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 월드컵 준비과정 감독 교체 잇달아…경기력 비판 벤투 경질론 고개 “달라진 모습 보여줘야”
#2차 예선부터 삐걱댔던 브라질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원정 월드컵 최초 16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대회를 앞두고선 최종예선 이전 단계부터 흔들렸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조광래 감독은 2011년 초 아시안컵에서 가능성(3위)을 보였고 친선전 등에서 색다른 축구를 선보여 '만화축구'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했다.
위기는 2011년 8월부터 찾아왔다. 일본과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0-3으로 패배하는 '삿포로 참사'가 터졌고 이후 돌입한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잇달아 고전하는 경기를 펼쳤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쿠웨이트와 무승부를 기록하는가 하면 레바논에는 패배(베이루트 참사)했다. 원정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이 아닌 최종예선 진출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차 예선 과정에서 탈락 위기에 놓인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그 과정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레바논전 충격의 패배 이후 약 20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조광래 감독 경질이 발표됐다. 다음 감독의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질이 '밀실 행정'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비난도 나왔다.
후임 감독 선임 과정 역시 의문을 자아냈다. 축구협회는 당시 K리그를 지배하는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팀을 이끌어주길 원했지만 그는 소속팀 전북 현대에 남길 원했다. 결국 양측은 월드컵 본선이 아닌 최종예선 과정까지만 팀을 이끌기로 합의했다. 대표팀은 최종예선에서 순항하더라도 본선에서는 다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표팀의 최종예선 경기력도 들쑥날쑥했다. 이란을 상대로 2경기 모두 패했으며 레바논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선 무승부에 그쳤다. 결국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차 1점 차로 가까스로 우즈베키스탄을 따돌리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지만 최강희 감독은 '약속'대로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선택했다. 월드컵 본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국 조별예선 1무 2패를 거둔 2014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상처’로 남았다.
이 같은 브라질월드컵 준비 과정은 2006 독일월드컵 당시를 떠올리게 해 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겼다. 당시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움베르트 코엘류(포르투갈), 조 본프레레(네덜란드) 감독을 거쳐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체제로 본선을 치렀다. 한 대회를 치르기까지 3명의 외국인 감독을 거친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점은 월드컵 본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때로, 홍명보 감독과 유사했다.
#또 다시 투입한 '소방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쓰디쓴 실패 이후 4년을 책임질 대표팀 선장으로는 울리 슈틸리케(독일)가 낙점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순항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역시 차질 없이 치르는 듯했다. 2차 예선까지 전승행진으로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 카타르, 이란 등을 만난 최종예선에서 고전했다. 시리아에 무승부를 기록하는가 하면 중국, 카타르, 이란을 상대로 원정에서 패배를 거듭했다. 결국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등과 경쟁에 밀려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협회는 또 다시 감독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최종예선 단 2경기만 남겨두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협회가 선택한 인물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 부임 이전 임시 감독으로 팀을 지휘한 경력이 있었고 슈틸리케 체제에서 일정 기간 수석코치를 맡기도 했다. 올림픽 대표팀 수장 자리에 공석이 생기자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A대표팀 소방수로 선택했다.
그 사이 거스 히딩크 감독과 축구협회 접촉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일부 팬들의 강한 질타를 받고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악재를 맞았다. 혼란 속에서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고 1년 남짓의 준비 기간 이후 대회를 치렀다. 대외적인 혼란 이외에도 부상선수가 겹치는 등 악재가 겹친 대표팀은 또 다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벤투호를 향한 의심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감독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다. 2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6경기 5승 1무라는 성적을 냈지만 레바논 원정에서 무승부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중도 포기로 기록이 삭제됐지만 역시 평양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팀들과 맞대결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한 것이다.
이어진 최종예선 일정에서 벤투호를 향한 의심은 더해졌다. 홈 2연전으로 펼쳐지는 첫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나쁘지 않은 결과일 수 있지만 경기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상대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고 때로는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까다로운 중동 원정이 이어질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이에 또 다시 감독 경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승 1무라는 결과를 고려하면 '경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벤투 감독으로선 답답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 내 볼 점유율은 대부분 가져가지만 결정적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는 내용이 매 경기 반복되고 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에 대해 "최근 이청용은 '감독을 교체하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고 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는 인터뷰를 했다. 나도 이에 동의하는 바다"라며 "최종예선 일정을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경질은 너무 앞서나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벤투 감독은 소수의 경질 주장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달라지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오랜 기간 비슷한 경기력이 계속됐다. 짧은 시간 안에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9월 초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10월 7일과 12일 다시 2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후로도 11월과 2022년 1월 등 지속해서 최종예선 일정이 이어진다. 준비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벤투 감독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