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의 무고의 무고’ 장본인 차 아무개 씨를 변호했던 강 아무개 변호사(익명)의 말이다. ‘[무고의 무고의 무고 ②] “경찰 10명만 제보해” 산으로 가는 검찰 수사’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차 씨 구속 이후 그를 향한 압박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압박과 비교해 검찰이 내놓은 혐의 입증 증거는 허술했다. 강도 높은 수사에 비해 검찰이 확보한 건 진술뿐이었고 그조차도 엇갈린 진술이나 번복된 진술이 대부분이었다. 차 씨는 “검사들이 일단 나를 잡아둬야 경찰 비리를 털어놓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지 공익 제보한 무고 사건을 내가 교사했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차 씨가 구속된 A 씨 관련 무고 교사 건은 엇갈렸던 진술이 번복되다가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의미 없는 진술이 된 사례다. 이 사건은 차 씨와 동업하던 이 아무개 씨와 직원이자 여자친구였던 조 아무개 씨가 차 씨의 무고 교사를 증언해 혐의를 입증했다. 그런데 이 아무개 검사가 수사했던 이들의 진술은 처음에는 일치하지 않았던 데다 계속 변해왔다. 그 과정을 보면 묘하다.

반면 2017년 1월 6일 검찰 조사 받은 조서에서 조 씨는 “A 씨가 내 가슴 쪽을 툭 치긴 했으나 추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출동한 경찰에게는 시비가 있었지만 다친 데도 없으니 A 씨가 문제 삼지 않으면 나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며칠 뒤에 이 씨로부터 허위 진술 할 것을 들었고 차 씨로부터 허위 진술 할 것을 지시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얘기가 엇갈리자 검찰은 이 씨에게 “조 씨는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고 이에 이 씨는 “나는 들은 대로 답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진술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2015년 당시 지시를 받았다는 시간 전 조 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며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이 씨 등에게 허위 진술하라는 메시지를 띄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허위 진술할 내용을 전송한 뒤 단톡방을 빠져나가 이 내용을 ‘세탁’한 바 있다. 무고 교사를 받은 시점이 이 씨 주장대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나, 조 씨 주장대로 사건 발생 며칠 후라면 교사받기 전부터 이들은 허위 진술을 하고 있었던 게 된다.
이 검사는 1월 10일 이번엔 이 씨와 조 씨를 대질시킨다. 이 검사는 조 씨가 보낸 허위 진술 지시 메시지를 얘기하며 이 씨에게 “이 문자는 무엇이냐”고 묻자 이 씨는 “차 씨가 허위 진술하라고 내게 알려줬고 내가 이 내용을 조 씨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래서 조 씨가 확인차 다시 전달한 거다”라고 답했다. 조 씨도 “서울 강북경찰서로 이동해서 이 씨에게 들은 내용을 메시지로 다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허위 진술 모의는 간단한 대답으로 차 씨 지시였던 것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어 정 씨는 “만약 이 씨와 조 씨가 제3의 인물인 차 씨를 교사범으로 지목한다면 거짓말탐지기(거탐)부터 내민다. 거탐이 증거로서는 효력이 거의 없지만 거짓말로 판명이 나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자백하게 된다. 진술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거탐을 통해 누가 진실인지, 둘 다 거짓인지 알아봐야 한다”면서 “특히 이 씨와 조 씨처럼 진술이 다른 사람은 절대 붙여 놓으면 안 된다. 붙여 놓으면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술이 갈린 피의자 둘을 대질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부에서 이 진술은 다시 문제가 된다. 무고 사건이 일어난 날 이 씨와 차 씨의 통화는 두 번 있었다. 이 씨는 5월 2일 경찰에 신고한 뒤 1시간이나 지난 새벽 5시 47분 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호음 포함해 4분여를 통화했고, 오후 6시 10분에는 신호음을 포함한 1분 2초를 통화했다. 이 씨는 오후 6시 1분 통화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차 씨와 최초 통화도 하기 전에 이미 이들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내용이 확인되자 이 씨와 조 씨 진술은 또 다시 뒤집어진다. 2017년 4월 20일 법정에서 차 씨 변호인이 “이 씨가 보낸 메시지에 ‘경찰 불러서 엮으려다 빡쳐서 팼어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무슨 말인가”라고 묻자 이 씨는 “흔히 쓰는 엮는다는 표현이고, 조 씨도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한 거다”라고 답했다. 최초 성추행도 없었는데 무고했다는 기존의 검찰에서 했던 진술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차 씨가 이 씨 말에 따라 성추행이 있었다고 믿었다면 무고는 성립할 수 없다.
이에 변호인이 다시 “차 씨에게 메시지 보낼 때는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보고하긴 했나”라고 묻자 이 씨는 “전화 통화로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진술은 오락가락했고 검찰 조서에 분명히 있는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확답을 피했다. 전직 경찰 정 씨는 “이 정도 진술을 믿고 기소했다는 게 어이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2월 22일 검찰은 차 씨를 또 다른 무고 교사 사건인 노 아무개 씨 건으로 기소한다. 여성종업원 노 씨 사건은 없던 일을 만들어 낸다는 무고와 무고 교사 뜻과는 전혀 다르게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CCTV 증거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노 씨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5년 1월 차 씨 가게에 B 씨와 C 씨가 손님으로 왔다. 종업원 노 씨가 복도를 지나가는 틈에 B 씨는 노 씨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2015년 1월 11일 노 씨 진술에 따르면 C 씨는 술병을 들어 위협을 했고 노 씨 손목을 잡고 계단으로 끌고 가면서 강제 추행했다.

차 씨는 노 씨를 데리고 바깥으로 향하던 B 씨와 C 씨를 계단에서 마주쳤다. 차 씨는 “왜 우리 직원을 추행하느냐”고 묻자 C 씨는 갑자기 옷을 벗더니 차 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차 씨와 C 씨 등이 옥신각신 싸우자 마침 순찰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폭행 사건을 목격했다. 노 씨는 출동 경찰관에게 B 씨와 C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노 씨 신고로 12시 40분 B 씨와 C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경찰은 차 씨가 폭행당한 증거 사진을 찍어두고 조서에 첨부했다.

이후 경찰은 CCTV를 확인했고 B 씨의 손이 노 씨 치마 속으로 들어가고 노 씨가 손을 뿌리치는 장면을 확인했다. 차 씨도 CCTV를 확인하는 경찰 뒤에서 이를 촬영했다. 2017년 2월 검찰 조사에서 B 씨와 C 씨는 경찰이 자신들에게 “CCTV가 확실히 있다. 합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같은 날 C 씨는 다시 차 씨에게 전화해 합의를 봐달라고 했고 차 씨는 “사건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게 원만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C 씨는 변호사와 통화 후 1월 22일 차 씨에게 다시 전화했다. C 씨는 “어렵게 돈을 구해 B 씨와 각 300만 원씩, 600만 원을 마련했다. 이 돈은 폭행을 당한 차 씨가 400만 원, 추행을 당한 노 씨가 200만 원을 나눠 갖고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 씨는 이 사건 이후 가게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2015년 4월 사장이던 이 씨는 갑작스러운 노 씨 퇴사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노 씨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노 씨는 퇴사 이유에 대해 “자신이 근무하던 사업장에서 성추행 피해가 발생해 부득이하게 퇴직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랬던 사건이 2017년 갑작스레 무고 교사로 바뀌어 차 씨를 옥죄기 시작했다. 가게 직원이었던 조 씨와 노 씨뿐만 아니라 B 씨와 C 씨 진술도 2015년과는 판이하게 바뀌었다.

당시 사건 발생 지점과 파출소까지 이동 거리는 새벽 시간 1km도 되지 않아 1분 남짓 되는 거리였다. 또한, 경찰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는데 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이었다. 사건 발생 시 현장에 있지도 않던 차 씨가 노 씨 진술을 교사했다기에는 2015년 노 씨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했듯 2015년 새벽 1시 42분 노 씨는 현장에 없던 차 씨에게 메시지로 당시 추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둘의 대화는 교사한 사람에게 말하는 뉘앙스로 보기엔 어려운 대화였다.

차 씨는 “내가 폭행을 당해서 상처가 나 경찰이 사진을 찍기도 했고, CCTV에 추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데 어떻게 무고가 되고 무고 교사가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진술만으로 차 씨는 갇혀버렸고 검찰은 본격적으로 경찰 비리를 요구하는 압박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차 씨는 “검사들이 구형을 싸게 막으려면 경찰 10명은 대라고 했다. 그때 첫 타깃으로 삼은 게 평소 친분이 있던 조 아무개 경장이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