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팀 제의 가능성 희박, 스스로 FA 선언도 불가…“양현종은 계속 미국에 남고 싶어 해”
18일(한국시간) 전화 연결이 된 양현종 측근은 양현종의 현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은 18일 LA 다저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우완 투수 데니스 산타나를 40인 로스터에 올리면서 양현종을 양도지명 조치했다. 선수가 이와 같은 통보를 받은 건 마이너리그 연고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전날인 17일까지만 해도 양현종이 마이너리그 강등에도 불구하고 40인 로스터에 잔류했다는 사실을 주목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새로운 투수 영입과 양현종의 양도지명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
양현종의 새로운 소식 관련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취재를 통해 양현종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부분을 살펴본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
양현종은 2월 13일 텍사스와 스플릿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을 맺고 미국행을 선택했다. 뒤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양현종은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채 ‘택시 스쿼드’ 일원으로 원정 경기에 동행했지만 텍사스가 홈경기를 치를 때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만 했다.
마침내 양현종은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을 통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롱 릴리버로 좋은 모습을 보인 그는 5월 6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경험했다. 하지만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쉽게 흔들렸다. 5월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3⅓이닝 7실점했고, 5월 31일 시애틀전에서도 3이닝 소화(3실점 1자책점)에 그쳤다. 이후 불펜으로 내려간 양현종은 좀처럼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모처럼 출전한 6월 12일 LA 다저스전에서 1⅓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빅리그에서의 양현종은 총 8경기(선발 4경기) 29이닝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6월에는 12일 LA 다저스전서 구원 등판한 것이 전부다.
#현실적인 시나리오
양현종은 이제 일주일 이내에 다른 팀이 영입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마이너리그에 잔류해야 한다(웨이버 통과를 의미). 만약 다른 팀에서 웨이버 클레임(선수에 대한 권리 양도 의사)이 있다면 새로운 팀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겠지만 최근 양현종의 성적을 고려한다면 가능성 없는 내용이다. 즉 웨이버 통과 후 마이너리그 잔류가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일부 언론에서 양현종이 마이너리그 잔류보다는 FA(자유계약선수) 선언 후 한국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양현종은 FA를 선언할 자격이 안 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 A 씨는 양현종 신분 관련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양현종은 웨이버 통과 후 마이너리그에 남아야 한다. 만약 구단이 트리플 A에서도 양현종의 효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방출한다면 국내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 FA 선언은 불가능하다. 메이저리그 룰을 살펴보면 FA 선언은 두 번째 웨이버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텍사스 구단에서 양현종을 방출하려면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구단은 그런 선택을 하기보다는 양현종을 마이너리그에 잔류시킨 후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다.”
한때 류현진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야마구치 슌이 올 시즌 토론토에서 방출된 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계약을 맺었다가 일본으로 복귀한 배경에는 소속팀에서 야마구치를 방출했기에 가능했다.
#양현종의 입장
사실 선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양도지명 조치 후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뿐이다. 그럼에도 양현종의 입장이 궁금했다. 에이전트 A 씨는 “양현종은 계속 미국에 남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트리플 A에서 등판을 이어가다 빅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게 선수한테도 바람직한 결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종의 측근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일단 양현종은 마이너리그에 잔류하게 된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경험을 더 쌓고, 투구폼을 가다듬은 후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리플 A에서 자신의 루틴을 갖고 선발로 뛰며 등판을 이어간다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투구폼, 마운드 운영 등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피력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올 시즌 화두는 ‘리빌딩’이다. 물론 올 시즌 구단 운영을 살펴봤을 때 리빌딩에 충실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리빌딩을 앞세웠다면 33세의 ‘루키’ 양현종을 빅리그로 콜업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다. 양현종이 빅리그에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면 양도지명 조치되는 일도 없었겠지만 현재 그는 25세 산타나의 영입으로 40인 로스터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17일 경기 전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양현종이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뛰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아직 양현종의 최고의 폼을 보지 못했다. 기회가 많이 없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이닝을 꾸준히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꾸준히 던지면서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며 “언젠가는 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양현종이 웨이버를 통과해서 마이너리그에 잔류한다면 우드워드 감독의 약속대로 다시 콜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양현종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