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와일드카드 1위 “우린 전우애로 똘똘 뭉쳐…팀 목표 ‘월드시리즈’로 상향”
최근 토론토가 최근 무서운 상승세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발진이 버티고 타선이 터지면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다. 토론토는 9월 16일 현재 81승 64패 승률 0.559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토론토가 9월에 폭주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원정 경기차 볼티모어를 방문한 토론토 투수코치, 전담 리포터, 그리고 홍보팀 고위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그 배경을 알아본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 "류현진이 팀 마운드에 큰 힘"
피트 워커 투수코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토론토 선발진의 붕괴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2019시즌의 토론토는 투수들의 부상으로 스프링트레이닝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선발로 등판한 투수들이 무려 21명이었으며 10승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워커 코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류현진 영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류현진에게 큰 기대를 나타냈다.
워커 코치는 류현진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팀에 합류하면서 많은 젊은 선수들이 제구력을 앞세우는 투수에게 뭔가를 배우려고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우리 팀 마운드에 큰 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건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이 어린 선수들과 류현진의 자연스러운 조화와 관계 형성 등이 팀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볼티모어 원정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난 워커 코치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어떤 변화를 줬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한다는 점이다. 최대한 볼넷을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그 덕분인지 볼넷이 많이 줄어들었다. 투수들이 건강하고 특히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볼넷을 주지 않고 타자들이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게 토론토 상승세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워커 코치는 투수들마다 각자의 특징에 맞게 타자를 삼진으로 끝낼 것인지 볼 카운트에 더 신경 쓸 것인지 결정하고, 그에 맞게 스스로 준비하는 부분들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라고 꼽았다. 본인들의 실력을 잘 알고 각자 보강해야 할 부분들을 인지하면서 훈련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워커 코치는 투수조 미팅 때마다 정규 시즌 162게임과 플레이오프까지 매우 긴 시즌 동안 선수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훈련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워커 코치는 팀 목표를 와일드카드 진출뿐 아니라 월드시리즈까지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 팀 클럽하우스는 전우애로 똘똘 뭉쳐 있다”면서 “확실한 월드시리즈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강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워커 코치는 선발 투수들이 4일 휴식과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과 관련해서 팀마다, 선수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선발 투수에게 추가 휴식을 준다면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디렉터 리차드 그리핀 “스프링어, 세미엔 합류가 결정적”
리차드 그리핀은 토론토 홍보팀의 미디어 디렉터다. 그는 홍보팀에서 일하기 전 ‘토론토 스타’란 매체에서 블루제이스 관련 야구 칼럼을 24년 동안 기고한 바 있다. 즉 누구보다 토론토 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그리핀은 토론토 상승세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이 팀의 변화 핵심은 2019년에 찰리 몬토요가 어린 선수들을 영입하고 그 후 내부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조지 스프링어와 마커스 세미엔을 데려온 것이다. 그 둘은 우리 팀의 베테랑 리더들이고 그들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2019년 토론토가 95패를 했는데 그때와 올해의 성적을 비교하면 왜 토론토가 강팀이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차드 그리핀은 9월에 가장 뜨거운 팀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2020년 플레이오프 진출과 60경기를 한 것이 중요한 핵심이다. 그 경험을 통해 9월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부상자 명단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양키스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의 가장 핫한 팀은 블루제이스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 시즌 홈 구장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플로리다 TD볼파크, 버펄로 세일렌필드, 그리고 토론토 로저스센터다. 선수들이나 구단도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는데 그 시간을 잘 소화해낸 것이 9월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 차례나 홈 그라운드를 바꿔가며 게임을 치렀고, 시즌 초반 게임의 절반을 로드 게임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플로리다 더니든에서 많은 팬들이 우리가 아닌 상대팀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마찬가지로 버펄로에서도 양키스와 보스턴 팬들이 더 많았다. 이런 상황들이 팀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을 찰리 몬토요 감독이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토론토 전담 리포터 헤이즐 메이 “안정된 선발 로테이션이 큰 힘”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포츠넷’ 전담 리포터인 헤이즐 메이는 토론토의 상승세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 8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셋 등 많은 선수들이 부진에 빠졌다. 작년 실버 슬러거였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마저 힘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꾸준히 훈련하고 루틴을 따르면서 제 실력을 되찾았다. 가장 큰 슬럼프에 빠졌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와 조지 스프링어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라인업이 탄탄해진 부분도 있다. 마운드가 보강되면서 공격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절묘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2주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즌 동안 모두 와일드카드에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헤이즐 메이는 무엇보다 선발 투수진의 안정감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는 안정적인 로테이션이 아니었다. 류현진, 로비 레이, 스티브 마츠 정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였고 그 셋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들 3명 외에 알렉 마노아, 호세 베리오스 등이 선발진에 포함되면서 훨씬 안정된 투수진을 이뤘다. 이전까지만 해도 류현진, 로비 레이, 스티브 마츠 다음에 누굴 올려야 할지 모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로테이션이 정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헤이즐 메이는 현재 토론토가 아슬아슬하게 와일드카드를 향해 가고 있지만 꾸준히 이 기세를 이어가길 바랐다.
“최근 보 비셋이 ‘다른 사람들을 볼 필요가 없고 오직 나만 바라보면 된다’고 말한 내용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기고 자신들의 팀만 신경 쓴다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그들의 손에 달려 있으니까 말이다.”
미국 볼티모어=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