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포지션 변경 조언 듣고 레프트로 나서 현대건설 우승 이끌어
우리나라 여자배구에는 이들을 이을 또 다른 ‘황금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생으로 최근 3~4년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이주아 박은진 박혜민 정지윤 정호영 이다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고교 시절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건설 소속 정지윤은 최근 막을 내린 KOVO컵에서 MVP에 오르며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최근 정지윤은 ‘김연경의 후계자’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올림픽 등 대표팀 생활을 함께하며 김연경이 정지윤에게 ‘신체조건이 좋다’는 말과 함께 레프트 포지션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연경이가 지윤이를 레프트 시켜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전까지 주로 라이트나 센터로 나서던 정지윤은 이번 컵대회에서 레프트로 여러 차례 나섰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올랐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던 정지윤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되는 레프트는 편안한 자리가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이 레프트로 나설 때면 상대의 리시브 표적이 된다.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은 조별리그 도중 정지윤은 교체 아웃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준결승과 결승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성장을 증명했다.
정지윤의 포지션 변경은 대표팀으로서도 주목할 사안이다. 새로운 황금세대가 프로 3~4년차에 접어들며 기량을 쌓아가고 있지만 대부분 센터로 포지션이 몰려 있다. 김연경의 대체자를 찾아야 할 대표팀으로선 정지윤의 포지션 변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