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보며 대화하는 공간 도심 근교에 오픈…주말 예약 한 달 뒤까지 꽉꽉
지난 7월 1일, 일본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도쿄도 아키시마시에 모닥불 라운지를 오픈했다. 요금은 2시간에 5500엔(약 5만 8000원). 인원은 4인 기준으로 테이블, 의자, 화로대, 장작 등이 세트로 구성됐다. 오픈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는 주말 예약이 한 달 뒤까지 꽉 찼을 정도다.
왜 지금 모닥불일까.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는 “모닥불의 매력에 빠지는 도시인이 속출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먼저 위치가 생각보다 가깝다.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신주쿠역에서 전철로 약 40분.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필요한 장비들이 모두 갖춰져 있어 맨몸으로 가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둠 속에서 불꽃을 바라보면 묘하게 힐링된다.” 스노우피크 관계자에 따르면 “이렇게 말하는 이용자들이 많다”고 한다. ‘타다닥’ 장작이 타는 소리, 장작 내음, 흔들리는 불꽃 등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또한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어 좋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모닥불 라운지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땔감이 구비돼 있다. 크게는 침엽수와 활엽수로 나뉘며, 착화성이 좋은 것은 침엽수인 삼나무와 소나무다. 활엽수는 불을 붙이기가 어렵지만, 대신 지속력이 좋다. 활엽수 중에서는 자작나무가 가장 선호된다고 한다.
장작을 쌓는 법이나 불을 붙이는 방법 등을 몰라도 전혀 상관없다. 초보자라면 직원이 불을 붙여주기 때문. 반면 숙련자의 경우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원하는 나무를 선택해 즐긴다. 개중에는 “굳이 불을 붙이기 어려운 장작을 선택해 ‘고생을 사서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넘치는 도전정신의 소유자들이다.
가족 단위 이용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한 이용자는 “아이들에게 불을 직접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 일부러 오게 됐다”고 밝혔다. 편리한 현대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 모닥불 라운지에서는 모닥불뿐만 아니라 당일 캠핑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프레지던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와 아웃도어를 연관시켜 “모닥불 애호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NS를 비롯해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휴일에는 스마트폰을 꺼두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모닥불 체험은 그런 디지털 디톡스를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례 없는 캠핑 붐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도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특히 스노우피크의 실적이 주목할 만하다. 스노우피크는 1958년 철물 도매상으로 출발한 후 등산용품과 캠핑용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캠핑족 증가와 함께 2020년 12월기 실적은 168억 엔(약 1775억 원)으로 15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주가는 코로나19 감염 확대 직후인 2020년 3월 548엔이었으나, 2021년 8월 13일 시점에는 4985엔으로 9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