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화이자 5~6개월 뒤 예방효과 하락…변이 기승 중화능 감소, 세계 각국 부스터샷 논의 본격화
#부스터샷 관련 본격 논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의 부스터샷(추가접종) 기한을 2차 접종 최소 8개월 후에서 6개월 후로 2개월가량 단축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차 접종 뒤 최소 8개월 공백을 두는 것보다 6개월 공백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 7월 30일부터 60세 이상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해, 8월 19일부터는 4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부스터샷에 따른 예방효과가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을 때보다 4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중증 악화 예방과 입원 방지 효과도 5∼6배에 달한다고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부스터샷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8월 26일에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부스터샷을) 빠르면 4분기에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부 자문 전문가들은 이르면 9~10월 이후 부스터샷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은 1차 접종률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등 일반 백신 접종에 집중하겠지만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9~10월 이후 장기요양시설 및 병원에 있는 고위험군과 의료진들부터 부스터샷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정은경 청장은 우리 정부가 부스터샷 추진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국민 2회 접종과 함께 소아·청소년, 임신부 접종, 그리고 연내 부스터샷 대상자 접종에 사용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회 접종' 얀센 예방 효과 언제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선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추가 접종 계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얀센 백신을 접종하신 분들에게 어떤 종류의 백신으로 추가 접종을 할 건지에 대해 현재 전문가가 검토 중”이라며 “접종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접종을 할 건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얀센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1회 접종만 받으면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미국이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100만 명분을 공여해 이미 6월에 예비군과 민방위, 외교·국방 관계자들 등에게 접종됐다. 문제는 얀센 백신 접종자에게 돌파감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백신 종류별 돌파감염 발생률 자료에 따르면 얀센이 0.098%(10만 접종자 중 97.8명), AZ 0.055%(10만 접종자 중 55.0명), 화이자 0.018%(10만 접종자 중 18.4명), 교차접종 0.012%(10만 접종자 중 11.8명)였다. 얀센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률이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5.4배, AZ 백신 접종자의 1.8배가량 높게 나왔다.
사실 지난해 미국 존슨앤존슨(J&J)은 얀센 백신은 6개월 뒤에도 항체 수준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었다. 초기 예방 효과가 72%인 얀센 백신이 6개월 뒤에도 예방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초기 예방 효과는 더 높지만 시간이 흐르며 항체 수준이 떨어지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존슨앤존슨은 얀센 백신의 부스터샷을 맞으면 항체 수준이 9배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얀센 백신의 예방 효과가 6개월 뒤에도 높게 유지된다고 밝혔던 존슨앤존슨이지만 돌파감염률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는 백신 효과를 얼마나 떨어트리나
지금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은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 백신의 예방 효과다. 앞서 얀센의 부스터샷 필요성을 언급한 존슨앤존슨도 델타 변이가 얀센 백신 예방 효과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변이 바이러스로 백신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서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변이들이 중화능(백신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중화항체를 만드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면역반응을 강화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8월 2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기 연구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예방효과가 91%로 추정됐지만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된 뒤 66%로 감소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낮아진 부분도 있지만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중화능 감소 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는 AZ 백신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국가통계청과 옥스퍼드 백신그룹이 영국 내 델타 변이 코로나 감염자 40만 명에 대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90%였던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3개월 뒤에 크게 떨어진 반면 AZ 백신은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
#각종 연구 이어지지만 아직 정복되지 못한 코로나19
안타깝게도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질병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 그리고 치료제 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 아직 명확한 해법은 없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연구 결과 역시 제약회사의 자체 연구 결과이거나 표본이 다소 적은 연구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 기간이 얼마나 되며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예방효과에 미치는 영향도 명확한 수치가 나와서 검증된 상황은 아니다. 부스터샷의 필요성은 대체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라 세계 각국이 부스터샷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장 정확한 시점’조차 확인이 안 돼 대신 ‘가장 적절한 시점’이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아직 백신 접종률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국가들도 많은데 일부 부유한 나라들이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부 부유한 나라들이 백신을 비축하고 있어 아프리카는 역풍을 맞고 있다”며 “일부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접종 결정은 백신 형평성을 업신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