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심 주머니’ 홍 인파이팅 윤 아웃복싱…‘협심 주머니’ 윤-원희룡 동맹에 홍 캠프보강…‘촉각 주머니’ 둘 다 이재명 맞수 각인 전략
마지막 주머니는 ‘촉각 주머니.’ 정국 최대 이슈인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를 제압할 ‘확실한 맞상대’로 각인시켜 놔야 한다. 3개의 비단 주머니 중 하나라도 구멍이 뚫리면 쫓는 후보도, 쫓기는 후보도 낭패를 볼 수밖에 없어 각 후보 캠프는 초긴장 상태다.
#입심 주머니
입심 주머니만큼은 홍준표 의원 ‘비단 주머니’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는 튼튼하고 재질도 좋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었다. 실제 홍 의원은 4강 주자가 결정된 이후 진행된 몇 차례 TV토론에서 윤 전 총장을 거침없이 몰아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당초 예상과 들어맞지만은 않는다. 홍 의원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고 불안한 모습도 보였지만, 윤 전 총장도 나름의 입심 주머니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 13일 제주KBS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제주공항 문제를 윤 전 총장 약점으로 부각된 ‘주술 논란’과 연결시켰다. 홍 의원은 “천공 스승은 확장안이 좋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천공이 나오는) 유튜브를 한번 봐보라고 해서 (봤다)”라고 언급, 주술 논란으로 곤경에 처했던 윤 전 총장을 다시 한 번 밀어붙였다.
인파이터 홍 의원의 직격이 날아들자 윤 전 총장은 특유의 아웃복싱 전략을 또 구사했다. 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모르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홍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 등 윤 전 총장 약점을 들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주 토론회에서도 “최근 조사를 보면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재명 49.6%, 윤석열 31.6%, 저는 6.3%”라며 “본선 나가면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따졌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 예봉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의 최대 강점인 ‘정권 대항마’ 면모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제가 정치하기 전에 홍 후보가 말씀하신 것을 보니 ‘2개의 정권에서 갖은 핍박 받으며 의연하게 수사한 것이 광복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정부가 2년간 저와 가족을 탈탈 털었는데 나온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만약에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털면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저는 오히려 지금까지 탈탈 털려왔기에 더 털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아웃복싱을 하다가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전술도 폈다. 그는 홍 의원의 제주 개발 공약과 관련 “제주가 안 그래도 난개발 때문에 환경이 죽을 판”이라며 “환경 파괴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홍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면 도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이에 앞서 2차 컷오프 직후인 10월 11일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진행된 TV 토론에서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윤 전 총장이 잘 모를 것 같은 질문’을 쏟아 부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할 당시 나토식 핵 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를 내세웠다가 미국이 이를 반박하자 번복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번복하지 않았고, 원래 제 입장이 그렇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는 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 전반적으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정견을 듣고 싶다”며 나머지 세 후보를 향해 정책 현안만을 물으면서 민감한 현안을 피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서는 아웃복싱 전략을 잘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정치 초보인 만큼 윤 전 총장의 감정 조절 능력은 캠프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윤 전 총장은 10월 13일 캠프 제주 선대위 임명식에서 경쟁자인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며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당에 몸담고 있는 후보가 자신의 정당 해체 발언을 한 것이다.
예상대로 다른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을 난타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못 된 버르장머리” “문재인 정권의 충견” 등의 원색적 표현까지 쓰며 직격했다.
윤석열 캠프의 한 전직 의원은 “가끔 악재가 있긴 하지만 토론 국면에서 전체적으로는 선방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다. 윤 후보가 설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꾸밈없는 태도가 좋다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협심 주머니
아무래도 정치적 개인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윤석열 전 총장은 최대한 적을 줄이고 동맹을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끌어들이려는 모습이 드러난다.
윤 전 총장은 제주 토론회에서 원 전 지사를 향해 온기 가득한 질문을 했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를 봤다. 역시 행정경험을 해서 법조인을 넘어서서 설명을 잘한 것 같다”며 “제주지사를 하면서 부패를 척결했고, 채용 비리를 근절했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 과정에 어떤 저항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라는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원 전 지사도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에겐 특별히 날을 세우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 의원이 지역 공약에 약한 윤 전 총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 공약에 관해 물으면서 “현 제주공항 확장안은 어떠냐”고 단답형 답을 요구한 장면에서도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를 슬그머니 끌어들였다.
윤 전 총장은 “저도 그게(제주공항 확장) 좋을 것 같아서 예전 토론 때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후보에게 ‘일본 간사이공항처럼 죽 철판을 깔아서 기존 공항을 확장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렵다고 하시더라”라고 응답했다.
원 전 지사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은 전방위적으로 우군 확보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김종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원로급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쓴소리가 많은 김종인 전 위원장조차 최근엔 윤 전 총장을 향해 비교적 우호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0월 12일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대해 “현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우세하지 않나 판단한다. 미리 예단은 힘든데 1·2차 경선을 놓고 보면 큰 이변은 없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최근 캠프 인력 보강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홍 의원은 이언주 전 의원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안상수 전 후보를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로써 홍 의원은 기존의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경태 의원과 함께 모두 4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두게 됐다.
10월 10일에는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3선 의원 출신의 강석호 전 의원을 영입했다. 강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모임인 마포포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강 총괄본부장은 “언론의 표현대로 그동안 후보가 ‘단기필마’로 경선 국면을 소화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캠프가 후보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는 중심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캠프 진용이 확대되면 홍 의원의 진가가 더욱 발휘될 것이라는 게 강 본부장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또한 강신욱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를 선대위 체육위원장에, 박창달 전 의원을 대구·경북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촉각 주머니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전 총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자신의 주특기와 연결돼있는 만큼 의혹에 대한 여러 정보 수집을 강화, 이에 대한 적극적 공세를 펴면서 ‘이재명 맞수’ 전략을 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0월 14일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거대한 물줄기는 못 막는다는 것이 오랜 기간 사건을 접해 본 제 경험”이라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결국 특검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 속도가 늦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수사라는 게 크게 1∼3단계로 나뉘어 관련 혐의자를 수사한 뒤 궁극적으로 돈을 누가 가져가서 로비하는 데 썼느냐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진작 1단계가 끝났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통보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뭉갰다는 것은 범죄 수준”이라며 “기업 같은 데서 100억 원씩 빠져나가는 사안을 조사해보면 문제없는 경우도 있지만, 큰 수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 역대 선거에서 어떤 후보자가 국민의 재산을 이렇게 약탈하고 특정인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몰아줬느냐”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밀어붙여서 이낙연 씨가 이를 수용하게 만드는 정당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민의힘 경기도당 주변에는 윤 전 총장 지지자 200여 명이 모여 “정권교체는 윤석열이 답”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최근 특유의 거친 발언을 많이 자제하는 편인데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당원 비중이 높아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가면 비판 수위가 더 높아진다.
그는 10월 6일 대구시당에서 지역 중·남구 당원들과 간담회 뒤 ‘화천대유 사건은 국민의힘 비리’라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대해 “자기가 발악하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검사 출신인 홍 의원은 “누가 봐도 자기(이재명)가 설계하고 만들고, 최대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그 사건을 지금 우리 당에 넘기려고 하는 것을 보고 참 이게 뻔뻔스러워도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화천대유에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내가 대통령이 돼서 잡아넣으면 된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되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용서 안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거머리 떼니까 감옥 다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그의 별명인 ‘홍카콜라’ 발언을 이 후보를 향해 연일 쏟아내는 중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