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손꼽히는 공안·특수통 포진…여죄 추적보다 기존 수사 보강 집중할 듯
검찰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안 사건을 크게 할 수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존에 드러난 혐의를 확인하고 기소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사팀 멤버들을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현재 수사를 지휘할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와 김용식 청주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각각 검찰 내 공안·특수통으로 분류되지만, 경력과 달리 현재는 좌천성 인사를 받은 상황이다. 대검에서 수사 인력충원을 거절한 것 역시 ‘수사팀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 없다’고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의 사건 송치 앞두고 수사팀 준비 중인 검찰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등 전방위적 간첩활동을 벌인 이른바 청주지역 간첩단 사건의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 3명의 구속기간이 8월 21일로 만료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20일 충북동지회 사건을 청주지검에 송치했다. 충북동지회 고문 박 아무개 씨(57), 부위원장 윤 아무개 씨(50), 연락담당 박 아무개 씨(50)를 청주지검에 구속 송치했으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위원장 손 아무개 씨(47)는 보강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과 경찰 수사 중 파악된 혐의들을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대략적으로 인지한 청주지검은 사건이 넘어오기 전부터 이를 처리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사건이 송치되면 구체적인 자료들을 검토한 뒤, 보강 수사가 필요한 지점이 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간첩처럼 예민한 공안 사건의 경우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이 제외되면서, 검찰은 송치 후 보강 수사만 가능하다. 검찰 수사가 국정원·경찰이 밝혀낸 범죄 혐의의 기소뿐 아니라, 추가적인 여죄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때문에 청주지검은 수사팀 인력 보강 등 송치를 대비하고 있다. 사건이 배당될 곳은 청주지검 형사3부인데, 청주지검은 형사3부 내 검사 한 명이 해외 유학으로 공석인 만큼, 대검 공안연구관이나 공안검사 1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경우 불법 행위 외에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활용 가능한 방법으로 확보된 자료인지 절차법과 증거법을 놓고 법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과 맞붙게 되는데, 증거법은 증거 자료를 하나하나 살피면서 법정에서의 활용 방안 등까지 검토해야 해서 일이 많다”며 “이런 지점을 모두 고려할 때, 공안 사건은 수사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팀은 충원을 요청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울지역 공안 파트 업무가 많아 파견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까지 고려할 때, 현재 서울에서 근무 중인 검사가 파견되면 나머지 남은 검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이유다. 내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인데, 이에 대검은 대전고검과 협의해 인력 충원을 결정지으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대검의 결정을 놓고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청주지검은 해당 인물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내사를 해오고 있었다”며 “이들의 대략적인 혐의나 국정원의 자료 여부 등은 수사팀이 이미 파악, 분석하고 나서 충원을 요청한 것일 텐데 이를 거절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공안 사건을 크게 다룰 수 없다’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래도 ‘실력파’ 배치된 결재 라인
공교롭게도 청주지검에서 사건을 지휘할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로 검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공안·특수통 검사가 포진해 있다. 재미있는 점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최근 인사에서 청주지검에 오게 된 것을 놓고 ‘좌천’이라는 해석이 돌았었다.
일단 수사를 결재하는 자리에는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 송강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소속으로 왕재산 사건(북한 대남공작조직 ‘225국’에 포섭된 5명이 ‘왕재산’이라는 지하조직을 결성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보고한 간첩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비슷한 기수대에서 가장 선두로 평가받는 공안 수사 전문가였다. 그 후 대검찰청 공안 1·2·3과장을 모두 역임하기도 했다.
수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형사3부 부장은 김용식 검사(사법연수원 34기)로, 특수 수사 경험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 등을 역임했던 김 부장검사는 2012년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수사단 등에 참여했다.
송강 차장검사는 인사 직전까지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있으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지휘했다. 송 차장검사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청주지검으로 가게 됐으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수사팀 면면에 공안 수사 경험 검사가 적어 인원 충원도 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검의 수사팀 충원 거부 등 검찰 내 지휘부의 기류를 고려할 때 청주지검의 수사 역시 새로운 여죄를 찾아내기보다는 국정원과 경찰이 입증한 혐의와 증거 중심으로 재판을 대비하는, 기소를 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선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10년 넘게 추적하면서 기소까지 하게 될 만큼 증거가 많은 사건이라고 들었다”며 “검찰이 국정원과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 소통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청주지검 지휘부도 새로운 여죄를 찾아내려 하기보다는, 확인된 혐의를 법정에서 ‘유죄’로 받아낼 수 있도록 단단하게 기존 수사를 보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