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에 특별여행주의보 연장…모객 저조 사이판·괌·하와이 등 전세기 줄취소
#사이판‧괌에도 특별여행주의보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도 한 차례 더 연장됐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지난해 3월 23일 최초 발령 이후 1년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부는 전 세계 해외여행에 대해 6월 14일부터 8월 14일까지 발령한 6차 특별여행주의보를 9월 13일까지 다시 연장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 이상, 3단계인 철수 권고 이하에 해당한다. 발령일로부터 최대 90일까지 유효하고 통상 1개월 단위로 발령한다.
외교부는 “이번 특별여행주의보 연장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지속과 많은 국가의 입국 금지 또는 제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발령 기간 중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국민은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6월 30일 국토교통부는 사이판과 첫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정을 맺었다. 여행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 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으로 일괄 적용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별여행주의보가 사실상 소비자나 여행사에게 ‘해외여행금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8월 22일 발표에 따르면, 7월 24일에 인천-사이판 항공 노선이 운항을 재개한 이후 8월 2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사이판행 비행기에 탑승한 트래블 버블 이용객은 4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사이판행 항공편 운항 횟수는 총 14편으로 트래블 버블 이용객은 편당 3명에 불과한 셈이다. 국토부의 집계에 따르면 8월 22일부터 9월 23일까지 트래블 버블 여행상품을 예약한 인원은 101명이다. 첫 한 달과 비교하면 이용객이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외교부에 특별여행주의보 차등 적용 등 여행경보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트래블 버블 지역인 사이판을 비롯해 캐나다, 하와이, 괌, 싱가포르, 타이완 등 방역 우수 국가와 지역만이라도 특별여행주의보의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당장 추석 연휴 여행을 결정할 9월 13일 이후 상황에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추석 연휴 해외여행도 깜깜
9월 추석 연휴는 9월 18일부터 22일까지지만 이틀만 휴가를 더 내면 9일을 쉴 수 있어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6월까지만 해도 국내 방역 상황이 좋았고 백신 접종도 원활했기에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또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서 괌과 하와이 등으로 격리 없이 여행을 갈 수 있다는 희망도 더해졌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석 연휴 출발 예정이었던 여행사 단독 전세기와 특별 부정기편 등이 하나둘 취소되고 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모객이 저조한 데다 7~8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미 예약했던 상품을 취소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천-하와이 노선을 대한항공이 2회, 아시아나항공이 1회 운항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모객 저조로 최근 취소됐다. 이어 여행사들이 단독으로 준비했던 전세기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관광은 이미 7월에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예사롭지 않자 바로 베트남 전세기 운항을 취소했다. 모두투어는 추석 연휴에 띄울 예정이던 사이판 전세기를 취소했고, 인터파크투어도 타이완 전세기를 취소했다. 하나투어도 괌·사이판·싱가포르 전세기를 띄울 예정이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추석 연휴를 겨냥했던 여행사들의 전세기와 항공사 부정기편 등 약 20편의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됐거나 취소될 예정이다.
백신접종을 완료한 한 가족 여행객은 “추석이면 괜찮아질 줄 알고 미리 추석 연휴 괌 여행을 예약했지만, 외교부가 해외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권고까지 나온 마당에 100% 환불이 가능한 시점까지 좀 더 지켜보다가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여행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여행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여행업계도 다시 침울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마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점차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었는데 하반기도 미지수가 됐다”며 “언제까지 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려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변이 바이러스도 문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이후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징후가 미국과 영국에서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행 실수요층인 30∼40대의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것도 모객 저조의 이유로 지적된다.
여행업 관계자는 “여행 소비가 필수적인 소비가 아니고 아무래도 사치성 소비이다 보니 백신 접종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불안감이 남아 있으면 실질적 소비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안정되어 다시 여행 수요를 조금씩이라도 회복하는 데는 최소 1~2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복귀한 여행사 직원도 다시 휴직
추석 연휴 여행 재개 기대로 6월경 복직했던 일부 여행사 직원들도 8월을 기점으로 전세기들이 취소되고 잇따른 고객 취소와 모객 저조로 다시 휴직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되고 전 세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상치 않아지며 하반기 해외여행 시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6월과 7월 초까지만 해도 사이판 트래블 버블을 비롯해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해외여행 시장은 낙관적으로 전망됐고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10월 이후로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일제히 장기간 휴직 중이던 직원들을 일부 복귀시켜 업무에 투입했다. 하지만 7월초부터 시작된 4차 대유행 때문에 해외여행 분위기가 다시 시들해지자 복귀했던 직원들도 다시 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대형 여행사 직원은 “최근 직원의 절반 정도를 구조조정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복귀했지만, 추석 연휴 해외여행 재개가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이 또 다시 구조조정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