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진행 더디자 가입자 노심초사…‘사기 재판’ E코인 임원·토스 임원 출신 근무설에 억측 무성
머지포인트는 지나치게 큰 할인 폭에 ‘사기’ 논란이 계속돼 왔다. 대부분 제품을 2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머지포인트가 3년이 넘게 운영되면서 사람들도 ‘이젠 사기라고 하기엔 운영 시기가 길어졌다’면서 안심하고 포인트를 사기 시작했다. 특히 ‘머지플러스 측에서 20% 할인 폭을 곧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대량 사재기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머지플러스에 전자금융업(전금업)으로 등록하라는 시정권고를 내리면서 사태가 번지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전금업법에 등록되지 않은 머지플러스와 같은 사업체는 한 가지 업종에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머지플러스는 상품권 발행업이었기 때문에 금융위 조치는 적절했지만 머지플러스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8월 11일 머지플러스는 음식점 업종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약 90% 제휴 가맹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머지플러스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되고 대규모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로 번져갔다. 일부는 머지포인트 환불이 안 될 것을 걱정해 머지포인트를 받는 음식점에 찾아가 50만 원 이상 대량 결제를 한 뒤 포장해가기도 했다. 머지포인트 결제를 받은 매장 점주들은 정산이 실제로 될 것인가 불안에 떨기도 했다.
현재 머지플러스 측은 공지를 내걸고 “머지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 한도도 축소 운영된다. 전금업 등록을 마치고 4분기 내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환불 신청을 하면 미사용분에 한해 구매가격의 90%를 순차적으로 환불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머지포인트의 공지 이후인 19일 몇몇 유명 음식점에서는 머지포인트 결제분 정산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머지포인트 구매자 환불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 소비자 모임에서는 머지포인트 환불 접수 시점과 실제 환불된 것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이 통계를 보면 현재까지 환불을 받은 사람은 대략 환불 개시 이후 10분 이내 신청자뿐이다. 순차적으로 처리되고는 있다지만 너무 더딘 속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머지포인트 소비자 모임 사이에서는 여러가지 의혹도 나오고 있다. 먼저 과거 사기 이력으로 재판 중인 암호화폐 사건에서 임원이었던 A 씨가 머지플러스 임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또 사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A 임원은 머지포인트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쫓아갔을 때 이들을 막아서며 고성을 내 ‘블랙핑크남’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이 임원이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임원이 실제 사기로 재판 중인 사건의 E 암호화폐에서 기술 임원으로 근무했던 것은 맞다. 해당 암호화폐 사기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임원이 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E 암호화폐 사기 사건 피해자 모임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A 임원이 사기 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하진 않았다고 알고 있다. A 임원이 개발 회사를 차렸다가 그 회사가 인수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회사가 머지플러스였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비자 모임에서는 토스 포인트 환급 이벤트를 두고 또 다른 임원 B 씨가 지목되기도 했다. 6월 중순 티몬에서 머지플러스 구독 서비스를 구매하고 유효기간 내 등록하면 토스 포인트로 100% 환급 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머지플러스 구독은 머지포인트 앱에서 매월 1만 50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카페, 외식, 편의점 등 200여 브랜드 가맹점에서 상시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금액 1년 치를 결제하면 토스 포인트로 돌려주겠다는 행사였다.
그런데 머지플러스에는 토스에서 이직해 온 B 임원이 있었고 해당 임원이 이 이벤트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토스에 제대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환급되지 않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B 임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토스 측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토스 관계자는 “B 임원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머지플러스에서 토스로 이직한 것이 아니고 토스페이먼츠에서 약 1년 동안 근무하다 머지플러스로 이직했던 것”이라며 “토스는 단지 포인트를 머지플러스 측에 판매한 일종의 고객 관계일 뿐이다. 환급이 되고 안 되고는 토스 포인트를 사 간 머지플러스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스 관계자는 “B 임원은 결제 쪽 전문가로 알고 있으며 세간에 추측처럼 머지플러스 구독 시 토스 포인트 환급과 같은 제휴에는 관계가 없다. 당시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측들이 난무할 만큼 머지포인트 및 머지플러스 구매자는 환불이 될지 노심초사 중이다. 한 머지포인트 구매자는 “머지플러스 직원 가운데 한 명은 과거 사기 크라우드펀딩 직원 출신이다. 왜 머지플러스에만 금융 사고와 관련된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머지포인트 구매자는 “환불 신청 몇 초 차이로 환불 시간이 하루씩 차이가 나고 있다. 환불이 언제 진행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머지플러스 등 사건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