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방출과 군입대 이후 독립리그 입단…“목표는 올해 국외파 트라이아웃”
권광민은 시카고 컵스와 계약할 때만 해도 186cm, 88kg의 건장한 체격과 외야 5툴 플레이어로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3년 동안 컵스 마이너리그 루키와 싱글 A를 오갔고,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 겨울에는 질롱 코리아에 파견돼 호주리그에서 야구 경험을 쌓았지만 2019년 3월 스프링캠프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마이너리그 3년 동안의 통산 성적은 타율 0.212였고, 루키리그에서 싱글 A로 올라갔다가 다시 루키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잘해보려고 구단 제안에 따라 비시즌 때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가 캠프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통역 없이 혼자 갔다가 음식이 맞지 않아 배탈이 났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지낸 시간 동안 가장 고생을 많이 했던 시간들이었다.”
권광민은 2019년 3월 18일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부딪힌 현실은 암담함 그 자체였다.
“낮 12시에 방출 통보받고 그날 오후 4시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모님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군 복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아서 2019년 5월에 현역 입대했고 2020년 12월에 전역했다.”
권광민은 제대 후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 독립리그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프로야구 규약 107조 2항(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최종 소속 팀과의 계약이 완전히 종료된 시점부터 2년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다) 관련 부분도 2021년 3월 17일이 되면서 유예 기간 만료로 풀렸다.
권광민은 지난 2월 독립리그 창단 팀인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 입단했다. 곤지암을 연고지로 하는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을 이끄는 감독은 한화 이글스 레전드 송진우 감독. 코칭스태프도 모두 프로 출신이다. 다른 독립리그 팀들이 훈련비를 내고 생활하는 것과 달리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선수들은 구단에서 숙소와 생활을 지원해준다. 권광민은 현재 속해 있는 팀에서 코치들의 도움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며 프로 준비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고 말한다.
“내 꿈은 한국에서 프로팀 유니폼을 입는 거다. 한때 시카고 컵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손)호영 형도 독립리그 팀인 연천 미라클에서 활약하다 2020년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나도 그 길을 가고 싶다. 오는 8, 9월에 있을 국외파 트라이아웃이 시험 무대가 될 텐데 그때까지 경기 경험을 쌓은 후 좋은 평가를 받고 프로로 가는 게 꿈이다.”
권광민은 얼마 전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고 있는 한화 장민재와 맞붙은 적이 있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아웃이었지만 이전 시즌까지 1군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투수와의 승부는 권광민에게 적잖은 떨림을 안겨줬다고 한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게 많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의 권광민은 아쉬움, 회한으로 설명되지만 내년 시즌에는 야구를 통해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해야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작은 효도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권광민은 롤 모델로 추신수를 꼽았다. 그는 KBO리그 무대에서 추신수를 만나고 싶은 바람을 전한다. 추신수가 2022시즌에도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권광민이 프로팀 유니폼을 입는다면 희망사항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권광민의 그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