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표제’ 각 캠프 조직력이 승부 관건…대전·충남 첫 격돌 뒤 2차 슈퍼위크 때 윤곽 드러날 듯
민주당은 7월 5일부터 11일까지 6일 동안 진행된 1차 선거인단 모집에서 140만여 명을 모집했다. 이 가운데 72만여 명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이다. 신규로 등록한 일반당원이나 국민 선거인단은 64만여 명이다. 7월 16일부터 8월 3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된 2차 선거인단 모집에선 46만여 명이 추가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총 186만여 명이 선거인단에 등록됐다. 아직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3차 선거인단 모집이 마무리되면 지난 대선 선거인단 214만 명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유기홍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보다 많은 후보들이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렸던 것과 4년 전 구축해둔 온라인 시스템이 주효했다”며 “과거엔 콜센터 통화가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민원이었는데, 현재는 70%가 온라인 접수였다”고 설명했다.
통상 선거가 흥행할수록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은 꼭 그렇진 않을 수 있다. 국민 참여 경선으로 치러지는 민주당 대선 경선은 1인 1투표제다. 일반당원과 국민들도 대의원·권리당원과 동일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 따라서 관건은 각 캠프에서 얼마나 선거인단을 많이 모집하느냐에 달렸다. 자신을 찍어줄 선거인단을 많이 모집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각 캠프는 전국 단위 조직을 동원해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렸다. 결국 조직력 싸움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이번 경선은 현재 나타나는 지지율과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자기 사람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가가 이번 경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수행실장을 맡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선거인단을 꽤 모은 것으로 안다”며 “수도권 지지가 강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선 또한 지지율 추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캠프 관계자는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당에 애정이 많은 ‘고관여층’이기 때문에 선거인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전 대표에게) 나쁠 건 없다고 본다”며 “선거인단 모집이 많이 될수록 역선택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모든 캠프를 통틀어 우리 캠프가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모았다고 장담한다. 전국적 조직이 탄탄하고, 지지하는 의원도 가장 많다”며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영주 의원을 필두로 모든 의원들이 1만 명 이상 조직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지지율과 경선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각 캠프는 선거인단 확보에 성공했다고 홍보하면서도 모집한 선거인단 수를 밝히고 있진 않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캠프마다 자신들의 모집한 선거인단 수를 알 수 있다. 지속해서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한다”며 “민감한 사안이라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경선 순회 일정은 오는 9월 4일 대전·충남에서 시작한다. 세종·충북(9월 5일), 대구·경북(9월 11일), 강원(9월 12일), 광주·전남(9월 25일), 전북(9월 26일), 제주(10월 1일), 부산·울산·경남(10월 2일), 인천(10월 3일),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 순으로 이어진다.
과거 제주도에서 시작해 PK(부산·울산·경남), 호남, 충남, 강원을 거쳐 수도권으로 오는 전통적인 경로와 차이를 보인다.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해선 대전·충남 지역의 승리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각 캠프는 대전·충남 지역 표심을 얻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재명 지사는 8월 2일 지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양승조 충청남도지사를 만나 회동을 가졌다. 이 지사는 “2010년 당시 양승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항해 세종시 원안 사수를 주장하며 목숨을 건 22일간의 단식을 마친 직후에도 저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해줬다. 아직도 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양 지사를 추켜세웠다.
이 지사는 같은 날 민주당 충북도당을 방문해 “제 처가가 충주인데, 제가 충청의 사위여서 충청도민의 기대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출신 지역보다는 내 삶을 바꿔줄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연중 ‘충청의 사위’를 강조한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예비 경선이 끝난 뒤인 7월 13일 첫 일정을 대전·충남으로 잡고 일찍부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 후보가 됐을 때 충청권 총리 카드를 꺼내겠느냐’는 질문에 “너무 빨리 말씀드리는 것은 좋은 것 같지 않다”면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세균 전 총리 캠프는 7월 13일 양 지사의 지지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 캠프에 따르면 양 지사는 “정세균 후보를 돕는 것이 저를 돕는 것이고, 정세균의 승리가 나의 승리이며, 우리 충청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각 캠프는 격전지로 여전히 민주당 텃밭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호남 지역을 꼽았다.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3차례 ‘슈퍼위크’에 나눠서 발표된다. 강원 지역 투표가 있는 9월 12일이 1차 슈퍼위크다. 1차 슈퍼위크가 끝난 뒤 곧바로 광주·전남(9월 25일), 전북(9월 26일) 순회가 있는 탓에 호남 지역 표심에 관심이 집중된다.
물론 초반 승기를 잡을 분수령은 1차 슈퍼위크다. 하지만 권리당원 숫자가 많은 호남 지역과 부산·울산·경남과 인천 등 이른바 친노무현, 친문재인 성향 권리당원이 많은 지역을 순회한 이후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3일 2차 슈퍼위크 때 후보 윤곽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김남국 의원은 “아무래도 호남이 권리당원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맞다”며 “호남 지역에선 역대로 가장 민주당에 맞는 개혁적이고 승리 가능한 후보를 뽑았다”며 “그런 점에서 좋은 정책을 보여주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호남이 가장 중요하고 하기도 하고 자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1차 슈퍼위크 바로 다음에 치러지는 일정이라 더욱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을 봤을 때 대전, 충남, 강원 일정에서 역전의 기반을 만드는 게 첫 목표”라면서도 “아무래도 호남이 격전지다. 최선을 다해 호남 지역 선거인단 조직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대전·충남에서 시작하는 민주당의 선거 일정 변화는 대선 흥행에 목적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 경선 일정 변화는 각 후보에게 큰 유불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대선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대전·충남 지역의 흥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교수는 “대전·충남에서 경선을 처음 시작한다는 건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반대로 말하면 민주당이 가장 자신 없는 지역이라는 뜻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기홍 부위원장은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면서도 “그렇게(대전·충남 지역의 흥행을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