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저 남자 바꿀 수 있다” 팬클럽 만들고 재판 따라다니고 정보 뒤져 ‘아이돌 사생팬 방불’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의 저자 아베 교코 씨는 2008년 일본 최초로 범죄 가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단체를 설립했다. 수많은 가해자 가족들과 수감 중인 가해자들을 만나 사례를 분석하고 책으로 엮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가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은 24시간 전화상담과 일자리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괴롭힘 문제에도 대응한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와 동일시해 ‘신상털이’나 ‘보복 행위’ 등이 태연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가령 매스컴이 집중되는 중대 범죄자에게 호의를 표하는 열성팬이 생겨난다는 것. 아베 씨는 “믿기 힘들겠지만 연쇄살인범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여성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들을 프리즌 그루피(Prison groupie·감옥 광팬)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범으로 꼽히는 그는 1974년부터 5년 동안 최소 30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감형 얼굴인 데다 달변이어서 법정에는 많은 여성 팬들이 몰려들었고, 심지어 한 여성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테드에게 청혼해 결혼까지 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영국인 영어 강사를 살해한 뒤 2년 7개월 동안 도피행각을 벌였던 이치하시 다쓰야가 유명하다. 그가 체포됐을 때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이 TV를 통해 비춰졌는데 하필이면 상당히 훈남처럼 찍혔다. 이로 인해 이치하시를 응원하는 팬클럽이 결성됐고 팬클럽을 향한 비난 여론이 열도에 들끓었다.
잔혹 살해범 이치하시를 ‘잇치’라는 애칭으로 부르는가 하면, 재판 방청권을 웃돈 주고 구입해 그를 보려는 여성들도 출현했다. 관련 재판은 50여 석이 일반 방청석이었는데 1000여 명이 신청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당시 법원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미남이 아닌데 영문을 모르겠다”며 인터뷰를 했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 ‘못난이 꽃뱀’ 기시마 가나에의 재판에도 많은 남성 방청자들이 몰렸다. 다만 기시마의 경우 ‘얼마나 못생겼나’라는 단순 호기심으로 이치하시 추종자들과는 정반대의 이유였다. 기시마는 100kg가 넘는 육중한 몸매에 수수한 얼굴로 흔히 떠올리는 ‘꽃뱀’의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주목을 끌었던 인물. 20여 명의 남성을 유혹해 거액을 뜯고 3명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범죄심리학자 사쿠타 아키라 교수는 “피의자에 대한 동정은 옛날부터 드문 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하이브리스토필리아(범죄자 성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자신이 범죄자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도취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나라면 연쇄살인범 같은 잔인한 남자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베 씨는 “실제로 ‘특정 범죄자의 정보를 알고 싶다’며 접근해오는 여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지바현 노다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예로 들었다. “10세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학대로 숨진 사건인데, 기소된 친부 구리하라 유이치로에게 호의를 품은 여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그 여성은 과거엔 이치하시 다쓰야 수형자의 뒤를 쫓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아베 씨에 따르면 “여성은 구리하라 수형자에 대해 ‘키도 크고 예의가 바르며 멋지다’면서 마치 아이돌을 말하는 듯한 어조로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그녀와 같이 구리하라 수형자에 관한 정보를 뒤지고 재판 방청을 하는 여성이 몇 명인가 또 있다”는 사실이다.
아베 씨는 “공판 전체를 방청했지만 연일 법정은 지옥이었다. 비참한 학대 정황에 방청석에서는 눈물을 훔쳤고 분노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해자에게 아이돌 같은 감정을 품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전했다.
일본 매체 ‘주간여성’에 의하면 “프리즌 그루피 외에도 최근에는 범죄자와의 교류를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자랑하고 싶어 접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교류를 과시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성향은 흉악범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매체는 “중대사건 가해자 중에는 유명 프로그램 PD가 면회를 왔다고 자랑하거나 그동안 받은 취재량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오다큐선 전철에서 승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던 쓰시마 유스케 용의자도 체포 전 “곧 유명해질 텐데 나와 악수를 해두지 않겠냐”며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개중에는 진지하게 범죄자와의 교류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범죄자의 불행한 처지를 동정하고 갱생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옥중 결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일례로 2001년 오사카 이케다초등학교에서 8명의 아동을 참살한 다쿠마 마모루가 옥중에서 만난 사형폐지 운동가 여성과 결혼한 일화가 유명하다. 다쿠마는 2004년 오사카 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안타깝지만 이들의 결말은 거의 비극으로 끝난다. 아베 씨에 의하면 “옥중 결혼을 하고 출소를 하더라도 결국은 폭력을 휘둘러 이혼에 이르거나 돈을 갖고 달아나는 등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학대로 복역하는 가해자 중에는 또 다시 가족에게 같은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가해자가 갱생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아베 씨는 “수감자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률이 높다”면서 “개인 아니라 갱생지원단체의 협력을 얻어 적절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