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코로나19 이중고…전직 정보 당국자 “훈련 우선 취소 후 보건·식량 협력 꾀할 것”
한미연합훈련은 8월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축소·연기론이 부상했지만, 정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 간 협의가 필수적인 사안인 까닭이다. 그 가운데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긴급히 유화책을 펼쳤다. 7월 27일 청와대가 발표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건이다. 복수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할 만큼 경제적인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7월 13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금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전적으로 외세와 야합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책동에 기인한다”면서 “전쟁 연습, 무력 증강 책동과 평화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를 남측에서 분석할 때 ‘군사적 위협’이라는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서 “실제로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다”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한미연합군이 움직이는 훈련 루트에 따라 북한군 역시 실전처럼 기동을 한다”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면 북한군도 상당히 피곤해진다. 전시와 비슷한 형태로 기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목상 맞대응 기동일 뿐이지 강도 높은 훈련이나 다름없다. 북한군 전체가 한미연합군 움직임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훈련을 하게 되면 식량이나 석유 등 각종 물자가 필요하지 않나. 현재 북한이 훈련 맞대응에 필요한 물자나 장비, 비용을 지불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소식통은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경제가 완전히 마비됐으며 식량난까지 겪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먹을 식량도 없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 맞대응까지 하려면 있는 곡물 없는 곡물을 다 쥐어 짜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김정은이 긴급하게 대남 유화책을 펼치며 태세를 전환한 이면엔 한미연합훈련 대응에 대한 부담감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기적으로도 한미연합훈련 정상 진행 여부가 오락가락하는 시점을 노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빌미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시킬 수 있는 상황인 까닭에 김정은이 1년 넘게 지속된 남북 경색국면을 한순간에 타파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결국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당연히 반대급부 카드로 한국 정부 측에 요구할 수 있는 게 한미연합훈련 취소”라면서 “먼저 한미연합훈련 연기 혹은 취소를 위해 움직인 다음 보건·식량 등 분야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북한이 코 앞에 놓인 이중고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보건·식량 협력 등 문제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눈치를 봐야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은 대북제재와 별개로 정기적인 군사훈련 개념”이라면서 “일단 대북제재 범위 밖에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유화 제스처를 통해 무마시킨 뒤 시간을 두고 보건·식량 분야 협력을 꾀하는 전략이다. 이번 김정은의 긴급한 태세전환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