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만 거리두기 기존안 거듭 연장…다중이용시설 개편안 시행 요구 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서울 경기도 인천 등을 제외한 지역에선 이미 7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1단계가 시행 중인데 1단계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방역 조치가 완화된다. 사적모임 인원수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의 제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30%를 넘기는 등 어느 정도 방역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예측을 기반으로 7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이 결정됐다. ‘방역’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제한으로 정상 영업이 어려웠던 자영업자 등의 사정을 감안한 ‘경제’ 우선 조치였다. 그럼에도 감염내과 의사 등 전문가들은 너무 이르다는 진단을 내놨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빠르지 않느냐라는 지적을 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실 정부가 7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이 컸던 영역에선 아쉬움이 더욱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의 특징은 개인 방역은 강화하고 다중이용시설 방역은 완화하는 것으로 이미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월 초 공청회를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문제는 적용 시점이었는데 계속된 논의 끝에 7월 1일로 확정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1단계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에 가깝다. 2단계로 강화되더라도 사적모임은 8명까지 가능해지며 다중이용시설도 자정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 3단계가 되면 다중이용시설 영업이 밤 10시로 제한되지만 역시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보다도 완화된 수준이다. 기존 2단계는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한데 이보다 1시간 영업시간이 늘어난다. 게다가 유흥시설의 경우 기존 2단계부터 집합금지지만 개편안에서는 3단계에도 밤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으며 2단계에선 자정까지 가능하다.
사실 6월 중하순까지만 해도 희망찬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수도권은 개편안 2단계, 그 외의 전국 대부분 지역은 1단계였다. 2단계에선 사적모임이 8명까지 가능해지는데 백신 접종자는 제외한 숫자인 만큼 10명 이상의 사적모임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식당이나 카페, 노래연습장,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도 자정까지 영업이 가능해진다. 여전히 제한은 있지만 5명 이상의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영업도 자정까지 가능해진다. 게다가 1단계인 지역은 사적모임 제한이 사라지고 24시간 영업도 가능하다.
문제는 개편안이 방역보다 경제에 방점을 두고 있는 터라 3단계, 4단계로 상향되더라도 다중이용시설 영업은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훨씬 완화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곤란해질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7월 7일 이후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방역당국은 7월 7일 수도권의 경우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일주일 동안 더 연장한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새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적용하는 경우 기존 조치에 비해 개인 방역은 강화되나, 유흥시설 운영이 재개되고 실내체육시설 제한도 해제돼 방역조치 완화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도권만 아직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계속 기존안 연장을 거듭하며 버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개편안을 시행할 경우 바로 3단계로 상향해도 기존 2단계보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은 더 완화된다. 최고 단계인 4단계도 셧다운까지는 가지 않는다. 저녁 6시 이후 사적모임이 2명까지로 제한되긴 하지만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은 밤 10시까지 영업이 허용된다. 집합금지 대상은 클럽,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개편안은 4차 대유행이 올 경우 외통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6월 들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전세계적인 추세였던 터라 전문가들이 반대했던 것”이라며 “방역과 경제를 모두 고민해야 하는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안타까운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