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그린 남욱·정영학, 민관합동 추진 후 ‘지휘’ 유동규 ‘인맥’ 김만배 부상…화천대유 배당금 갈등 ‘분열’
#밥상 차린 원년멤버, 남욱과 정영학
대장동 패밀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원년멤버와 이후 등장한 신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 판을 짠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몸을 담가 온 원년멤버다.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관합동 방식으로 변경되기 직전 해인 2014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이른바 신세력이다.
대장동 사업의 ‘몸통’이 누구인지를 두고 많은 분석이 오가고 있지만, 초기 사업을 주도한 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전문가였던 정영학 회계사와 부동산 전문 변호사였던 남욱 변호사였다. 2009년 10월 당시 대장동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추진 중이었는데도,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씨세븐’의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이 사업이 민영개발로 진행되도록 사업의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강길 씨세븐 전 대표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영학은 숫자에 능한 도시개발전문가로 회계 업무를 모두 맡겼다”며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자금 흐름도 정영학은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공영개발 방침이 발표된 이후 국회에 민원을 넣고 국감자료 등을 얻기 위해 자문단에 영입됐다고 했다.
씨세븐의 초기 과제는 토지와 자금 확보였는데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정 회계사는 회사에 돈을 댈 지인을 데려왔다.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과 인척 관계인 조 아무개 씨는 2009년 11월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1805억 원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이 전 대표로부터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한편, 조 씨가 운영하던 수입오디오 업체는 훗날 천화동인 6호에 흡수합병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후 정 회계사 설계 아래 2009년 12월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PFV)와 자산관리회사인 주식회사 대장AMC가 설립됐다. 그로부터 6년 뒤 회사의 구조와 이익 배분 등의 형태가 동일한 회사가 설립되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의뜰(PFV)과 화천대유(AMC)다.
#‘인맥 상당한 형’ 김만배, ‘갑’ 지위 유동규의 등장
원년멤버와 신세력과의 인연은 2010년 전후로 시작됐다. 정 회계사와 이 전 대표는 2009년 지인으로부터 당시 기자였던 배성준 씨를 소개받았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배 씨는 이듬해 “인맥이 상당한 형”이라며 김만배 씨를 소개했다고 한다.
2010년 성남에선 시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었다. 씨세븐 입장에선 시장이 바뀌어도 민간개발을 밀어붙여야 했으므로 이를 도와줄 정치‧법조계 인맥이 필요했다. 실제로 김 씨는 원년멤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대검은 2011년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는데 과거 씨세븐에 18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 씨는 참고인 조사만 받고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당시 조 씨가 변호인으로 박영수 전 특검을 선임했고 이를 소개한 이가 바로 김 씨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김 씨의 역할은 조력자에 그쳤다. 김 씨를 포함한 대장동 신세력이 존재감을 드러낸 시점은 2014년 즈음이다. 2010년 무산된 공공개발을 다시 추진하던 성남시는 100% 공공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해 민관합동 개발을 추진한다. 이후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고 그 해 8월 기획본부장 자리에 유동규 전 본부장이 부임한다. 모든 사업을 결정하는 결정권자로서 ‘갑’의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상황이 바뀌자 원년멤버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남 변호사는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추천 방식으로 입사시켜 유 전 본부장 아래 두고 정보를 수집했다. 문제는 이후 남 변호사의 지위가 흔들렸다는 데 있다. 2014년 그는 ‘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이듬해 기소됐다.
그 사이 대장동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됐다. 2015년 2월 성남시는 대장동 프로젝트 입찰공고를 내 민간사업자를 뽑았고, 3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월과 7월에는 김 씨 주도로 천화동인 1호와 성남의뜰 법인이 설립됐다. 이후 정 회계사, 남 변호사, 배 씨 등 나머지 멤버들도 천화동인 4~7호를 나눠가졌다.
그로부터 4년 뒤, 돈을 두고 원년멤버와 신세력 간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2019년 4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배당금이 나오자 수익 배분을 놓고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원인이었다. 당초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가지고 있던 천화동인의 수익금은 각자의 몫으로 갖기로 했으나 모두의 돈주머니였던 화천대유의 수익금에 대해 서로가 지분을 더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지분 다툼 이후 남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했고, 이듬해 6월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의 이름을 엔에스제이홀딩스로 바꿨다.
현재 대장동 패밀리 멤버들은 사업개발 당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변호사는 최근 JTBC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대장동 사업에서 맡았던 역할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은 녹취 시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씨에게 불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정 회계사를 겨냥해 “정영학은 동업자 저승사자”라며 “옛날부터 관여한 사업마다 동업자를 감방에 보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10월 14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엔 제동이 걸렸다.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구속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관련기사 ‘너무 서둘렀나’ 김만배 영장기각, 대장동 검찰 수사 어디로 가나).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