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노동관에 비판 세례…“파괴적이고 자기 우월적인 발상”
윤 전 총장이 지난 13일 경북 안동시 국립안동대에서 학생들과 만나 경제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이라는 것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력으로 먹고 산다”며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수작업 노동 종사자들을 비하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졌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일자리라는 게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큰 차이가 없다”면서 “임금의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그러나 고용의 불안정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다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 전 총장 캠프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후보가 학생들에게 설명한 전체 맥락이나 취지는 전혀 다르다”면서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해서 임금의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의 해명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유승민 캠프 이효원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윤 전 총장이 노동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야와 타국을 바라보는 저급한 시각을 보여줬다”며 “얼마나 파괴적이고 자기 우월적인 발상인가. 윤 전 총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홍서윤 민주당 청년대변인도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구태한 정치인임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그 누구에게도 신성한 노동을 비하할 권리는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 경선 후보가 국민의 직업을 계급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 인식 수준을 가져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에도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 시행에 예외조항을 두자고 토로하더라.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