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릴리스 포인트가 좋은 결과 비결…사이영상 좋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 더 욕심”
로비 레이는 9월 9일 현재 27경기에 출전해 166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2.60과 탈삼진 212개를 기록 중이다. 7월 평균자책점 1.99, 8월 평균자책점 1.76을 올렸고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과 최다이닝 1위 탈삼진 2위로 현재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과 사이영상을 경쟁 중이다.
9월 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인터뷰에 응한 로비 레이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하게 된 비결로 모든 구종을 구사할 때 같은 위치에서 공을 뿌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았던 그가 올 시즌 자신의 레퍼토리에 체인지업을 추가한 배경도 설명했는데 그 중심에 류현진이 자리했다. 류현진은 로비 레이한테 슬라이더를, 로비 레이는 류현진한테 체인지업을 주고받은 셈이다.
오프 시즌 동안 구속 증가를 위해 하루 두 차례씩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고 밝힌 로비 레이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로비 레이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다.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시즌 내내) 일정한 투구폼을 유지해온 것이 가장 중요한 비결인 것 같다. 투구 동작에 터닝 모션을 추가한 후부터 공을 뿌리는 동작을 좀 더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안정된 릴리스 포인트 덕분에 모든 구종을 구사할 때마다 같은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 그게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구종의 릴리스 포인트가 같다면 투구 동작을 꾸준히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타자들의 스윙을 유인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으려고 하는 투수는 아무도 없다. 일정한 투구폼을 장착하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구속 증가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실행했던 걸로 아는데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오프시즌 동안 하루에 훈련을 두 번씩 꾸준히 했다. 아침에는 힘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오후나 저녁에는 그 힘을 야구동작(투구동작)에 실어낼 수 있도록 폭발성을 증가시키는 훈련에 힘썼다. 구속 증가는 오프시즌에 더 신경 쓰는 부분이다. 선발 등판에 신경 쓰는 시즌 중에는 힘을 증가시키는 훈련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오프시즌에 집중해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그동안 투구 레퍼토리에서 체인지업은 쉽게 볼 수 없는 구종이었는데 올 시즌 체인지업을 자주 던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맞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다 스프링캠프 때 류현진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동안 류(현진)와 나는 캐치볼 파트너였다. 체인지업에 대해 상의도 했고 류가 많은 도움을 줬다. 류는 명품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함께 공 잡는 그립도 연구해보고 어느 상황에 (체인지업을) 던지는 게 가장 효과적인 사용법일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하려고 전략을 세운 건 아니었지만 구종이 추가되면 나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머릿속에 신경 써야 할 부분 한 가지를 더해주는 셈이다. 올 시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류현진도 지난 양키스전 등판을 마친 후 로비 레이의 슬라이더를 지켜보고 경기에서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류현진과 슬라이더 이야기를 나눴었나.
“같은 팀 소속인 투수들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보단 류가 내 불펜 세션이나 경기 전 몸 풀고 있을 때 내 투구를 보고선 슬라이더를 어떻게 던지는지 지켜본 것 같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생각해야 할 부분들 몇 가지를 공유하긴 했지만 류현진은 이미 빼어난 커터를 갖고 있지 않나. 그한테 슬라이더를 장착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시 한 번 당신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메리칸 리그 ERA(방어율) 1위(2.60),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공동 1위(0.99), 삼진 3위(212), WAR(종합지표) 1위 등 많은 부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중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은 어떤 기록인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스코어보드에 0을 쌓아나가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특히 시즌이 종반부를 향하며 매우 중요한 경기들을 치르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내 역할은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올 시즌에는 꾸준히 팀한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주었고 무실점 이닝들을 쌓아나가는 목표로 임하기 때문에 나머지 성적들도 좋게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8월에 평균자책점이 1점대였을 정도로 호투했지만 1승밖에 얻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올 시즌을 치르며 투수들이 잘 던졌지만 타선이 점수를 못 냈던 적도 있었고, 타자들이 잘 쳤는데 근소한 차로 패한 경기들도 있었다. 나는 등판 때마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목표고 8월에 선발 등판한 경기들 중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본다. 내가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 우리 팀의 승패 기록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타선이 경기 막판 점수를 내서 이겼던 경기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우리 팀에겐 1승 1승이 아주 중요한 상황이다.”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와 주로 호흡을 맞추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스프링트레이닝 때부터 좋은 관계가 시작됐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가 등판한 매 경기에서 커크랑 호흡을 맞췄다. 시즌 중에도 커크가 부상자 명단 오르기 전까지 주로 커크와 배터리를 이뤘다. 커크의 빅리그 첫 경기가 내 선발 등판이었다. 그와 나 사이에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그는 내가 표현하기도 전에 어떤 구종을 어느 상황에 던지고 싶어 하는지 파악해주는 포수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하지만 내 목표는 우리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이영상도 좋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더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 남은 등판 때마다 이 팀을 위해 경쟁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겠다.”
―어린 시절 우상처럼 존경했던 선수가 있다면?
“랜디 존슨이었다. 왼손잡이 투수로 구속도 빨랐고 슬라이더는 끝내줬다.”
―애리조나 시절에 직접 만난 적이 있었나.
“당연하다. 그와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가 내게 해준 말들 중 가장 도움이 됐던 말이 ‘마지막 등판이 언제 일지 모르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어느 경기가 마지막 등판이 될지 모르는 건 사실이다.”
―토론토와 1년 계약을 맺었는데 시즌 종료 후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지금은 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우리 팀은 좋은 팀이고,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 일원으로 이 시즌을 즐기는 중이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자.”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9월 10일 현재 파죽의 8연승 행진을 벌이며 ‘가을야구’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 와일드카드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토론토가 양키스 원정 4연전을 독식하며 양키스와의 승차를 0.5로 좁혔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류현진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로비 레이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터. 그는 플레이오프 경기는 공 한 개, 매 타석, 매 투구마다 상대 선수와의 대결에서 이긴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