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1차 컷오프 윤-홍 “초접전”…당원 지지 높은 윤석열 갈수록 유리, TV토론 시작되면 홍준표 치고나갈 수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15일 1차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장기표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가나다순) 8명 예비후보가 1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박진 장기표 장성민 3명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은 9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룰을 둘러싼 후보들과의 내홍 끝에 ‘역선택 방지 문항’을 적용하지 않되, 여론조사 100%로 하려던 1차 컷오프 방식을 국민 여론조사 80%에 당원투표 20%를 반영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에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서 책임당원 1000명, 일반국민 1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를 벌여 8 대 2 비율로 합산해 순위를 냈다. 공직선거법상 컷오프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심은 1차 컷오프에서 누가 1위를 차지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범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지지율 1위 독주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7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잇단 실언과 태도로 논란이 일어 지지율이 보합·하락 추세를 보였다. 예비경선을 앞두고는 ‘검찰 고발 사주’ ‘장모 문건’ 의혹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을 앞세우며 2030세대·남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홍 의원은 추석을 기점으로 현재 1위인 윤석열 후보와 자신의 위치가 바뀌는 ‘골든크로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9월 5일부터 9월 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관련기사 [9월 여론조사] ‘양당별 양자대결’ 홍준표 36.6% vs 윤석열 30.0%)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경선 양자 가상대결에서 홍준표 의원이 36.6%를 기록, 30.0%의 윤석열 전 총장을 6.6%포인트(p)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5일 1차 컷오프 직후 양 캠프 모두 득표율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최종 본경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핵심 관계자는 “1차 컷오프 순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이제 시작이다. 더 열심히 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책임당원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1위를 했으리라고 본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 얘기를 종합해보면 1차 예비경선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초접전의 결과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전 총장은 당원투표에서, 홍준표 의원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흐름이 최종 경선까지 이어진다면 윤석열 전 총장 측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차 컷오프에서는 30%, 본경선에서는 50%로 당원투표가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 앞서 윤석열 캠프 관계자 역시 “2차 컷오프, 본경선으로 갈수록 당원 비중이 높아진다. 또한 본경선에는 대선 본선 경쟁력을 묻는 문항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과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 측은 윤 전 총장 지지세가 흔들릴 것으로 점쳤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TV토론 등 후보 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4명을 걸러내는 2차 컷오프(10월 8일)까지 TV토론이 총 6차례 열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홍 의원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본다”면서 “2차 컷오프 땐 분명히 골든크로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석열 전 총장이 그동안 토론회를 꺼려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다른 후보들은 모두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만 벼르고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토론에 얼마나 준비가 돼있는지에 따라 지지율이 요동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압도적 지지율로 ‘대세론’을 굳히지 못한 것도 윤석열 전 총장에게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1차 2차 컷오프 결과에 따라 향후 후보의 중도포기나 단일화 등 다양한 합종연횡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
실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9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재형 캠프를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최 전 원장은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레이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최재형 후보의 중도 사퇴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윤석열 전 총장이 독주체제를 구축하면 후보나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과 양강 구도가 이어진다면 후보들도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그럼 아무래도 외부인이었던 윤석열 전 총장보다 오랫동안 같은 식구였던 홍준표 의원 측에 더 마음이 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육군대장 출신의 박찬주 후보의 경우 1차 컷오프 여론조사가 시작하기 직전인 9월 12일 후보직을 사퇴하고, 홍준표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