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 대법원장 할 사람이…아쉬움” 검찰 “윤, 검사물 금방 뺄 것…기대감”
그런데 각각의 '친정'인 법원과 검찰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검찰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미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전부터 내비쳤으니 잘했으면 좋겠다’는 지지가 많다면, 법원에서는 ‘정치가 아니라 사법의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말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출마 선언에 검찰도 관심 ‘쫑긋’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됐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특권과 반칙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예상된 흐름이었던 터라, 검사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현직 검사들 중에서는 윤 전 총장의 ‘특수통 중심 중용 정책’을 비판하는 이도 많지만, 그래도 ‘검찰개혁 정상화’를 원하는 이들이 지배적이다. 잘못된 검찰개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인재라는 기대감이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윤석열 전 총장이 사의를 표한 계기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과도하게 검찰을 길들이려고 한 부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정치를 하겠다며 대선 행보를 걸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잘했으면 좋겠다.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바로 세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털어놨다.
검찰 고위 간부 중 한 명 역시 “과거 함께 근무했던 특수통 출신 검사들만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 시절 중용한 것은 윤 전 총장이 고쳐나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어도 헌법을 고민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특수 관련 수사를 많이 하면서 언론 대응 및 정무적 판단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일각에서는 ‘검사물’을 빼는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정치인’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검사들의 지지가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캠프가 꾸려진다면 ‘법조인 일색’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윤 전 총장도 이미 경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지인은 “이미 여러 차례 검찰 출신의 ‘측근 기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언론에서 거론되는 측근들이 캠프로 오는 일은 극히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위기 사뭇 다른 최재형 감사원장 ‘왜?’
하지만 법원 출신 최재형 감사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6월 28일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면서도 대권 도전을 포함, 정치 입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재형 원장을 잘 아는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미 뜻을 굳혔다’는 게 지배적이다. 최 원장을 잘 아는 법조인은 “얼마 전부터 정치에 참여해 역할을 해야겠다는 듯한 말을 하더라”며 “내가 아는 법관들 중 가장 독실한 크리스천 가운데 한 명이 최재형이다. 아마 많은 고민과 기도를 하고 난 뒤에 사의를 표했을 텐데, 그렇다면 이미 정치 참여는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 원장은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면서도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놓고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정치보다는 사법의 영역에서, 훌륭한 법조계 어른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몇 차례 최재형 원장을 판사 시절 뵌 적이 있는데, 정말 말도 신중하게 하고 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엘리트 판사의 전형 같은 분”이라면서 “존경받을 만큼 인품도 좋은 분이 정치의 영역에 나가기보다는 사법의 영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이는 감사원장의 임기를 마무리한 뒤,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 등 사법 관련 기관들의 장을 맡아도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아쉬움인데, 실제 다수의 판사들은 “정치의 영역으로 한번 나가면 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다시 사법의 영역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것 아니냐. 제2의 이회창처럼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응했다.
정치 관련 능력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앞선 최재형 원장의 지인 역시 “존경할 부분이 많은 어른이지만, 정치를 잘할 수 있을 것인지는 ‘물음표’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사의를 표하면서도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것은 이제 자유인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일지 찾으려 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스레 최재형 원장의 캠프가 꾸려지더라도 ‘판사들의 참여’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선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은 누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따라 나가고 함께 정치를 하는 그런 정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캠프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옷을 벗고 캠프에 합류하는 판사는 한두 명도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