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축소 우려’ 안철수 합당 시간끌기…‘모셔가기 기대’ 윤석열 주도권 싸움…‘설화 논란’ 홍준표 복당 시 파장
#‘안잘알’이 오히려 걸림돌 되나
이준석 대표는 스스로 안철수 대표를 잘 아는 ‘안잘알’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인 6월 12일 자신이 사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카페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6월 16일에는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했다. 이날 공식 만남에서 곧바로 안 대표에게 합당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안 대표는 냉랭했다. 안 대표는 “범야권이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 양당 통합”이라고 원칙론만 꺼내놨을 뿐, 각론에 들어가서는 국민의힘과 일치하는 의견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두 당이 살림을 합치면 ‘국민의힘’ 당명을 바꿔야 한다는 기습 제안까지 나왔다. 안 대표는 이 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그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며 당명 변경 추진에 대해 강경한 어조를 드러냈다. 이준석 대표는 황당하다는 발언을 꺼냈다. 당명 변경은 완전히 새로운 제안이며, 원내대표 시절 안 대표와 합당을 논의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로부터 인수인계 받지 못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측 합당 실무를 맡게 될 권은희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강한 견제구를 쏟아냈다. 권 원내대표는 6월 16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의 이른바 ‘버스 정시출발론’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만 가질 수 있는 이론”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의 버스 정시출발론은 야권 주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한꺼번에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방안으로, 안 대표도 ‘기호 2번’으로 대선에 출마하려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시작하는 8월 말까지는 들어오라는 의미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두 당의 합당 추진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당의 협상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안 대표는 물론 국민의당 실무 협상단이 이 대표에 대한 신뢰 자본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안 대표가 이 대표의 버스에 당장 올라탈 뜻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6월 17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해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는 당대표의 나이가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혁신 의지와 실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 버스에 올라타면 ‘고만고만한 존재’로 전락한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정표가 많다는 점에서 안 대표는 존재감 과시를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은 풀이한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들어올 마음이 없는’ 안 대표를 끌어들일 강력한 유인책이나 보상책을 갖고 있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안 대표가 웬만한 유인·보상책이 아니라면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진단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안 대표가 만족하는 유인·보상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판 협상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 전제는 상호 신뢰를 심어야 한다는 점, 또 하나는 협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안 대표는 자신에 대해 ‘안잘알’이라고 지칭하며 존재 가치를 깎아내린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 또 협상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안 대표의 시간끌기식 협상전략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윤석열, 2번 버스 압박이 오히려 독?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너무 압박형 자세를 취하면서 입당 추진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6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자꾸 하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최근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막판에 ‘뿅’하고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들이 지지해주지 않는다”며 입당을 압박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을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로 영입해야 하는데, 이 대표가 너무 자신감에 빠져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선시계가 빨리 돌아가는데 윤 전 총장만 한 대체 인물을 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버스에 바로 올라타겠다는 얘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빅텐트’ 얘기까지 꺼내들었다. 윤 전 총창 측은 보수·중도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는 게 윤 전 총장 구상이라고 밝혔다. 보수층에만 호소하는 전략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6월 11일 김대중도서관을 방문, 김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을 표했다. 자신을 ‘국민 소환 후보’라고 인식하는 윤 전 총장이 지지층을 최대한 넓게 가져가 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꼽히는 이철우 연세대 교수도 6월 16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서 ‘큰 정치’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 민심까지 아우르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대표할 큰 정치인이 필요하다. 새 정부를 열어가야 한다면 새 정치뿐 아니라 큰 정치도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 윤 전 총장을 보수 세력 정치인으로만 가둬두는 것을 경계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지지율 30%를 넘나드는 후보를 너무 쉽게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큰 정치 빅텐트, 이런 단어를 끄집어내는 것은 의도적 메시지다.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나를 어떻게 모셔갈 건지 궁리를 해오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말고도 선택지가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비쳐진다.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는 다르다. 윤 전 총장은 거친 싸움을 해본 사람이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후보다. 이 대표는 후보 영입을 위해 좀 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은 급기야 6월 17일 이동훈 대변인을 통해 “여야의 협공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여당도 집어넣긴 했지만 “어서 들어오라”고 압박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우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준석 대표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내 갈 길’ 발언이 나오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잠재적인 우리 당,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분들과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건 피하려고 한다”며 대선 주자들에 대한 종전의 공격적 언변과는 결이 다른 태도를 나타냈다.
#홍준표 복당 파도는 어쩌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 전 총장의 입당 과제보다는 쉬운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 의원의 입심이 워낙 세 설화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당내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여러 차례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 시기적으로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홍 의원은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으며, 현재 최고위 의결만 남겨둔 상황이다.
홍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홍 의원은 6월 14일 “쇼타임은 끝났다. 이제 이 대표의 역량을 볼 차례”라며 “세대 통합을 하고 당대표로서 당의 얼굴이 돼 이 험한 정치판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힘든 시험대에 올랐다”고 적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홍 의원의 복당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특히 이 대표의 강한 지지 세력이기도 한 바른정당계가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와 친한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의원은 홍 의원 복당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가까스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국민의힘에 도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6월 14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홍 의원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구시대 정치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진 환골탈태했다고 보지 않는다. 노력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복당한 뒤 집권세력에 대한 홍 의원의 시원한 비판은 당의 자산이 되겠지만 윤석열 전 총장 등에 대한 비판은 분란의 소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