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에 비용 떠넘기고 독촉 연락은 피해, 가압류되자 주소지 옮겨…테디아일랜드 “대금 지급 조율 중”
테디아일랜드는 현재 대금 미지급에 대한 여러 소송을 맞닥뜨렸으며 임금 체불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에 협업을 제안하며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 속이라 인터넷이 안 된다"
테디아일랜드로부터 대금을 제때 정산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빚을 지며 자재비, 인건비 등을 해결해왔다. 대표적으로 금속 집기 업체 ‘예맥금속’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테디아일랜드에게 수천만 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테디아일랜드와 예맥금속은 2019년 강남 교보문고 매장과 잠실 롯데 팝업매장에서 협업을 진행했다. 예맥금속은 테디아일랜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진열될 수 있도록 집기를 제작, 설치했다. 하지만 테디아일랜드는 롯데 팝업매장 제작비용 일부인 수천만 원을 현재까지 지불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예맥금속 측은 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테디아일랜드 대표인 A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A 씨는 은행 대출 계획이나 투자자금 유치계획서를 보여주며 테디아일랜드라는 브랜드를 중국에 팔아 변제를 준비할 것이고 이후 채무변제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예맥금속 관계자가 전한 한 채팅방을 보면 A 씨는 ‘자재비, 인건비가 많이 밀려서 회사 운영에 고충이 심하네요’ ‘업체들이며 인부들이며 전화가 불이 나네요’ ‘저희 직원들 포함해 그 식구들은 굶어 죽으라는 얘기신지요?’라는 호소에도 대금 입금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산 속이라 인터넷이 안 된다. 통화가 원활하지 않다”며 회피했다.
이로부터 세 달 뒤 ‘대표님 정말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요’ ‘월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입금) 되어야 합니다’ 등 호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예맥금속은 테디아일랜드와의 거래를 위한 자재비, 인건비 등의 지출을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을 이용해 갚아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가방 제조·판매 업체 ‘마인스’도 테디아일랜드로부터 피해를 봤다. A 씨는 2019년 마인스에 “과거 유명 연예인과 협업을 했던 적이 있다”라며 테디아일랜드 캐릭터로 함께 협업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A 씨는 회사 자금이 부족해 마케팅 비용, 모델 출연료 등에 쓰일 1억 원을 먼저 대납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인스 측은 마케팅 등에 쓰인 수억 원의 비용을 제품전달일 기준 4번에 걸쳐 테디아일랜드 측에 지급받는 조건으로 협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테디아일랜드는 2019년 12월 31일 1000만 원을 지급한 후 남은 금액을 입금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광고 및 마케팅을 지원했던 협력업체 ‘크리솔루션’도 1억 원 정도를 대납하며 일을 추진했지만 대금 지급과 계약서에 명시된 수익분배가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현재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
일련의 사태에 A 씨는 "(마인스의 경우) 가방이 판매되지 않아 대금 지급을 하기 어려웠다"면서 "아직도 판매하지 못한 가방을 가지고 있다. 쌓인 가방에 대금 지급까지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솔루션에 대해선 최근 광고 및 마케팅을 통해 발생한 금액의 증빙서류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맥금속, 마인스 등은 지난해 각각 물품대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예맥금속은 지난해 9월, 마인스는 같은 해 4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테디아일랜드로부터 대금을 환수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테디아일랜드 측이 과거 국세, 지방세 등 수억 원에 이르는 가압류가 잡혀 있었으며 유체동산 압류(유체압류) 시행 직전 법인 주소지를 이전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 유체압류는 채권자가 채무자 거주지에 있는 기기와 물품 등을 압류·처분해 채권으로 회수하는 절차로 채무자의 초본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한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는 2020년 9월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주소지로 등록했다. 이는 예맥금속과 마인스의 소송 판결 모두 나온 직후다. 이후 지난 5월 법인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변경됐다.
마인스 관계자는 “테디아일랜드가 새로운 법인 설립 후 모든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며 “심지어 새 법인 대표는 테디아일랜드의 자녀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인 테디아일랜드 본래 주소지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테디아일랜드패션’이라는 회사가 등록돼있다. 회사 대표는 A 씨의 자녀 B 씨다. 홈페이지 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테디아일랜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사측 명과 예금주는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대표는 B 씨로 기재돼있다. 다만 테디아일랜드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법인 등기 이전 지역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으로 올라와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테디아일랜드는 판매 계약을 사측과 맺었지만 판매 금액을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돌려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마인스 관계자는 “테디아일랜드라는 기존 법인명은 사용하되 제품 판매 수익은 테디아일랜드패션에서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법인 주소지를 이전하고 판매 수익을 테디아일랜드패션으로 거둬들이면 자연스레 테디아일랜드 폐업도 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 이렇게 되면 피해 협력업체들은 테디아일랜드로부터 대금을 환수 받지 못하게 된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법인 주소지 이전 사유가 특별히 없거나 유체동산 관련 매매계약이 존재하지 않을 시 의도적으로 등기 이전을 했다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일부 법인에서 유령 법인을 만들거나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앉혀 채무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관계자들 "거래한 적 없는 기업"
이처럼 피해를 본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테디아일랜드에서 내세운 △과거 유명 연예인과의 협업 경험 △대기업과의 유통 협력 등을 믿어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테디아일랜드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테디아일랜드가) 성과를 부풀려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연예기획사에 제출해 협업 계약을 맺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일요신문i'가 입수한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는 △신세계그룹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한화갤러리아 △CJ몰 △GS SHOP △공무원연금공단 제휴복지서비스 등 국내 대규모 유통사 및 공공기관을 통한 가방, 잡화 등의 영업·유통·판매 권한을 함께 협업한 협력업체에게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이 중 디자인전문 쇼핑몰인 ‘텐바이텐’에는 테디아일랜드 제품의 판매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대부분 유통사의 경우 일부 온라인몰에서 테디아일랜드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으나 기업과의 유통 계약을 맺어 진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처음 들어보는 기업이고 거래한 적 없다”라고 답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각 부서에 테디아일랜드에 대한 유통 내역 등을 요청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테디아일랜드 유통과 관련해 공단 측에 파악된 것이 전혀 없다”며 “공단 마당에 전시를 한 것이냐? 그렇다고 해도 현재 그런 일을 진행하고 있지 않아서 공단이 포트폴리오에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테디아일랜드가 공식 SNS에 계약이 만료된 연예인들을 게재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테디아일랜드 공식 SNS 계정에는 현재 협업제품 계약 모델인 아이돌그룹 NCT127을 제외하고 과거 테디아일랜드 모델이던 가수 김재환, 박지훈, 배진영과 아이돌그룹 빅톤이 게재됐다.
하지만 지난 8월 11일 사진 촬영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것을 제한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바 있다. 그간 대법원 판례는 사진을 찍는 것에 동의했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해서는 촬영 대상의 허락이 필요하다고만 명시했지만 이제는 사용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 외 사진이 사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흘 만에 억대 매출…대금 미납 언제까지?
테디아일랜드는 포트폴리오 및 과거 연예인들과의 협업 경험을 앞세워 현재 국내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NCT127과도 모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4월부터 협업을 위한 모델 계약을 진행했다. 즉, 테디아일랜드가 2019년부터 협업 진행한 협력업체들의 대금은 미지급한 채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
테디아일랜드 측이 NCT127과 협력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와 C 업체가 NCT127을 모델로 기용해 벌어들인 수익은 나흘 만에 수억 원대를 기록했다. 더불어 테디아일랜드는 미국 아마존닷컴에 입점이 확정돼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도약을 준비 중이며 지난 8월엔 일본 옥션 측에서 입점을 요청해 협의 중에 있다.
반면 테디아일랜드로부터 대금을 환수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분당경찰서에 테디아일랜드 대표 A 씨에 대해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테디아일랜드 측은 “피해 업체들과 헐뜯는 사이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회사 상황이 너무 어려워 대금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선 해당 업체들과 대금 지급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업체들에서 진행한 소송으로 가압류 붙어서 아무것도 손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이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인스 관계자에 따르면 테디아일랜드 측은 9일 기자의 사측 방문을 앞두고 피해 협력업체 중 한 곳인 크리솔루션 관계자에 연락해 "(기자가 온다는 데) 우리 좋은 사이인 걸로 말해달라"며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