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이커머스 업체·경쟁사 등과 협력 활발…시장 성장 따른 정부 규제 풀어야 할 숙제로
라스트마일 배송은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노하우가 필요하다. 배달대행업체의 몸값이 오르는 이유다. 특히 배송 시간이 빨라질수록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와 계절, 그에 따른 라이더와 오토바이 수급 조절, 배송 상품을 쌓아둘 물류 창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경험이 충분치 않으면 오히려 배달 지연이나 품질 저하 등으로 소비자와 가맹점이 이탈할 수 있다. 라이더 사건 사고가 잦아 이를 수습하는 데에도 손이 많이 간다. 굳이 진출하기보다는 배달대행업체들과 협력해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커머스 업계가 많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가 기존보다 긴밀한 형태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배민)은 생필품 배달 서비스 비마트 사업과 관련해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서비스에 대응해 같은 서비스인 배민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라이더 중요성이 커지자 배달대행업계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민은 기존엔 여러 콜을 받아 한 번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한 콜만 받아 주문하는 한 집 배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업구조상 주문이 늘수록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필품 즉시 배송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협력 추진의 배경이다.
배송업체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간 협력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최근 오아시스마켓과 합작법인 ‘브이’를 설립했다. 연내 식품·음료를 비롯해 의류, 도서, 애견상품 등을 15~20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배송 품목을 늘리고 서비스 지역도 단기간 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아시스마켓은 기존 오프라인 식품마켓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소싱 능력과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IT기술을 활용한 물류 효율화를 바탕으로 신선식품 배송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전국 450개 물류 거점과 김포·남양주 풀필먼트센터(FC), 강남·송파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가동 중으로 이 배달 인프라와 오아시스마켓의 신선식품 강점을 더해 퀵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바로고는 최근 경쟁사인 생각대로와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바로고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협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는 현재 기준 배달대행업계 1~2위를 다투는 경쟁사지만 3위 부릉의 추격 등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적과의 동침’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늘고 있는 것이 업체 간 손을 잡고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는 배경”이라며 “퀵커머스 메인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업체마다 합종연횡을 통해 한계를 메우거나 배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배달업계 다른 관계자도 “시장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동종 이종업체 간 합치기도 한다”며 “기존에는 단순 배달 심부름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네이버와 CJ 등 많은 회사로부터 투자 받는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나면서 사세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로고는 초기 투자자이자 2대 주주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있고, SK그룹 계열 이커머스업체 11번가가 올 초 바로고에 지분 투자해 3대주주로 올라섰다. 부릉도 네이버와 GS리테일, 현대자동차 등을 주주로 두고 있다.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정부의 배달대행업체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수료 지급 기준과 합리적 배상 책임 등 불공정 행위 금지 조항을 담은 배달대행 위·수탁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배달대행업체들은 연내 배달기사와 표준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권고 사항이지만 정부가 체결 유무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고, 배달업 인증제 항목에 체결 여부를 담을 수 있어 업계의 정부 눈치 보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연내 특정 자격 요건을 갖춘 업체만 배달대행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인증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등 12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대상으로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나선다. 이륜차 라이더 직종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보험가입료를 특고 본인과 사업주가 0.7%씩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을 느끼거나 겸업이 금지된 본업을 둔 '투잡' 라이더의 이탈도 예상된다. 특히 라이더들이 소속된 사업주인 각 지부 지사장이 재정 부담 때문에 인원 감축에 나설 수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 성장에 따라 배달대행업계도 규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떻게 잘 대응하는지, 동시에 라이더와 물류창고 등 퀵커머스 인프라를 얼마나 탄탄하게 갖추는지 등이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