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펫보험 의무화’ 이재명 ‘개식용 금지’…윤석열 ‘토리’ 최재형 ‘민들레’ 댕냥이 SNS 공개
대권에 도전한 후보들이 경쟁하듯 동물복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시작은 여권의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였다. 정 전 총리는 여권 후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동물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후보다.
정 전 총리는 8월 19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31%가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 돌봄의 영역은 이제 인간과 더불어 삶과 생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에까지 확장돼야 한다”며 “동불복지와 동물권 보장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공약은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및 공시제 시행, ‘펫보험’ 가입 의무화, 불법 번식장 및 불법 매매 금지, 유기동물보호센터 지원 및 반려동물 놀이터 확대와 펫 협동조합 활성화 등 다섯 가지다.
정 전 총리의 동물복지 공약은 주로 반려인 편의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개 공약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병원마다 편차가 큰 진료비를 투명화하기 위해서 진료비 사전 고시·공시제를 도입하는 한편,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사람처럼 표준 진료코드 체계를 개발할 예정이다. 동시에 반려동물보험, 이른바 펫 보험 가입을 의무화를 추진한다. 스웨덴이나 영국 등 반려동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의 경우 각각 반려인구의 40%와 25%가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 반면 국내의 펫 보험 가입율은 약 0.3%밖에 되지 않는다. 정 전 총리는 펫 보험 가입 시 예방접종이나 중성화 수술 등 기초의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료 공동구매·반려동물 공동 육아를 위한 펫 협동조합을 구축하고 반려동물 놀이터 시설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동물친화적 문화를 조성해 동물복지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불법 번식장 운영 중단과 반려동물 불법 매매 금지 등 생명 보호를 위한 공약도 있다.
여권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동물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8월 20일 고양시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복지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 동물, 자연 모두를 위한 통합적 정책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국가적 지원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동물 복지 공약은 △반려동물 양육비 절감 △개물림 사고 예방 △사회적 합의를 거친 개 식용 금지 △동물학대 범죄 예방 △반려동물 입양제도 △동물기본법 제정 △ 비건 문화 확산 등 총 7개다.
이 지사 측 동물 복지 공약의 첫 번째 특징은 반려동물 양육비 절감인데, 해결 방안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및 공시제’ ‘반려동물 의료보험 도입 검토’ ‘반려동물 공제조합’ 등 정 전 총리의 공약 내용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지사의 경우 펫푸드와 관련해 “소비자 민원 가운데 ‘짧은 유통기한’과 ‘제품 신선도’ ‘고가의 비용’에 대한 불만이 크다”면서 “값 싸고 질 좋은 국내산 펫푸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펫푸드 산업을 육성’하고 ‘펫푸드 생산·공급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개 식용 금지’, ‘임기 내 모든 공공기관 급식에 채식 선택권 보장’ 등 기존의 반려인 위주의 공약을 넘어 생명 존중에 대한 내용도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잔인한 학대와 도살,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 식품으로서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는 유통 구조 등의 문제점은 물론,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형성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서 이제는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임기 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에 대해서는 업종 전환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과제 30여 개가 준비되어 있다”며 “사람, 동물, 자연이 함께 가려면, 강자와 약자 양측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SNS을 통해 동물 사랑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펫심'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애견인과 애묘인을 자처하면서 반려동물을 공개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려견 ‘토리’를 주인공으로 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윤 전 총장은 해당 계정을 직접 운영하면서 반려동물과의 일상 사진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윤 전 총장은 최근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고 앉는 모습이 여론의 비판을 받자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는 자신의 강아지 ‘마리’의 사진을 올려 “조금씩 고쳐나가겠다”는 등 쩍벌 논란을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야권의 또 다른 대선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원장은 고양이를 키우는 19년 차 집사다. 최 전 원장의 큰딸은 8월 2일 인스타그램 ‘J 형’ 계정에 19세 고양이 ‘민들레’를 공개했다. 새하얀 털을 가진 민들레는 터키쉬 앙고라 종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 시대에 들어선 만큼 이들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반려인들을 위한 정책 공약과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이미지 구축 양쪽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야권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동물 복지 공약을 발표한 후보가 없어 반려인으로서의 이미지 마케팅 효과만 누리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도 나온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