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앞 순번에서 기여” 변상일 “난 버스 타고파^^” 소감…혹시 최정? 와일드카드 누가 될지도 귀추
7월 24일과 25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선발전 결승에서 국내랭킹 2위 박정환 9단을 비롯해서 3위 변상일 9단, 4위 신민준 9단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고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이들은 랭킹시드(1위)를 배정받은 신진서 9단과 함께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남은 한 장은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선정된다.
24일 가장 먼저 열린 대국에서 박정환 9단은 신예 다크호스 김창훈 4단에게 179수 만에 항서를 받아내며 14회 대회부터 10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1, 2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거치며 김지석 9단 등을 꺾고 8연승을 질주했던 김창훈 4단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대회에서 신진서 9단의 5연승 매조지 덕분에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우승 멤버의 일원이 됐던 박정환은 “작년 대회도 제가 마지막이 아니라 그 전에 나갔어야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올해는 앞 순번에 나가 3연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 1번은 좀 부담스럽고 중간이 좋을 것 같다”고 출전 소감을 말했다.
25일 열린 대국에서는 변상일 9단과 신민준 9단이 승리하며 태극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신진서 9단과 GS칼텍스배 5번기와 명인전 3번기 등 결승 8번기를 벌이고 있는 변상일은 최근의 컨디션을 입증하듯 랭킹 6위 이동훈 9단을 상대로 17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통산 두 번째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변상일은 “농심배는 오랜만의 출전이라 정말 기쁘다. 예전에 출전했을 때는 단칼멤버였는데, 이번엔 반드시 이기고 싶다(변상일은 2014년 16회 대회 때 선봉으로 나왔지만 일본 이치리키 료 9단에게 패했었다). 한국 대표 중에 훌륭한 기사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버스(무임승차)를 타고 싶다(웃음). 3승 이상 거두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선발전의 남은 한 장은 신민준 9단의 몫이 됐다. 원성진 9단을 상대한 신민준은 시종 고전했으나 막판 원성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본선행 티켓을 잡아냈다. 농심배는 네 번째 출전으로 3년 전 제19회 농심신라면배에서 6연승을 거둔 바 있다.
신민준은 “작년에 이어 또다시 대표가 되어 기쁘다. 동료들이 너무 든든해서 저는 한 판만 이겨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제가 랭킹이 가장 낮기 때문에(4위) 앞 순번에 나가는 게 맞는 것 같고 좋은 성적으로 한국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최정예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을 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인터넷바둑 게시판에는 “이번에 선발된 4명이 사상 최강의 드림팀인 것 같다. 올해는 한중일의 본선대결을 편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팬들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심배 예선 방식이 상위 랭커에게 너무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예선은 총 266명이 출전해 랭킹별로 1차예선→2차예선→최종예선의 3단계로 나눠 진행됐는데, 1차 예선부터 출전한 기사들은 무려 9연승을 해야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느냐, 중국, 일본에 맞설 최강의 진용을 구축하느냐는 농심배의 풀리지 않는 딜레마다.
예선의 마지막 퍼즐인 와일드카드가 누구에게 주어질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랭킹으로 따지면 5위 김지석, 6위 이동훈, 7위 원성진, 8위 강동윤이 유력하지만 김지석은 이미 세 차례나 받았고, 강동윤은 지난해에 받아 쉽지 않다. 또 이동훈은 농심배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원성진은 랭킹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걸린다. 이런 이유 등등으로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과연 와일드카드의 행운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의 대표 선수 5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겨루는 반상(盤上)의 국가대항전으로 ‘바둑 삼국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우승상금은 5억 원. 그동안 한국 13회, 중국 8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본선 첫 경기는 10월 11일 열릴 예정이며 중국과 일본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승부처 돋보기] 상변 백 모양이 승패 좌우
제23회 농심신라면배 국내선발전 최종국, 흑 원성진 9단 백 신민준 9단 168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1 ‘흑, 절대 우세’
우하에서 백에게 완착이 나와 흑이 기분 좋은 흐름. 여기서 백1로 넘어간 것이 백의 두 번째 실착이 됐다. 흑2의 씌움이 통렬한 한방으로 백3에 흑4로 철옹성을 구축해서 흑의 절대 우세 흐름이 됐다.
#장면도2 ‘백의 최선’
장면도1의 백1로는 본도 백1의 날일자로 중앙을 보강해 두었어야 했다. 흑은 2·4가 크다는 것이 인공지능(AI)의 판단. 계속해서 백5를 선수한 후 7로 붙여 난전으로 이끄는 것이 백의 최선이었다.
#장면도3 ‘바둑은 미궁으로’
상변 백 모양이 포인트. 이쪽 경계선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흑1은 과감한 수이고 백2는 당연한 반발. 잇는 것은 당한 모양이다. 여기서 흑은 한 점을 살리는 게 아니라 3~7로 상변을 얼버무린 후 9로 손을 돌려야 했다. 이것으로 흑이 1집반 정도 유리하다는 게 AI의 결론. 실전은 흑이 A로 붙이는 바람에 바둑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장면도4 ‘역전의 순간’
역전의 순간이다. 흑1로 따냈지만 백2·4로 우변 백이 살아서는 기회가 없다(다음 A와 B가 맞보기). 상변 백집이 최대한 커졌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