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돌보며 정서적 안정 경험하는 ‘식물 부모’ 열풍…인조 식물· 풍경사진만 봐도 비슷한 효과
반려식물이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이미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바 있다. 때문에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같은 때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식물이 정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어떤 식물을 집안 어디에 배치하면 좋은지 살펴봤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어반 포레스트리&어반 그리닝’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내 식물을 키우면 미적인 효과 외에도 정서적으로 중요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페인 세비야대학 농업공학전문학교 소속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전세계 4200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조사는 '집안 식물이 사람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 결과 응답자 네 명 가운데 세 명, 즉 74%가 '집콕 기간 동안 식물이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55% 이상은 '지금보다 집안에 식물을 더 많이 키우면 좋겠다'고 밝혔다.
집안에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집안에 식물을 키우지 않거나 집에 자연광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보다 부정적인 감정(슬픔, 두려움, 스트레스 등)을 더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또한 코로나19 유행 동안 집안 식물에 대한 몇 가지 눈에 띄는 경향을 밝혀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택격리 기간 동안 자연히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63%에 가까운 응답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도 식물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감염병이 종식된 후에도 사람들이 실내 식물을 구입하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 만일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녹음이 짙은 곳으로 산책을 자주 나가거나 가급적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늘리면 도움이 된다. 실제 지난 2020년 11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창밖으로 녹지를 자주 바라보는 사람들이 감염병 초기에 더 긍정적인 정신 건강 결과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러트거스 뉴저지 의학대학의 요나탄 카플란 정신의학 박사는 “자연이 주는 혜택은 직접적으로 자연에 노출될 때에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색공간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자연에 노출될 때와 유사한 장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볼티모어 ‘라이프브리지 헬스’의 정신과 과장인 드류 A 페이트 박사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는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중요하다”면서 “이런 환경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면 햇빛에 노출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가령 공원을 산책하거나 창가에 정원을 꾸미거나, 다육 화분에 물을 주거나, 아니면 단순히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작품을 침실에 걸어두는 방법 등이 있다.
캘리포니아 뉴워크에 있는 커뮤니티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라쉬미 파마르 박사는 “이렇게 하면 일상의 혼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가 야기하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으로부터 잠시 주의를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식물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식물을 돌보면 목적의식을 갖게 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화가 아닌 인조 식물을 보거나,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심지어 자연을 담은 풍경 사진을 보기만 해도 비슷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 파마르 박사는 “식물은 단순한 인테리어 장식 그 이상이다. 식물은 생명이 없는 공간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부여한다”면서 “식물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면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이는 특히 심혈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인데 식물을 접하면 혈압이 낮아지면서 편안하고 느긋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카플란 박사 역시 자연에서 얻는 건강상의 혜택에 대해 “이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을 뜻하는 바이오필리아(녹색 갈증)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자연을 통해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진화에 따른 심리적 순응이라는 것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최근에는 ‘식물 부모’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지역사회 정신의학 전문의인 릴라 마가비 박사는 “식물은 지난 1년간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외로움을 어느 정도 덜어줬다. 동물처럼 식물도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를 돌봄으로써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마치 자식처럼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히 애착과 유대감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데저트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 10명 가운데 7명은 자신이 ‘식물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또한 이와 관련, ‘마켓플레이스’는 2020년 한 해 동안 원예 관련 매출이 약 19% 증가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여파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식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계정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트렌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원예 관련 매출은 작년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마켓플레이스’는 내다보고 있다.
또한 NBC는 ‘식물 부모’ 열풍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삶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식물 부모’들이 저마다 개성적인 방법으로 식물을 가꾸고 있다는 점도 그런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말하는 식물 공간 배치…공부방엔 앙증맞은 '다육이'를
과연 어떤 식물을 집안 어디에 배치해야 좋은 걸까. 이에 대해 인테리어 전문가인 타라 솔버그는 “각 공간마다 어울리는 식물은 따로 있다”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특히 실내 식물이 웰빙과 청결한 환경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침실
침실은 휴식을 취하고 숙면하기 위해서 항상 아늑하고 편안해야 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침실에 어울리는 식물은 평온함과 차분함을 주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가령 기분을 편안하게 하면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라벤더나 자스민 같은 아로마 테라피 식물이 좋다.
만약 식물의 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향인 식물을 선택한다. 스파티필럼은 공기 질을 향상시키고 방 안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된다. 아글라오네마도 차분하고 조용한 침실에 적합한 식물이다.
#욕실 및 세탁실
욕실이나 세탁실에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좋다. 이런 곳에는 다육류와 선인장이 적합하다. 양치식물 같은 경우는 욕실에 가장 알맞다. 고사리과인 아디안텀이나 스킨답서스는 관상용으로도 적합하며, 특히 섬세한 작은 잎들이 화분 가장자리에 드리우기 때문에 모양도 예쁘다. 이런 관엽식물은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며, 잘만 관리하면 매년 다채로운 꽃을 피우기 때문에 더없이 실용적이다.
#공부방
공부방에 두는 식물은 키가 너무 크면 좋지 않다. 집중을 방해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선에 거슬려선 안 된다. 대신 책상 옆이나 컴퓨터 위에 작은 크기의 녹색 식물을 두는 것을 추천한다. 자그마한 다육 식물이나 아이비 식물, 공기정화 식물이 좋다. 다육 식물 가운데는 특히 크라슐라를 추천한다. 크라슐라는 ‘기’ 즉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어 집중하는 데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주방
주방에는 주방세제로 인한 유해독소를 걸러내는 능력을 가진 식물이 필요하다. 이런 식물로는 공기 정화에 탁월한 산세베리아가 제격이다. 이 밖에도 주방에서 싱싱한 허브를 키우면 공간이 녹지로 변할 뿐만 아니라 요리를 할 때 쉽게 식재료 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솔버그는 “바질이나 민트 같은 허브를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 키우면 좋다. 아니면 싱크대 옆에 두면 주방 분위기도 산뜻해진다”라고 추천했다.
#거실
거실은 침실이나 주방보다 공간이 더 넓기 때문에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식물로 꾸미는 게 좋다. 솔버그는 “식물이 거실에서 수직으로 어떻게 자랄지, 그리고 전체적인 공간에서 어떤 형태를 띨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잎이 넓고 키가 큰 야자 식물은 코너 공간에 생기와 색감을 더하기 때문에 거실에 완벽하게 어울린다. 만약 거실에 큰 화분을 놓을 공간이 없다면, 특색 있는 화분 스탠드에 올려놓을 수 있는 고무나무나 엽란처럼 크기는 작지만 다루기 쉬운 식물을 선택하는 게 좋다”라고 귀띔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