 필두로 00후 세대인 김경은, 박소율, 김노경, 정유진, 유주현이 과연 기존 선배라인을 공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만일 이들이 선배들 공략에 성공한다면 여자바둑리그는 물론 여자바둑 전체 판도도 확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5500만 원이며,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상금과 별도로 주어지는 대국료는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 미출전 수당 10만 원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는 3판 다승제의 14라운드 더블리그를 통해 순위를 정한다. 9월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는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진출하며 스텝래더 방식으로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을 거쳐 최종 챔피언을 결정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