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무부 전현직 수뇌부 대거 거론…엇갈린 주장 속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 모양새
이렇게 원고(검찰)과 피고(이성윤)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과 법무부의 고위직들이 일제히 법정에 출석할 가능성이 생겼다. 당장 김오수 현 검찰총장,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물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도 증인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고위직들이 법정에서 ‘내 잘못은 없다’며 서로 책임을 부인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는 이유다.
8월 23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오전 10시 30분 첫 공판을 열고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양쪽의 입장을 확인했다. 수사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했던 이 고검장 측은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다. 변호인단은 재판 전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공소장의 기재 자체에 따르더라도 김학의 출국금지 과정 개입은 피고인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출국금지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부분도 마치 피고인의 행위인 것처럼 또는 피고인이 공모해서 한 것처럼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만 청취했고, 9월 6일 열리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고 전체적인 재판 일정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례적인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에 법조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증인 리스트’다. 이 고검장뿐 아니라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이번 사안으로 기소된 이들의 진술이 사건 당시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들과 조금씩 엇갈린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는 모양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차관(현 검찰총장), 문무일 전 검찰총장,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등 대검과 법무부 핵심 고위간부들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시 법무부 장·차관 라인은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정책본부장과 주장이 다르다. 차규근 본부장은 출금 조치 과정을 김오수 차관과 박상기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입장이지만, 박상기와 김오수 라인은 검찰 조사에서 ‘보고 받은 적 없다’거나 ‘승인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입장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차규근 본부장은 박상기, 김오수 당시 장·차관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직접 재판부에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 재판부가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 봉욱 대검 차장검사 등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인사들 역시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 출금을 주도한 이규원 검사와 입장이 다르다. 이규원 검사는 대검과 당시 법무부가 불법 출금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봉욱 전 차장검사를 콕 집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주도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봉욱 전 차장검사는 검찰 조사 등에서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아직 이규원 검사가 봉욱 전 차장검사의 검찰 진술조서 부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대로 인정할 경우 책임을 혼자 지게 되기 때문에 부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문무일 전 총장은 이성윤 고검장과 진술이 엇갈린다. 이성윤 고검장은 “당시 수사 사안들을 문무일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문무일 전 총장은 이 고검장의 진술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증인 출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규원 검사는 당시 “나는 검찰청 공무원이라 법무부가 허락해도 대검이 컨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국 전 장관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게 이 검사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진술조서가 없는 관계자도 검찰이나 피고인, 혹은 재판부가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부를 경우 증인 출석이 가능하다. 이규원 검사 측이 적극적으로 ‘위(대검, 법무부, 청와대)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2019년, 문재인 정부 초기 법무부와 대검, 청와대의 민정라인 수뇌부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을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앞서 진행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당시 대법원장부터, 대법관(법원행정처장)과 법원행정처 차장과 실국장 등 사법부의 고위직들이 피고인이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냐”며 “1년여 만에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들이 서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떠넘기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