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하게 살해한 뒤 농수로에 시신 유기, 가출 신고하자 경찰과 부모 속이기도
12일 인천지법 형사12부(김상우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27)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가장 큰 정신적 피해를 입은 부모가 선처를 간절하게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자비하게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격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피해자는 4개월 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차디찬 농수로에 버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신이 발견된 직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만들어 함께 가출을 했다고 경찰을 속이기도 했다”며 “자백을 했지만 반성해서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객관적 증거에 더는 부인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누나인 B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아파트 옥상 창고에 10일 간 방치하다가 렌터카를 빌려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유기했다. A 씨는 범행 당일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의 문제를 지적받고 말다툼을 벌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 씨는 올해 2월 14일 부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자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USIM)을 갈아 끼워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경찰을 속이기도 했다. 또 같은 방식으로 4월 1일 경찰에 접수된 누나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B 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4월 21일에 발견됐고, A 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