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시콜라’ 등 일본 전역 300개 등장, 펩시까지 동참…코로나 시대 금주 분위기도 한몫
“바야흐로 수제콜라 전성시대다.” 일본 콜라 전문 사이트 ‘콜라클럽’의 소라미즈 료스케 대표는 “특히 올해 상반기 기세가 대단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수제콜라는 소규모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기업에서도 속속 관련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6월 중순 식료품 전문점 ‘칼디커피팜’이 ‘드라이크래프트 콜라’를 팔기 시작했으며, 고급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조이시이(成城石井)도 ‘세이조이시이 크래프트 콜라’를, 펩시콜라재팬 역시 ‘펩시 생(生)’이라는 신제품을 발매했다. 소라미즈 대표에 의하면 “현재 일본 전역에서 수제콜라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300개가 넘는 수제콜라가 탄생했다”고 한다.
#콜라도 직접 만들 수 있다
보통 ‘콜라’ 하면 당연히 글로벌 브랜드인 '코크'나 '펩시'를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콜라 용기에 명시된 원재료명을 보면 정제수, 감미료, 향료, 산미료, 착색료 등이 적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콜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알 수가 없다.
고정관념을 깨부순 것은 2018년 7월 발매된 ‘이요시콜라’다. 이요시콜라 대표 고바야시 다카히데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100년 전 콜라 레시피’를 발견했다”며 “궁극의 맛있는 콜라를 만들고 싶어 수제콜라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약 2년 반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요시콜라가 탄생했다. 기존의 콜라보다 단맛이 적으며, 입안에 확 퍼지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넛맥, 계피, 고수, 바닐라 등 수십 종의 향신료와 감귤류를 더해 톡 쏘는 향미가 강하다”고 한다.
처음엔 작은 트럭에 이요시콜라를 싣고 판매했지만,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지금은 도쿄에 매장 2곳을 운영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줄 서서 먹는 가게’로 유명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수제콜라의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으며, 동시에 ‘콜라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새롭게 눈뜬 이들도 많아졌다.
수제콜라는 레몬, 라임과 같은 감귤류, 수수설탕, 허브 등을 사용해 원액(시럽)을 만들고 여기에 탄산수를 부어 완성한다. 재료들은 모두 슈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최근에는 관련 레시피가 일본 유튜브에 많이 올라오고 있고, 아예 수제콜라용으로 향신료와 허브를 소분한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이제 누구라도 간편하게 집에서 콜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 홍보하는 상품으로 발전
이른바 ‘지역 상품’으로 홍보하기 쉬운 것도 ‘수제콜라 붐’의 요인이다. 푸드 프로듀서로 알려진 후루야 도모카 씨는 2019년부터 ‘현지 크래프트 콜라 프로젝트’를 전개, 여러 지역의 생산자들과 협력해 특산물 수제콜라를 개발해오고 있다.
일례로 일본 시코쿠에 위치한 고치현은 수제콜라 ‘사와치나’를 선보였다. 고치현의 특산물인 감귤류를 비롯해 8가지 재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천연 재료만을 고집했으며, 인공 첨가물은 사용하지 않았다. “맛있는 데다 천연 재료라 몸에 죄책감이 덜하다”는 이유로 “여성 고객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기후현의 수제콜라는 지역의 약초문화를 계속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쑥, 맥문동, 적설초 등의 약초를 활용했다. 약초의 효능도 챙기면서 뒷맛까지 깔끔한 콜라다. 탄산수와의 궁합도 좋지만, 위스키나 진 등의 술과 섞어 마셔도 절묘하다. 이 밖에도 홋카이도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해질녁 콜라’ 등 농산물을 활용한 수제콜라들이 각 지역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는 지역을 홍보하는 아이템으로 다양한 ‘지방 특산 수제맥주’들이 출시된 바 있다. 언뜻 당시와 비슷해 보이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맥주보다 콜라가 조금 더 앞선다.
#코로나시대 무알콜 음료가 대세
무알콜 음료의 수요 증가도 ‘수제콜라 열풍’에 불을 지폈다. 최근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이른바 술을 마시지 않는 음주문화가 일본 젊은 세대에 확산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방역으로 음식점 등에서는 오후 7시까지만 주류를 제공하는 방침이 시행 중이다.
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호소카와 히로유키 씨는 “실질적으로는 술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술 대신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음료를 고심하다가 수제콜라를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당귀잎 등 20종류의 약초와 향신료, 사탕무 등을 더해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5월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어 현재도 계속 판매하고 있다.
호소카와 씨는 “술이 없으면 분위기가 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면서 “코로나시대 ‘수제콜라’가 어쩌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회를 모색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수제콜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련 시장에 뛰어든 이도 있다. 우마미콜라 대표 야마다 다카히사 씨다. 그는 췌장염 탓에 알코올류를 일절 마실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미식가이기도 했던 야마다 씨는 “퇴원 후 여러 맛집을 들렀는데, 그때마다 무알콜 음료에 대한 선택의 폭이 적은 것이 아쉬웠다”며 “직접 수제콜라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주간신초는 “주류 규제가 청량음료로 이어지는 현상은 미국 금주법 시대(1919~1933)에도 나타난 적이 있다”는 견해를 더했다. 매체는 “크래프트 비어, 크래프트 커피가 많은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크래프트 콜라가 그 열풍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