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가족 위해 잠시 중단…잘 추스른 후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
“지금은 가족을 위해 잠시 야구를 중단하지만 잘 추스른 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12명의 선수를 웨이버 공시했다. 12명의 방출 선수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올 시즌 투수 조장으로 활약한 김진영(29)이다. 올 시즌 7월 7일 대전 KIA전에서 ⅓이닝을 소화한 게 1군에서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런 방출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한화의 웨이버 공시 요청 명단에 김진영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화 구단은 “구단에서 그만두라고 한 게 아니라 가족 건강 문제로 선수가 먼저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김진영은 기자와 통화에서 그 속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기사에는 가족 중 누구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많이 아파요. 우리가 모두 도와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걸 외면하고 야구를 계속하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버티기 힘들었으니까요. 야구는 제 인생의 아주 중요한 존재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이 건강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고민 끝에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습니다. 구단도 끝까지 제 마음을 되돌리려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는데 팀이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가족의 건강 문제가 짧은 시간에 해결되거나 완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구단에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안정을 찾게 된다면 다시 몸 만들어서 그라운드로 돌아와야죠.”
김진영은 웨이버 공시가 구단의 결정이 아닌 자신이 요청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족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구에 집중할 수 없었고 이후 2군에 머물다 9월 중순 선수단을 나왔는데 이 모든 부분은 구단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진영은 2010년 덕수고 3학년 때 계약금 12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그러다 팔꿈치 부상으로 싱글 A에서만 머물다 아버지 병환 등이 겹치면서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국내 복귀했다.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소화한 다음 2년 동안 KBO 드래프트를 기다려야만 했다(고교 졸업 후 곧장 해외 진출했다가 복귀한 선수는 2년의 유예 기간 적용). 마침내 2017년 한화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BO리그 유니폼을 입었고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선수, 코칭스태프들과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했다.
김진영은 이전 인터뷰에서 시카고 컵스와 계약 해지 관련 위약금을 물어주려고 한국에서 돈 되는 일은 다 해봤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즉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1억 5000만 원 정도의 위약금을 모두 갚아줬는데 아버지의 위암 수술을 직접 챙기고 간호할 수 있어 그 위약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효자다. 그는 자신이 야구 하는 이유가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정도였다.
“내가 야구 하는 이유는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됐을 때 오히려 가족들이 더 끈끈해졌거든요. 두터운 가족애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어요.”
김진영의 KBO리그 성적은 크게 눈에 띄진 않는다. 첫 3년간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군 주력 투수로 올라섰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고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했다. 그 결과 58경기 54이닝 3승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며 한화 불펜의 새로운 필승조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구단과 연봉 7900만 원에 계약한 그는 “한화 소속 선수라는 게 자랑스러웠다”는 말로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냈다.
가족의 건강 문제로 그라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는 김진영. 울지 않으려 해도 야구와 잠시 이별하는 선수의 아픔이 전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김진영은 류현진이 아끼는 후배다. 2년 연속 일본과, 지난겨울에는 제주도에서 함께 훈련하며 시즌을 준비했는데 이번 일과 관련해서 류현진한테도 전후사정을 미리 알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