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일 방송되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795회는 '암과의 전쟁 표적치료 20년' 편으로 꾸며진다.
20년 전인 200년, 마법의 알약이 탄생했다. 암세포만 선택해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된 것이다. 덕분에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이후 혈액암뿐만 아니라 폐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도 표적치료가 적용되었다. 덕분에 표적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4기 암 환자들도 더 오래 살 수 있고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암 환자들의 치료에 혁신을 가져온 표적항암제도 한계는 있다. 표적치료를 하는 환자들 상당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에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세대, 3세대를 지나 4세대 표적항암제까지 개발되었고 더 많은 표적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4기 암 판정을 받은 최윤주 씨. 흡연 이력이 없었지만 폐에 암이 생겼다. 처음엔 암 유전자 검사에서 표적 유전자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혈액을 통한 차세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표적을 찾아내었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표적항암제 복용 이후 폐에 있던 암 덩어리와 전이 병변이 대부분 사라졌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창호 씨는 5년째 암세포 수치가 0이다. 먹는 표적항암제는 정상 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돌연변이만 공격한다. 덕분에 부작용은 많이 줄었고 치료 효과는 커졌다.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되면 암세포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첫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 탄생했다. 이로 인해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대부분의 암은 단백질의 신호 전달로 암세포가 증식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표적 유전자를 발견하는 단초가 되었다.
폐암에서는 EGFR, KRAS, ALK, ROS1 등 여덟 가지 유전자를 검사해서 표적 치료가 가능한지 알아낸다. 이 중 KRAS는 두 번째로 발생빈도가 높지만 지난 40년간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첫 KRAS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는 첫 번째 항암제가 FDA 승인을 얻었다.
유방암에서는 '호르몬 수용체 검사'와 'HER2 유전자 검사' 두 가지를 실시한다. HER2 양성 유방암은 1990년대에는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병이었다.
그러나 2003년 국내에 첫 표적항암제가 승인되어 사용된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나 지금은 평균 생존 기간이 약 5년 가까이로 개선되었다.
2013년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오승환 씨는 8년 동안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약에 대해 내성이 생기거나 새로운 표적이 나타났을 때마다 신약 임상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 1세대 표적항암제로 시작해 3세대 약을 거쳐 현재는 4세대 약으로 치료하고 있다.
김경애 씨는 2003년 유방암 진단을 받아 치료했지만 2014년 암이 재발했다. 뼈로 전이된 암 때문에 통증이 심해 휠체어조차 탈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표적항암제로 치료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이 지났고 여전히 건강히 지내며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
완벽한 해결책일 것 같았던 표적항암제. 표적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은 적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 중 약에 대해 내성이 생긴다. 표적항암제로 암세포를 공격했을 때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암세포는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낸다.
1세대 표적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2세대, 3세대 약제에 이어 4세대 약제까지 개발되며 암과 표적치료제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3세대 표적항암제와 4세대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는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1, 2세대 항암제보다 내성 발생까지 걸리는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또 표적항암치료로 암 덩어리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통해 남은 암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올리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한 표적치료제는 계속 진화한다. 표적항암제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그리고 과연 암은 정복될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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