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한화 감독 올 시즌 1호·8호 2회 퇴장…김응용 감독 7회, 이강철 감독 4회 역대 1·2위
10월 7일까지 올 시즌 한 차례 이상 퇴장당한 감독은 총 7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이강철 KT 위즈 감독,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순이다. 그중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감독 1호 퇴장의 장본인이 된 데 이어 10월 2일 8호 퇴장을 당해 한 시즌 2회 퇴장을 기록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경기 도중 퇴장당하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시즌 최다 감독 퇴장 횟수도 4회(2012년, 2015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다섯 차례씩 감독 퇴장 사례가 나오면서 조금씩 늘어났고, 올해는 이미 여덟 번이나 감독들이 퇴장당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오심을 줄이기 위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후인데도 오히려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감독이 대부분이라는 게 눈에 띄는 지점이다. 특히 후반기 들어 상위권 순위 싸움이 더 치열해진 올해는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8일 동안 세 번이나 감독들이 시즌 19~21호 퇴장을 당해 화제가 됐다.
#1호와 8호, 두 번 퇴장당한 수베로 감독
올 시즌 1호 감독 퇴장은 오해와 혼선으로 빚어진 해프닝에 가까웠다. 한화는 창단 첫 외국인 사령탑인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면서 수석 코치와 투타 코치까지 모두 외국인으로 채웠는데, 시즌 초반인 4월 6일 인천 SSG전 도중 통역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SSG에 1-2로 지고 있던 한화는 8회말 수비 2사 후 투수 윤대경을 내리고 주현상을 올렸다. 그런데 심판진이 돌연 "엉뚱한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며 주현상에게 강판을 지시했다. 알고 보니 호세 로사도 한화 투수코치는 통역에게 "등번호 66번 주현상의 등판을 심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지만, 6자를 5자로 착각한 통역이 심판에게 "등번호 55번인 강재민을 투입하겠다"고 잘못 전한 거였다.
수베로 감독은 갑작스런 강판 지시에 "내부에서 통역 문제로 실수가 있었다. 주현상이 투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심판진에게 거듭 요청했지만, 심판진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고 10분간 항의를 이어가던 수베로 감독은 결국 항의 시간(5분) 초과로 심판의 퇴장 명령을 받고 더그아웃을 떠나야 했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퇴장은 1호 퇴장과 그 결이 달랐다. 수베로 감독은 10월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회말 한화 선발 투수 남지민이 초구를 던지기 전 이영재 구심과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언쟁을 벌였다. 현장에선 "수베로 감독이 1회초 노시환이 루킹 삼진을 당한 마지막 공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이영재 구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영재 구심은 어필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수베로 감독에게 "조용히 하라"고 경고했지만, 공수교대 후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끊임없이 들려오자 결국 퇴장 명령을 내렸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 중 퇴장당한 역대 사령탑들 중 1회부터 더그아웃을 비우게 된 건 수베로 감독이 처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베로 감독은 다시 더그아웃을 뛰쳐나온 뒤 마스크를 내리고 이영재 주심과 몸까지 맞대가며 격렬하게 어필했다. 또 퇴장 명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동안 그라운드에 머물며 항의를 계속했다.
수베로 감독은 퇴장 다음날인 10월 3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상황 얘기가 나오자 "처음 나갈 때는 볼 판정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볼의 위치가 어디였는지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심판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서로 얘기를 나누고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을 진행하지 않고 계속 더그아웃을 쳐다봐서 나도 '왜 쳐다보느냐'고 말했고, 우리 쪽으로 걸어오길래 나도 나갔더니 퇴장 명령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어필 뒤 더그아웃에서 계속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같은 문제로 계속 얘기한 것이 아니다. 다른 통역 직원에게 '심판이 우리를 쳐다보는데 왜 쳐다보는가. 내가 놓치는 것이 있나. 야수들도 다 수비 하러 나갔는데 플레이볼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는데, 계속 (볼 판정에) 항의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KBO리그가 올해 처음인 수베로 감독은 여전히 한국 야구 문화에 적응이 필요한 듯 현장과 심판의 관계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KBO 심판들의 볼 판정과 세이프-아웃 판정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심판과 선수, 코치, 감독은 상호 존중을 해야 하는 관계"라며 "그런 점에서 (양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심판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고, 심판 권위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아쉽다. KBO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꼈던 부분이고, 이번에도 그랬다.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퇴장을 알면서도 당하는 감독들
KBO 규정상 비디오 판독 결정에 항의하는 감독은 자동으로 퇴장당한다. 하지만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순위 경쟁 상황에선 감독들이 '알고도 퇴장을 감수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삼성 라이온즈와 2위 경쟁 중인 LG, 힘겹게 찾은 5강 한 자리를 지켜야 하는 두산의 두 감독이 바로 그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9월 30일 잠실 LG전 5회말 수비에서 포수 최용제의 주루 방해 여부에 관한 비디오 판독 결과를 두고 정종수 주심에게 항의한 뒤 더그아웃을 떠났다. 두산이 5회말 야수들의 거듭된 실책에 크게 흔들리면서 4-8까지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무사 2루에서 구원 등판한 두산 투수 권휘는 유강남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문보경에게 왼쪽 외야로 향하는 뜬공 타구를 유도했다. 두산 좌익수 김재환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을 만한 타구였다. 그러나 순간적인 판단 실수를 한 김재환이 공을 원바운드로 잡았고, 아웃으로 판단했던 LG 2루 주자 LG 이영빈은 뒤늦게 스타트를 끊었다가 다소 무리하게 홈으로 파고들었다. 최용제는 그 틈을 타 김재환의 홈 송구를 받고 태그아웃 처리했다. 두산 입장에선 전화위복이 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LG는 "최용제가 홈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막아서 주자 이영빈이 홈을 찍지 못했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LG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발한 김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최용제의 태그는 정상적이었다"고 따지다 결국 자동 퇴장을 감수해야 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점수를 되찾은 류지현 LG 감독도 이보다 5일 전인 9월 25일 수원 KT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0-0으로 맞선 8회초 공격에서 LG 대주자 김용의가 KT 선발 고영표의 견제구에 1루에서 태그 아웃당한 상황이었다. 김용의는 세이프를 주장했고, LG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심판진은 영상을 검토한 끝에 원심을 유지했다.
류 감독도 결국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 항의했고, 최수원 주심은 류지현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퇴장을 명령했다. 류 감독은 경기 다음날 "지금 와서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다. 지난 일이고,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고 마음을 달래면서도 "그 판단은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비디오판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이날 양 팀 다 끝내 점수를 내지 못하고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기에 더 그랬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자동 퇴장당한 감독은 따로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와 별개로 심판과 몸싸움을 하다 벌금을 문 감독들도 있다. 사그라지지 않은 심판의 자질 논란과 판정에 대한 불신이 만든 풍경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8월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0-4로 뒤진 4회말 전일수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았다. KT는 당시 비가 많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를 강행하다 4회말 2사 후 연속 3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이 과정에서 KT 주전 1루수 강백호가 뛰어오던 주자 최재훈의 스파이크에 손이 밟혀 교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감독은 끝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주심에게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 왜 경기를 중단하지 않느냐"고 어깨로 밀치며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사흘 뒤 이 감독에게 벌금 200만 원을 부과했다.
SSG 김원형 감독도 7월 4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4로 맞선 9회초 수비 1사 1·3루서 SSG 서진용의 공을 김성철 주심이 볼로 판정하면서 볼넷이 되자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거칠게 항의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해야 하지만, 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김 감독이 화를 참지 못했다. 김성철 주심이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리자 김 감독은 주심의 가슴을 밀치기도 했다. 김 감독 역시 상벌위에 회부돼 벌금 100만 원 제재를 받았다.
#최다 퇴장은 김응용 감독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전에는 감독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는 사례가 오히려 더 적었다. 후폭풍을 우려한 감독들이 딱 '퇴장당하지 않을 수준'까지만 항의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아서다. 실제로 1989~1996년 8년 연속 감독 퇴장이 단 한 건도 없었고, 2001~2005년 5년 동안에도 역시 경기 도중 감독 퇴장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2010년 이전까지 한 시즌에 가장 많은 감독이 퇴장당한 해는 1985년(3회). 해태(KIA의 전신) 김응용, OB(두산의 전신) 김성근, 롯데 강병철 감독이 한 차례씩 퇴장으로 인한 징계를 받았다.
2011년 역시 퇴장당한 감독 없이 평화롭게 지나갔지만, 2012년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한화 한대화 감독, 넥센(전 키움) 김시진 감독, LG 김기태 감독, KIA 선동열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당시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역대 가장 많이 퇴장당한 감독은 통산 최다승 사령탑인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다. 총 일곱 차례 퇴장을 당해 압도적인 1위다. 해태 감독 시절이던 1983년 5월 12일 삼미전에서 심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1호 감독 퇴장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역대 2호 기록도 1985년 5월 4일 김 감독이 만들었다.
그 뒤는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옛 제자이자 프로 3년차 사령탑인 이강철 KT 감독이 잇고 있다. 이 감독은 사령탑의 퇴장이 잦아진 2019년 처음으로 KT 지휘봉을 잡은 뒤 올해까지 총 네 차례 경기 중 퇴장당했다. 특히 프로 사령탑 첫 시즌인 2019년에는 그해 다섯 번의 감독 퇴장 중 두 번이 이강철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이어 지난해와 올해 한 차례씩 퇴장을 추가해 단숨에 역대 2위인 김성근 전 한화 감독(3회)을 넘어섰다. 이 감독에게 추월당한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SSG의 전신) 시절인 2009년 KIA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면서 선수단 철수를 명령하다 퇴장당해 전무후무한 포스트시즌 감독 퇴장 사례를 남겼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